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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Jun 25. 2022

따뜻하고 따뜻한 힐링 영화

영화 <브로커>


아이를 사랑하지만 키울 수 없는 사정의 소영(이지은)은 복지 시설의 베이비박스 아래에 아이 우성이를 두고 간다. 상현과 동수는 베이비 박스에 아이가 맡겨졌다는 사실을 은폐한 채 우성이를 입양해 줄 양부모를 찾는다.


양부모와의 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이들 앞에 돌연 소영이 나타나고 소영은 상현과 동수를 의심하지만

아이를 입양하기로 한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따라 나선다.

첫 거래(?)는 불발되고 다시 이들은 우성을 입양해 줄 다른 부모를 찾는다.

그 여정에서 울진에 있는 동수의 보육원에 들리게 되고 그곳에서 소영은 동수의 사정을 듣게 된다.

보육원 아이 해진은 이 둘에게 자신도 입양시켜 달라고 조른다.


한편 두 명의 형사는 이들의 브로커 행적을 주시하며 이들을 쫓고 있다.

영화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주인공 각자의 이야기와 관계의 변화를 담고 있다.


상현은 결혼은 했지만 빚에 쪼들린 상태에서 이혼하고 서울에 있는 딸도 겨우 한번씩 만나는 상태.

동수는 보육원을 집으로 알고 보육원 사람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며 자란다.

다만 꼭 데리러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자신을 두고간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


소영은 막다른 골목에 놓인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쫓기고 있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여정 속에

이들은 어느새 알뜰살뜰 우성이를 챙긴다. 

시간 맞춰 우유를 먹이고 아이가 열이 나자 자신들이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병원에 데리고 간다. 



영화는 잔잔하고 잔잔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2011년 <진짜로 일어날 지 몰라 기적>을 본 적 있다.

아이의 천진한 발상이 유쾌하긴 했지만 그때도 영화는 잔잔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여정 중 한 장면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보통의 사람들이 당연한 듯 누리는 아주 사소한 행복의 순간이

그들에게 불쑥 다가왔고 그 불쑥은 시간이나 정도의 측면에서

상당히 불공평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영화 <브로커>에는 세상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생각하게 해주는 따뜻함이 있다.

가족에 관한 많은 영화를 만들어 온 감독은 흔하디 흔해서 진부할 수도 있는

가족이라는 소재를 여전히 따뜻하면서 진부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영화 한 편을 보고 다양한 삶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반의 빗소리가 무척 매혹적이었고

떠나온 고향 부산을 추억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새삼 감독에게 놀라운 건 일본 감독인데 부산의 곳곳을, 또 이들의 여정에서 드러나는 한국의 곳곳을

아름답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좋았다.


사람도 풍경도 아름답게 그려내는 감독의 따뜻함이 그득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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