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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자 Jan 23. 2022

5. 베트남 첫 취업

이제 고생길이 없는 줄 알았어



룸메 언니와 나는 둘 다 면접을 본 뒤에 합격을 했다. 우리는 달랏 여행을 떠나 이런 유유자적한 삶이 곧 끝날 것을 알아서 슬퍼했다. 사실 아직도 이때의 추억을 좀먹고 살고 있다. 정말 별거 없는 일상이었지만 내 인생 돌아가고 싶은 순간 원탑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발 묶일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한 달 더 놀 것을 수능 점수받고 재수 안 한 것보다 후회가 된다. 

달랏의 야시장


기자님께 부탁드린 대로 우리가 베트남에 입국하고 나서 해외연수 프로그램의 실태를 밝힐 뉴스가 보도되었고, 본 운영기관에서 진행되었던 해외취업사업은 중단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없애려던 목적이 아니었는데 문제가 너무 많았는지 구제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일개 청년들이 낸 목소리가 사회에 반영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했다. 게다가 취업까지 됐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룸메 언니는 크리스마스에 쉬기 위해서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입사를 하였지만 공휴일 없기로 유명한 베트남에서는 크리스마스에도 출근했다는 소식을 듣고, 입사가 한 달 뒤인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미친 듯이 놀기 시작했다. 이름만 아는 사람이어도 만나서 놀고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도 불러내서 놀았다. 술집에서는 사장님과 놀고 처음 본 손님들이랑도 놀았다. 평생 못 놀아봤던 사람처럼 미친 듯이 놀았다. 여태 놀고 있어도 마음이 불편해서 노는 것 같지가 않았는데 학교를 벗어나 제2의 인생이 시작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호치민의 어느 마트 크리스마스 장식

하지만 인생이란 계획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 법이지. 입사를 기다리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입사일이 늦춰졌다. 나는 새로 지어지는 공장의 관리자로 일하기로 되었는데 코로나로 중국 왕래가 어려워지자 공장의 기계가 중국에서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였다. 좀 불안했지만 곧 잠잠해지겠지 싶어서 필라테스 학원과 미술 학원에 등록하며 취미 생활을 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자 이러다간 입사도 하기 전에 잘리겠다 싶어서 대표님에게 푸시를 했다. 다행히 입사일을 확정 지었다. 같이 입사하게 된 동기와 나는 아침 비행기로 다시 베트남으로 갔고 베트남 생활의 진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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