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다. 동일본 대지진 등 일본에서 발생한 재난을 배경으로, 재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오랜만에 눈물 흘리면서 영화를 봤다. 그렇게 막 울건 아니었는데, 내 감성이 여려졌나...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는 더더욱.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극장에 가서 보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왠지 보고 싶었다. 뭔가 어떤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인터뷰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과거(재난 등)에 대한 애도와 치유'를 목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더불어 '과거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가 없다면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 메시지가 꼭 재난을 당한 생존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인생에서 고통을 겪고 아픈 마음을 가지고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아뢰옵기도 송구한 하미즈의 신이여,
머나먼 선조의 고향 땅이여,
오래도록 배령받은 산과 하천이여,
경외하고 경외하오며
삼가...
돌려드립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중
나는 왜 남자 주인공 소타가 재앙이 뿜어져 나오는 '문'을 닫으며 외치던 기도문 같은 것에 눈물이 났을까? 그 말이 내 마음 어디를 건드린 걸까? 오랫동안 억눌러 놓아 화가 난 '내면의 자아들'을 달래는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어서 그런 것일까?
소타가 주인공 스즈메에게 문을 닫을 때 과거 '이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과 그들의 감정을 느끼며 문을 닫으라고 한다. 그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 걸까? 그 행위 자체가 '치유'이고 '애도'이기 때문일까?
심리치료 중에 '내면아이 상처치유'라는 것이 있다. 우리 안에는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내면 아이란 어린 시절에 '상처받고 이해받지 못한 감정'이다. 그것을 치유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 그 내면의 아이(감정)들이 각종 중독, 인간관계의 문제 등 인생에서 많은 문제들을 일으킨다.
내면아이를 치유하려면 아프지만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과거의 아팠던 기억들, 상처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려서 그 아이가 느꼈던 감정을 충분히 느껴주고, 애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영화에서 스즈메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치유가 된다. 스즈메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4살 때 엄마를 잃었다. 11년이란 시간이 흘러 스즈메는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그녀 안에 '4살짜리 내면아이'는 아직도 엄마를 잃은 슬픔에 '저세상'을 헤매고 다닌다. 그 영향 때문인지 스즈메는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스즈메는 우여곡절 끝에 4살짜리 꼬마 스즈메를 만나서 스스로를 치유한다. 이 영화 정말 치유영화 맞구나 싶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봤다.
또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랑해서 뭐 해. 어차피 변할 건데.' 이렇게 시니컬하게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맞아... 사랑이 그런 거였지... 하고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주었다.
이 영화 다시 봐도 좋을 것 같다.
있잖아, 스즈메.
너는 앞으로 누군가를 아주 좋아하게 되고,
너를 아주 좋아하는 누군가와 많이 만날 거야.
지금은 캄캄하기만
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아침이 와.
아침이 오고 또 밤이 오고 그것을
수없이 반복하며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틀림없이 그렇게 돼.
그렇게 되도록 다 정해져 있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무도 스즈메를 방해할 수 없어.
너는 빛 속에서 어른이 될 거야!
<스즈메의 문단속>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