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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o Aug 17. 2023

몰라도 너무 몰랐다, 중남미 역사

-'그날, 우리가 몰랐던 중남미 세계사' 를 읽고

*** 이 글은 팬덤북스 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서평단 비스무리한 활동은 한 번 했던 것 같고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서 <그날, 우리가 몰랐던 중남미 세계사> 서평단 모집한다는 피드를 보고는 쏜살같이 댓글을 달았다. 이곳의 역사를 잘 모르니 많이 알고 싶었고 내용도 알차 보였다. '1일 1페이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하루하루를 그날의 중남미 역사와 연결시켜 서술하고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역시 유럽의 탐욕으로 인한 식민 지배의 역사를 겪었지만 아메리카 대륙은 그 상황이 더 심각했다. 원주민은 터전에서 쫓겨나거나 죽음을 당하고 사탕수수, 커피농장 노동자가 모자란다는 명목으로 아프리카 노예까지 데려와 일을 시켰던 대륙이 아닌가.  이 대륙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나의 무지 탓도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컸다.   흥미로운 대목에 포스트잇을 붙이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에 붙인 포스트잇의 수는 역대급이었다.  미처 몰랐던 사실과 사건들이 많기도 했고 정보가 새롭기도 했다. 온두라스에서 살았던 경험을 계기로 중남미 문화와 역사를 공부해온 저자는 해박한 지식과 충실하고 풍부한 자료로 중남미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1494년 6월,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토르시데야스 조약이라는 걸 맺었는데 그 내용이 가당찮다. '지구를 반으로 나눠 한쪽은 스페인이, 다른 한 쪽은 포르투갈이 다스린다'는 내용이었단다. 물론 이 내용이 불리한 걸 깨달은 포르투갈은 1750년에 마드리드 조약을 맺어 새롭게 국경을 조절했지만 말이다. 유럽 국가들간의 국경 조절은 수차례 있었다. 아미앵 조약에서는 스페인이 영국의 트리니다드 토바고 통치를 인정하고 영국은 네덜란드에 수리남을 되돌려주기도 했다.   


1838년 4월 16일 멕시코와 프랑스의 '케이크 전쟁'은 그 시작이 어처구니없는데  멕시코에 거주하던 프랑스 제빵사가 멕시코 치안 부재로 인한 자신의 손해를 멕시코 정부에서 보상해 달라며 6만 페소를 요구했는데 (당시 멕시코의 일당은 1페소 수준)거절당하자 프랑스 정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이렇게 시작된 전투에 패배한 멕시코는 결국 60만 페소를 제공해야 했다. 


흥미롭고도 아이러니한 사실은  바오로 3세 교황이 이미 1537년 6월 2일 '숭고하신 하느님이란 이름'으로 칙령을 공포해 원주민의 인권을 대변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의 역사는 교황의 칙령이 별 의미가 없었음을 알려준다.


유럽국가들은 '황금'앞에서 눈이 먼 듯 대륙 전체를 할퀴고 집어삼키고 나누었다. 원주민들과 크리오요, 흑인들은 각자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 대립하기도 했다.


비극적 역사와 별개로 이 시대를 살아냈던 다양한 인물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시몬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의 독립을 이끌어낸 영웅으로 한때 에콰도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지역을 아우르던 그란 콜롬비아'라는 나라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전설적 인물이다.   중남미 대륙에서도 남쪽 지역인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지역의 독립은 아르헨티나 산 마르틴 장군의 역할이 컸다. 


작가 에두아르노 갈레아노는 <수탈된 대지>란 책을 통해 500년 동안 유럽 식민지 지배를 받은 중남미의 현실을 알렸다.  도미니카공화국의  탄압을 받으며 독재자를 고발했던 미라발 자매는 국가의 폭력으로 죽음을 맞았고 이 자매들이 세상을 떠난 11월 25일은 여성폭력에 맞서 싸우는 날로 제정됐다. 포르투갈 왕자였던 페드루 1세는 스스로 브라질 초대 황제가 되어 브라질을 포르투갈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한 건 콜롬버스지만, 제대로 발견된 건 훔볼트가 다녀간 때부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을 연구한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6천 개에 달하는 동식물 표본을 수집해 중남미 생태계와 관련한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문화 국가가 된 중남미 국가들은 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듯 하다.


1948년 끔찍한 내전으로 2천 명이 목숨을 잃은 코스타리카에서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방법으로 군대를 폐지, '군대 없는 나라'가 되었다고 한다. 


1967년 2월 14일, 중남미 국가들은 핵무기 사용이나 실험을 모두 금지하는 비핵화에 합의했다. 


볼리비아는 2009년 국가의 정식 명칭을 '볼리비아 공화국'에서 '볼리비아 다민족국'으로 변경하며 원주민의 권리를 강조했다.


우루과이는 매년 12월 3일을 칸돔베의 날로 정하고 있다. 칸돔베는 해방된 아프리카 후손들 사이에서 시작된 음악과 춤을 뜻하는 단어로 우루과이에 남아 있는 아프리카 문화를 존중하고 보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1일 1페이지라는 형식 때문에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 지는 측면도 있지만 페이지마다 펼쳐지는 그날 그날의 중남미 역사에는 가슴 아프고 흥미롭고 때로는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중남미의 역사와 문화,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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