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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Jun 30. 2023

바틱으로 배우는 인도네시아

상세한 내용의 귀한 책 <바틱으로 보다>

이지혁 지음 / 세창 출판사 (2018)


인도네시아의 바틱 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바틱에 대한 책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바틱 자체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 거의 없었기에.


<바틱으로 보다-자바, 인도네시아 이야기>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에서 동남아 문화를 연구하는 이지혁 선임 연구원의 저서다.  인도네시아의 바틱 문화에 대해 논문보다는 알기 쉽게 알려주면서 논문 못지 않은 꼼꼼하고 학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귀하게 읽었다.


바틱은 그 자체로는 염색법이다. 밀랍을 녹여 천에 그림을 그리면 그 부분은 염색이 되지 않는다. 천을 원하는 색으로 염색한 후 밀랍이 있던 자리를 다른 색으로 채워 무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찬팅이라는 금속도구에 끓는 밀랍을 넣어 그림을 정교하게 그릴 수 있는 방법으로 바틱을 만들어 낸다.


이 독특한 염색법 바틱은, 인도네시아에서는 단순한 직물의 의미를 넘어 인도네시아의 정체성이 되었다.

직물이, 염색법이 나라의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비약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렇다.


원래 바틱은 인도네시아 중에서도 자바섬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였다고 한다. 자바인들은 위기에 놓인 가족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가 선물을 받는 사람의 영적인 힘을 강화시켜준다고 믿었는데 여자들은 주로 직물을 선물했고 직물은 영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조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이슬람 신자가 가장 많은 국가임을 감안하면 이런 믿음은 의외인데 인도네시아의 이슬람은 중동 지역에 비해 많은 문화가 어우러져 섞여있는 모양새이다. 저자는 힌두교와 불교가 먼저 전파되었고 주술적인 신앙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졌기도 했으며 동남아시아 전반의 이런 경향이 수피즘의 영향일 것이라고 추론했다.


1만 8천개에 가까운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수백 종류의 문화와 언어가 어울린 나라, 서구에 의해 국가의 경계선이 결정된 나라. 인도네시아는 국가 이념으로 다양성 속의 통합을 내세울 정도로 통합의 필요성이 절박한 나라였다.

어쩌면 통합의 연결고리를 찾는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바틱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통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그 시작과 발전은 물론 그 속에 숨은 문화적 코드들을 충실하게 알려준다.


인도네시아에서 바틱이 지금처럼 사랑받는 데는 정치인들의 노력도 있었다.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이 바틱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인도네시아 통합의 목적으로 발전시켰으며 뒤를 이은 수하르토 대통령과 알리 사디킨 자카르타 주지사는 남성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바틱 의상을 입을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자바섬의 문화였던 바틱은, 인도네시아의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을 모티프로 녹여내면서 더 발전해 온 경향이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공식적으로 3,000여 개의 바틱 패턴이 있다. 이 패턴들은 옛 궁중에서 전해져 온 것에서부터 이슬람의 문화가 반영된 것, 힌두교 문화가 반영된 것은 물론 중국과 서구 문화가 반영된 패턴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인도네시아 바틱은 2009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주 금요일을 바틱데이로 정해 학교나 회사에 바틱 의상을 입도록 하고 있다.


저자는 "흔히 바틱을 한국의 한복과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몇 가지 이유에서 인도네시아의 바틱은 한복보다는 한국의 김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며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바틱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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