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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경 Nov 18. 2021

잘 살기 위해서!

미국에서 돌아온 지 4일 차에 나는 다시 제주로 떠났다. 함께 있을 때 너무나도 편안한 친구와 캐롤을 들으며 드라이브를 하고 멋들어지게 저무는 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평소에는 그리 들어갈 일이 없어 즐겨 찾지 않던 술도 진탕 마셨다.


제주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내 방도, 내 책상도, 내 불안한 마음도, 미뤄둔 일도. 좋은 것들은 남고 나쁜 것들은 사라지길 기대했던 걸까. 떠나기 전과 너무나도 같은 상황에 괜히 마음이 허전했다. 그때 우진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에 맛있는 것을 해서 사람들을 초대할까 하는데 너도 올래? 하고. 마치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온기가 가득한 마음이 전화기 너머로 몰려들었다.


오늘 저녁은 직접 손질한 채소와 오리고기, 땅콩소스를 곁들인 월남쌈이 준비되어 있었다. 건강한 음식에 오랜만에 본 언니는 기분이 좋아지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분위기. 곁에 언니의 남편 에릭도 건치를 빛내며 웃고 있었다. 둘이 만들어 간 신혼집에는 행복이 그득하게 고여있었다. 그것들이 언니와 오빠의 온기에서 묻어 나와 내게도 전해졌다.


오늘 언니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부터 나는 알았다. 이번 한 달간의 여행 동안 나는 무엇인가를 기대했고 그 무엇인가는 바로 내 상황이 더 나아지길, 불안함이 사라지길, 설렘이 계속되길이라는 기대감이었다. 나는 새로운 자극을 통해 이 불안함 들을 회피하고 싶었다. 회피하면 사라질 줄 알았다. 역시나 그것들은 그대로였고 나는 이제 그것들을 끌어안으려 한다. 끌어안기 위해 내 곁에 있어왔던 것들을 더 사랑하려고 한다. 나의 일상, 그리고 나의 사람들. 매일 짧은 글로 그날을 기록하고 정리하려 한다. 몸을 움직임으로서 정신을 맑게 하려 한다. 우리 2호점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보내려 한다. 잘 살기 위해서 기록하고 움직이고 사랑하려 한다.


thanks to 우진언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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