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생작으로 꼽을 만한 여행기 두 편을 만났다.
나는 어떤 아름다움은 노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며 만나는, 탄성을 지르게 되는 무주의 곱다랗지만 심상한 풍경도 그랬다. 복숭아, 사과를 키우는 농부들과 산그늘 아래에서 논밭을 일구는 어르신들... 당신들이 경적한 것은 농산물만이 아니었다. 이제는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원환적 평화의 풍경이기도 했다. 사람과 자연이 모두 아름다운 무주에서 3년을 보내서 아주 행복했다. 우리가 이 아름다움을 끝내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정원선,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중
정말이지 이런 걸 만나는 순간이 너무 좋다. 어딘가에 '한국 감 연구회'라는 단체가 있고, 한쪽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가 열리고 거기에 입상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있고, 전국을 다니며 연싸움 하는 이들이 있고, 한 때 만든 대금을 끼고 다니며 군밤 옆에 펼쳐 놓는 이가 있다. 축제장 음지의 꽃인 품바도 있고, 그 품바에 위로받는 팬들이 있고, 썰렁한 관객석 앞에서 열창하는 무명 트로트 가수들이 있고, 아이들을 달래 가며 공연하는 마술사가 있고, 만만찮은 지역민들의 입담을 능숙히 받아치는 노련한 사회자들도 있다. 우리가 아는 세계, 아니 상상할 수 있는 세계의 바깥에서 생각보다 수많은 취향과 노력이 질서를 이루어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다. 우리 또한 누군가들이 아는 세계의 바깥이겠지. 아마도 많은 부분에서 서로가 서로의 바깥일 대금 아저씨와 우리는 대금 버스킹이 펼쳐지는 시간 동안 잠시 마주 서 있다가 연주가 끝나고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새해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라는 평범하지만 다정한 말들로
- 김 혼비, <전국 축제 자랑>, 경남 산청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편 '작지만 맞춤한 것들을 만나기 위해 ' 중
예전 어느 작가분이 <전국 노래자랑>의 참가자들의 애환을 느낄 때 인생이 보일 꺼라 했었다.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신 송해 씨가 돌아가신 후 김 혼비 작가의 <전국 축제 자랑>을 읽게 되었다.
내가 생에서 만나지 않은 공간과 마주 치치 않은 상황들에 얼마나 추상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한 줄로 묘사되는 역사와 이야기의 순간이 실은 얼마나 뭉클하며 용감하며 삶을 통째로 내던지는 숭고함이었는지. 작은 듯이 보이는 대상에 진심 어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축제의 길을 따라다니며 같이 웃고 울고, 놀라고 즐겼던 여정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말이다.
그리고 내가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느끼고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보고 싶은 풍경이,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를 깨닫는 순간들을 정원선 작가의 책에서 다시 만났다. 작지만 단단하고, 숙련되었지만 거품 없이 진심인 사람들이 뿜어내는 진짜 삶의 에너지를 얼마나 동경하고 있는지도 말이다.
어느 순간 보고 들어가기를 멈추었던 인생의 다음 행로를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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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선 #무주에어디볼데가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