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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정희매 Jan 01. 2021

인수인계를 잘하는 7 단계

휴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내가 다니는 회사가 과연 좋은 회사인지, 그저 그런 회사인지 알고 싶다면 인수인계하는 문화와 체계를 살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올바른 인수인계 문화를 가지고 있는 팀과 회사는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훨씬 더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정 기간 동안 업무를 진행하며 쌓아놓은 데이터와 노하우가 제대로 다음 후임자에게 잘 전달된다면 그 팀과 회사는 한층 발전된 상태로 업무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전임자가 중요 데이터나 노하우를 홀라당 가져가 버린 채 후임자에는 몇 가지 자료만 툭 던져버리고 떠나버린다면 그 팀과 회사는 매년 재자리 걸음을 하는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머무는 회사를 좋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면 인수인계를 잘하라고 권해드립니다. 특히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그 팀이나 그 회사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서 해야 합니다. 내가 엉성하게 인수인계를 하여 팀에 민폐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 인수인계 잘하는 7단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인수인계 시점 확보입니다.

회사에 휴직 의사를 밝히는 시점은 최소 2주는 여유를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 내에서 조율하여 인수인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특히, 팀 내에서 주요 업무를 분담하거나 조직구조가 바뀌는 시점에 있다면 사전에 윗선에 말씀드려야 하는 게 예의일 것입니다. 2주는 정말 최소의 사전 알림 시간이라면 일반적으로는 1~3달 정도 전에는 미리 휴직 의사를 밝혀두는 것이 적합합니다. 휴아 휴직 시점이 어느 정도 확정이 되면 팀에서는 주요 업무를 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넘기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명이 내 업무를 쪼개어 가져가기도 합니다.


둘째, 후임자가 어느 정도 구체화되었다면 그다음에는 자료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주요 업무를 나열하거나 그룹핑하여 우선순위를 매깁니다. 중요한 업무와 시급한 업무들을 나누고 일상 업무처럼 진행되어야 할 업무들도 구분을 합니다. 우선순위별로 정리가 되어야 후임자가 중요도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관리하는 팀장의 입장에서도 어떤 업무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슈별로 진척사항을 표기해 두면 후임자 입장에서 훨씬 쉽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셋째, 각 업무별 파일을 정리하여 폴더로 묶어두는 것입니다.

평상시에 파일 관리를 잘해두었다면 걱정이 없지만, 나만 알아보는 방식으로 자료가 정리되어 있다면 타인이 보기 쉽고 찾기 쉬운 방식으로 자료를 재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인수인계 타이밍에 모두 하려다 보면 은근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이므로 육아휴직을 조금이라도 마음에 먹고 있다면 평상시에 조금씩 해두어야 합니다.


넷째, 프로세스나 매뉴얼 등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회사에 규칙, 세칙 등이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너무 형식적인 자료들이어서 실제 업무와 거리가 있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내가 업무를 담당했던 대로 현장감을 높여 간단하게나마 프로세스와 매뉴얼을 1-2페이지 정도로 정리해 보길 바랍니다. 업무 항목이 여러 가지라면 모든 항목을 다 이렇게 세세하게 정리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주요 항목을 위주로 프로세스나 매뉴얼을 만들어 놓아야 올바른 인수인계가 가능합니다. 추후 이 자료는 다시 회사의 규칙, 세칙에 반영될 수도 있겠습니다.


다섯째, 협력이 필요한 파트너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타 팀이나 회사 외부에서 함께 업무를 하던 주요 파트너들에게 후임자를 소개해주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단순히 이름만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된다면 잠깐이라도 삼자대면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특히 인수인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하는 경우, 파트너들이 참석하는 공식 회의에 후임자와 함께 참석하여 인사하고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들과 일할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은지 효과적인 방법들도 설명해주세요. 단, 파트너의 험담은 절대 금물입니다. 내가 빠지고 나면 파트너와 후임자가 직접 업무를 맡게 되는데 괘난 오해의 소지를 만들면 안 되겠지요.


여섯째, 해당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개발 방법이나 나만의 비법을 전수해 주는 것입니다.

후임자가 제대로 업무를 배울 의지가 있고 본 업무에 대해 중요시 여기는 경우 더욱 중요합니다. 도움이 될만한 사내/외 교육프로그램이나 책, 사이트 등도 소개해 주면 좋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경험이 함께 전달될 때 효과는 배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업무를 설명할 때 단순히 업무지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장이 최근 겪고 있는 변화라든지, 이 제품/서비스의 문제점 등을 설명하면서 인수자가 그동안 고민한 부분들도 함께 나눠주면 좋습니다.


일곱째, 내가 했던 실수들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입니다.

어떤 업무를 할 때 발생하기 쉬운 실수라든지,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될 소지가 있는 부분들은 별도로 메모해 두었다가 업무 인수인계 시 함께 알려주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엑셀자료를 A부서에서 받아 후임자가 확인 후 B부서로 넘기는 경우 어떤 부분에서 오류가 많이 생기고 잘못될 경우 무슨 문제들이 유발될 수 있는지 등을 적어 놓았습니다. 실수에 대한 팁도 한꺼번에 정리하기보다는 DB를 정리하는 것처럼 평소에 업무를 하면서 조금씩 엑셀이나 메모장에 적어둔다면 인수인계 시점에 훨씬 쉽고 빠르게 전달이 가능합니다.


끝으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후임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입니다. 꼭 인수인계하는 시점이 되면 업무가 몰리기도 하고 추가적인 일이 늘어나 차분이 정리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업무를 넘기고 나오기 쉽습니다. 일정이 촉박하게 느껴지더라도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늘 후임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시길 바랍니다. 퇴사와는 달리 돌아와서 다시 볼 사이이기도 하며, 1년간 내 업무를 맡아주는 고마운 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인수인계는 17년간 여러 차례 겪어보았어도 매년 겪는 일이 아니기에 할 때마다 낯설고 힘듦을 느낍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깔끔하게 마무리를 잘 짓고 나와야 휴직기간 동안 자꾸 전화 오는 일도 없고 편안한 육아휴직을 보낼 수 있으니 성심성의껏 준비하여 업무의 매듭을 잘 짓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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