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일기 9월 2일
05년생 차남은 아빠에게 역공을 퍼부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엄마인 나한테 먼저 들이댔다.
"아니 엄마, 내 가방에서 나온 담배랑 차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야"
역시나 예상했던 습격이다.
1년 재수 끝에 집 근처 다행히 경기권 대학에 진학한 경제학부 차남은 1학년 2학기에는 화, 목에 수업이 없다.
화요일이라 그럼 그렇지
낮 2시가 되어서야 겨우 일어나더니 헬스장을 눈치껏 다녀오고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아빠의 퇴근과 바통 터치로 집을 나갔다.
녀석의 노트북을 함께 쓰는 터라 전원 어댑터를 찾기 위해 한 번도 열어 본 적 없는 가방을 열게 되었다.
앞주머니 오픈,, 아.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다시 닫을 수는 없고...
재수시절 녀석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성인의 자격으로 핀다 하니 뜯어말려봤자 어두운 곳에서 죄인처럼 필 것이라. 그래, 뻑뻑 원 없이 펴봐라. 다만 이 에미는 냄새만큼은 싫으니 전자담배 안 되겠니. 싫은 인정을 빨리하며 기기까지 사서 안겨 주었다.
몇 달을 펴댄 건지 핀 담배꽁초와 새 담배가 낱개로 흩어져 가방 가득 재와 함께 수북이 담겨 있었다.
이 놈을 죽여 살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일단 가방을 털어 비닐팩에 담아 버리고 가방은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쉽게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부친이므로 절친에게도 알렸고 절친은 바로 "그 녀석 내일부터 차 주기로 한 거 주지 마!"라는 연관성 없는 공지를 세차게 휘날렸다.
절친의 의도는 기본적인 앞가림도 못하며 생활습관 엉망인 녀석에게 차를 줘서 뭐 해.
불편하게 다녀보라 해. 그래야 바뀌지.라는 분풀이였겠지만 논리상 맞지 않음은 본인도 인정할 터였다.
그 사실을 톡에 직접 올렸고 이미 전화로 담배 스토리를 언급해 놓은 터라 씩씩 거리며 들어온 차남은 다짜고짜 나에게 그렇게 질문했던 것이다.
그것도 부족했는지 아빠에게 달려가 따지듯 묻고 있었다.
에라 눈치는 학교에 두고 왔냐.
그러니, 녀석의 부친은 2학기 마치고 군대가!라는 2차 엉뚱 발언이 나왔고 녀석은 더 기막혀하며 나에게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이름도 예쁜 구월이거늘,, 어설픈 李가들의 향연으로 평화롭게 누릴 구월의 지분을 조금 잃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