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 날
대관령엔 쌓이지 않는 눈이 내리고 있다.
바다가 아닌 해발 1200미터에서 보는 새 해의 일출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하며 왔지만 내일 새해 일출은 보기 어렵지 싶다. 지지 부진한 일상에서 일상을 벗어난 환경이 주는 변화를 기대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연속적으로 꾸준히 뭔가를 해 내야 하는 일임을 깨달은 한 해였다.
어제저녁엔 '죽음학'에 대한 작은 강의를 들었다. 탄생한 모든 생명의 동일한 목적지인 죽음. 내 생애동안 네 차례 함께 살던 가족의 장례를 겪었다. 모두 다른 경로의 죽음이었고, 애도의 마음도 달랐다. 후회와 회한, 그리움이라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게 되었고, 그 마음은 이제 살아계신 내 어머니에게로 향해왔다.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이제는 닿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후회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내 몸과 마음은 여전히 젊다고 느끼는 이 시간 동안 나는 나와의 관계를 다시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요즘 최대 고민 중 하나이다. 이 사회에 가치롭고 나 스스로 만족하는 그런 일들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내가 임종 때 느끼고 싶은 감정은, 평화로움이다. 미련, 두려움, 회한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이 세상과 헤어지기 위해 내가 건강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올해 한 가지 깨달음은, 내 마음에 있던 타인에 대한 원망을 나에 대한 반성으로 돌이켜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다. 외롭게 나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국은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세상과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다. 올 해와 잘 헤어지고, 또 새해를 잘 살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