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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tany 니오타니 May 26. 2022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을 보고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홍한별 옮김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이다. 우리와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총기사건으로 알고 뇌리에서 잊혔던 이 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지닌 복잡하고도 실타래를 풀기 어려운 비극이었는지를, 이 책의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 무게가 느껴졌다.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도사린 비극적인 징후들, 생각들. 인간이라는 복잡다단한 존재가 연출하는 단순하고 표면적인 일들 이면에 얼마나 많은 층의 것들이 자리 잡고 있는지. 대부분 무지해서, 때로는 회피하고자 고개 돌리는 것들에 대한 반성과 통찰이 겸손하나 진실되게 다가온다.


특히 누구보다도 '잘' 키우려 노력했음에도 내가 모르는 사람으로 자란 아이를, 그 아이가 수많은 사람을 살해하고 자살했을 때 남은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과연 그 아이를 계속 이전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아이와 과거의 행동을 복기하며 원인을 알고자 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며 세상에 속죄할 방법을 찾고 아이를 여전히 사랑함을, 엄마는 고백한다. 그 절절한 반성과 사랑과 용기에 같이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내가 보지 못하고 보듬어주지 못했기에 스스로 세상을 버린 내 주위를 생각하며 또 울었다. 


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부모의 책임만은 아니며 이 사회가 다 함께 해야 할 일이라는 것. 고통과 상처를 함께 나누고 버텨가는 공동체가 잘 유지될 때 우리 실존의 삶이 안전해질 수 있고, 불행과 고통에 대한 공감을 넓힐수록 아이들의 삶은 안전해질 수 있다는 역자의 후기도 마음에 크게 남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시민, '뇌가 아파' 주변의 사람을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한걸음 더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 모두가 한 번씩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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