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썼을 뿐인데

그들은 나의 안부를 물어왔다

by 한낱

좋은 기회가 생겨서 이제껏 써온 글들을 묶어 내 이름 석 자를 박아 책으로 내게 되었다. 출판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어 책을 낸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끼리 좋아서 출판했다. 일명 독립 출판. 내 글을 엮었다는 기념으로 SNS 프로필에 내 책의 표지 사진을 올려두었다. 여기저기 홍보할 만한 책도 아니라 그저 프로필 사진으로만 올려 둔 것이었다. 그런데 반응은 놀랍도록 즉각적이었다.

제일 처음으로 서로의 삶이 너무 바빠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있던 예쁜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프로필 사진을 봤다고. 너무 멋지다고 추켜 세워줬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별거 아닌데 으쓱해졌다. 바뀐 내 프로필을 보고 연락을 해 왔다는 것은 그래도 나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 ‘영 잊힐 사람은 아니라서 다행이구나.’ 안도의 속마음이 나왔다.


두 번째로는 정말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서 프로필 봤다며 연락이 왔다. 깜짝 놀랐다고. 우리 모임에도 작가가 탄생했다고 정말 축하해 줬다. 내가 이런 축하를 받아도 될 사람인가 어리둥절한데도 그 단톡 방에서는 난리가 났다. 멀리서 배송비도 비싼 책을 모두들 주문해서 읽어 줬다. 고마움을 어떻게 갚을까 싶은 마음이다.

오늘 또 너무나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일본에서 룸메이트로 6개월 동안 같이 지냈고 그 뒤로 같은 학교로 진학해서 정말 절친으로 지내던 일명 '도쿄 한가인'에게서다. 귀국 후 서로의 생활 터전이 달라 자연히 연락이 끊어졌다. 소리 소문 없이, 어떻게 나에게 연락도 안 하고 결혼을 할 수가 있나 싶어 섭섭한 마음마저 들었던 친구가 연락을 해 왔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전화했다는 그녀의 전화를 받는 순간 눈물이 날 뻔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나 궁금한 사람. 그녀도 그동안 내 생각이 너무 났다고 했다. 그렇지. 우리가 그저 잊히기에는 너무나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내 젊은 청춘의 시절을 아는 사람.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했던 한석봉의 어머니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을 뿐인데 그들은 나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는 것의 위대한 힘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책이 얼마나 팔릴지, 누가 내 글을 읽어 줄지. 그런 것들은 다 부수적인 것들이었다. 내가 책을 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나를 기억해주고 안부를 물어 봐주고 황송할 만큼 칭찬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진짜 내가 책을 낸 보람이다. 나는 이것에 중독되어 또 쓰게 되겠지. 진짜배기 관계를 맺는다는 것.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바로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