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아니고 홍콩도 아니고
홍콩을 제외하고 상하이로 중국을 첫 입성했다. 중국을 굳이 돈 주고 가느냐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가서 소매치기 조심하고, 핸드폰 손들 들지 말고 아무 택시나 타지 말라는 걱정 같은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독특하다 보니 그런 소문들이 많이 돌았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 아니 상하이 여행기간 내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특이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만 좀 아까운 건 비자발급비용이 7만 원이나 했다. 비행기표에 비하면 비자비용은 과한 감은 있다.
상하이는 홍콩을 다음으로 중국의 최대 상업, 무역지구이다. 그런 이유인지 홍콩과 비슷한 모습이다. 홍콩과 좀 다른 점은 건물의 모양이 중국스럽다. 홍콩은 아무래도 외국 자본이 많이 들어가 있어 세련된 모습이라면, 상하이는 자신만의 사상을 담은 독특한 건물들이 많다.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개항하게 되고, 영국을 비롯한 서양으로부터 간섭을 받게 된다. 중일전쟁에서 패배한 후 상하이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19세기 치외법권, 군함 외교, 외국 조계지 등 침략의 역사를 겪으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한 포용성이 높으며 이성적인 법규와 동시에 전통관 습도 그대로 따르는 독특한 도시로 만들어졌다.
그런 문화적 산물로 와이탄은 근세 서양식의 건물들로 거리가 조성되었다. 조계지로 나뉠 만큼 다양한 국가들이 공존했기 때문에, 건물도 각자 자국의 양식으로 만들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 등 짧은 구역에 다양한 국가의 건축양식들이 집결되어 있는 건축 박람회 같았다.
와이탄 거리는 상하이 웨딩사진 명소인 듯했다. 여행하는 동안 밤 시간에는 저렇게 도로 가운데서 오랜 시간 웨딩사진 찍는 커플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신기한 건 저렇게 넓은 도로를 점령하고 빵빵거리는 차들 속에서 미안함 없이 너무 당당했다. 더 신기한 건 이런 행동을 보고 제지를 하거나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차들도 경적만 울릴 뿐 특별히 항의하는 사람도 없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외탄 거리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고 인도나 도로 할 것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주말은 차 없는 도로라고 생각하고 도로로 걷는데, 차가 오는 것이다. 사람이 그냥 많아서 차도로 걷는 것이지 차 없는 도로는 아니었다.
여기서 앞에 웨딩사진 찍는 커플의 의문점이 풀렸다. 중국인 혹은 상하이 사람들은 인도와 차도에 대해 특별히 구분을 하지 않는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차는 사람이 지나가면 경적을 울리다. 매번 자주 울린다. 경적은 우리나라에서 비매너라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경고의 메시지 정도로 생각한다. '나 지나간다' 그리고 그 경적을 들은 시민도 무심하다. '나도 지나간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보행자를 봐도 운전자는 그렇게 화를 내지 않는다. 이곳은 무법천지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좀 지내다 보니 각자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갈 뿐이다. 차는 사람이 있던 말던, 사람은 차가 있던 말던 그렇게 남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차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도 그렇다. 남에게 별로 관심 없고 자신들이 하고 하는 것에만 신경 쓴다. 그래서 남들을 너무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지 거리에서 다소 독특한 행동의 사람도 있고, 일부러 못 본 척하고 넘어가는 일들도 있었다. 짧은 여행 기간에는 다 느낄 수 없었지만, 문화적 차이는 확실히 있었다.
외백 대교, 아픈 역사의 산물
외백 대교는 외국인과 백인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하이 점령 당시 중국인 박해로 다리 하나면 건널 수 있는 것을 현지인들은 멀리 돌아가야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름만 남은 역사이지만 그 날을 잊지 않기 위해 치욕의 역사를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상하이는 매일 지도가 바뀐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길이 새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는 속도도 빠르지만, 전통을 유지하는 힘도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 문화를 유지하는 힘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변화 속의 부작용은 빈부의 격차이다. 사진은 없지만, 화려한 동방명주와 IFC 빌딩이 있는 뒷골목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손바닥 만한 작은 방들이 다닥 붙어있는 곳들도 많이 봤다. 단순히 다양한 문화라고 하기엔 빈부격차가 심한 부작용도 있는 곳이 상하이였다.
신천지의 스타벅스 풍경이다. 정말 빈틈없이 가득 사람이 있다. 우리는 보통 한 테이블을 일행이 쓰는데, 이곳은 의자 하나만 있으면 앉는다. 어렵게 테이블을 잡아 앉았는데, 바로 동시에 2명이 자리에 앉았다. 그 둘도 모르는 사람이고 한 테이블에 셋 다 모르는 사람이 모여 음료수를 마셨다. 여기서 문화의 차이를 느꼈다.
상하이는 극과 극이 공존하는 곳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람의 행렬로 복잡했던 외탄 거리의 야경도 있었지만, 5성급 호텔에서 여유롭게 야경을 볼 수 있는 루프탑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투숙객을 상대로 오픈되는 루프탑이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에게 입장료를 받고 제공되기도 한다. 빈부격차를 잠시 고민했지만, 나는 여행자이니 여행자의 마음으로 상하이의 야경을 즐기기로 했다.
끝내주는 야경이었고, 누가 그랬던가 위치가 권력이라고 높은 곳에서 보는 것은 새로운 시선이었다. 반면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 시선은 권력이 맞았다.
새백에 황포 공원에서는 매일 중국 무술을 수련하시는 분들이 모인다. 한두 분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수련하시는 분부터 같은 당파(무당파, 소림사, 아미파 무협소설에 나오는 이런 느낌...)에서 나오신 분들까지 다양한 모습의 다양한 권법을 수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운동삼아 하시는 어르신도 계셨지만, 진짜 고수 같은 분들도 꽤 계셨다. 그들에게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너무 독특한 풍경이었다.
같은 장소의 다양한 사람들
홍콩도 독특한 문화가 융합된 곳이라 생각했지만, 상하이에 비하면 잘 정비된 곳이었다. 상하이는 아직도 발전하고 변하는 도시이다. 마지막 사진 7장은 모두 비슷한 시간의 황포 공원에서 찍었다. 그 짧은 시간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중국 무술을 수련하시는 분들과, 조깅을 하는 외국인, 밤새 놀다 새벽을 맞이한 젊은 이들. 이것을 바라보는 외국인 여행객. 모두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