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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Dec 04. 2022

마침내 극장에서 본 <라라랜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놓친 나는, 몇 년 전 불꺼진 내 방 침대에 앉아 노트북으로 겨우 보았다.

인상적인 <라라랜드>오프닝


<라라랜드>는 첫 장면부터 매력적이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꽉 막힌 도로 위.경적소리가 울리고 자동차에서 이런 저런 소음이 흘러 나오는 찰나,

사람들이 갑자기 차에서 튀어 나오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답답하던 도로 위는 활기가 넘친다. 무료한 일상과 철없는 꿈의 대비 같은게

이렇게나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완벽하게 그려지다니...


영화 시작부터 사로잡힌 나는 끝날 때까지 감동적으로 봤다.

영화가 재미있을수록 아쉬움은 더 컸다.

'이건 방에서 노트북으로 볼 영화는 아닌데...'


그런데 거짓말처럼 '라라랜드'를 극장에서 만날 기회가 왔다. 그것도 바로 헤이리마을에 있는 '헤이리 시네마'에서. 연말이라 열일이 쌓여 있지만, 그래서 가봐야지 하던 전시며 공연이며 영화를 놓치기 다반사였지만

'라라랜드'만큼은 꼭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영화 보고 다른 일은 후다닥 하지 뭐!'

그리고 헤이리 시네마에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시작은, 노트북으로 볼 때도 좋았지만 스크린으로 만나니 굉장했다.

영화속 배우들처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춤을 출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Another Day of Sun>은 지루한 일상속에서도 꿈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담담하게 노래하며

푸릇푸릇하면서도 때로는 거칠고 불안한 젊은 날의 꿈을 이야기한다.

특히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버스에 올라 여기로 왔어/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는 곧 알게 되겠지'는 가사는

꿈의 속성을 말하면서도 세상 두려울 것 없는 패기를 느끼게도 해준다.


리듬과 노래 가사와 더불어 역동적인 배우들의 군무는 그 자체로 작품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 심장이 배우들과 함께 쿵쾅거리는 것이 이 오프닝 장면만으로도

<라라랜드>를 극장에서 보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영화 보면서 내가 다 말랑말랑 달콤해지던 순간!

배우가 되고 싶은 미아와 재즈를 사랑하는 세바스찬의 이야기.

둘은 다른 많은 남녀의 시작처럼 투닥거리며 만난다.

<라라랜드>에서의 음악은 정말이지 인생의 순간순간 만나는 감정들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나같은 사람은 몇 년 동안- 음악의 마법에 빠지게 된다.


언덕 위에서 시작되는 두 남녀의 시작 <A Lovely Night>는 음악도 춤도 장면도 사랑스럽다.

맞아, 사랑은 저렇게 시작되지!

쭈볏거리고 투닥거리면서도 서서히 빠져들어가고 맞아들어가면서...


서로의 꿈을 알아봐주고 이해하는 두 사람


다른 사람들에겐 '무모하게' 보일 이들의 꿈을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 알아본다.

미아는 세바스찬의 연주에 빠져들고 세바스찬은 미아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세상이 던지는 돌에 상처받고 주저앉는 미아를 세바스찬은 일으켜주고 용기를 준다.

세바스찬이 현실과 타협하는 길에서 미아는 세바스찬을 걱정한다.


옛날 영화를 보면서는 놓쳤던 디테일들이 스크린에서는 더 잘 보였다.

노트북으로 볼 때도 느꼈지만 <라라랜드>를 보고 나면 내가 인생을 한 번 살다 나온 것 같다.

누군가와 진하게 사랑하고 헤어진 느낌을 이렇게 강렬하게 안겨주는 영화도 드물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다가 마침내 평온해 진다.

<Mia & Sebastian's Theme> 은 영화를 옮겨담은 음악인 듯 가슴 저리게 슬프고 아름답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다시 보게 해준 헤이리 시네마가 고맙다.


천문대에서의 두 사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한 장면 같다.


P.S. <라라랜드>는 지금 헤이리시네마에서 기획 상영중인데 상영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가깝게는 11일 12시 30분 상영 예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영화  <비긴 어게인>은 7일 오후 6시 10분에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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