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나비 Jan 16. 2022

감정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자주 혼났다. 엄마는 사소한 실수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신경질을 냈다. 동생과 내가 잘못을 하면 잘 타이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해시켜야 하는데 화만 냈다. 작은 실수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엄마를 보고 눈치를 보며 자랐다. 엄마의 소통은 일방적이었다. 우리 사이에 깊은 대화는 없었다.


그런 소통의 방식 때문인지 나는 무슨 일이 생기면 부모는 물론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말해봐야 혼만 나고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떤 남자아이가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내 배를 때린 적이 있다. 나는 그 사실을 선생님에게도, 친구에게도, 부모님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한 번은 미술시간에 판화작업을 하다가 칼에 손이 베였다. 그때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양호실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교실로 돌아왔다. 중학교 때는 미용실에서 미용사가 실수로 내 머리에 작은 화상을 입혔다. 굉장히 아팠음에도 괜찮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벌써 20년, 30년 전 일이지만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때 느꼈던 억울함, 분노, 수치심 등을 표현하고 해소했어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억누르면서 내 영혼에게 상처를 입힌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랬다. 타인에게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내 주장을 하지 못했다. 잘못 배운 소통방식과 나의 내성적인 성격이 합쳐져서 감정을 억누르는 성향이 되어버렸다.


2년 전부터 마음공부를 하면서 억눌린 감정의 해악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 감정에 대한 이해도 생기고, 억눌린 감정들을 많이 풀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한 책을 만나고 시간이 더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바로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란 책이다. 책을 읽고 느낀 것은 다음번 글에 남기려 한다.


인류의 스승들은 한결같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고 말한다. 이 말속에 담긴 의미는 주어진 환경과 상황뿐 아니라,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까지 저항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온전히 수용하라는 말도 포함되어있다. 지금 느끼는 그 감정만이 진실한 것이고, 그것을 느끼고 표현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한다.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워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블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