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일기: 모든 순간, 진심의 RM인터뷰를 보고
BTS의 팬이기에 인터뷰를 꼭 챙겨보기도 하지만, 그걸떠나 RM의 인터뷰는 볼 때마다 그 내용의 수준이 높고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이 많아 더욱 좋아한다.
이번 보그코리아 인터뷰도 역시나 너무 좋았는데, 답변들 중에 가장 좋았던 답변 하나를 메모해두었다.
현재를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꿈을 가진 계기는 무엇이며,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아트를 오래 접하고 음악도 오래 해오다 보니 결국 영원성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영원성에 가장 가깝게 가닿는 방법은 현재에 푹 잠식되는 것이라고 느꼈어요. 이 시대에는 특히나, 혹은 한국의 사회 환경 탓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리의 정신적 시제가 늘 과거나 미래에 가 있잖아요.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거나, 욕망하거나, 꿈꾸는 것들 모두 현재였고 현재일 것들인데, 정신이 계속 다른 시제에 가 있다 보면 지나갔거나 오지 않을 것들에만 집착하게 돼요. 하루에 딱히 어떤 성취감이나 달성한 느낌이 없더라도, 하루의 끝에 오늘 있었던 일을 상기하면서 ‘이렇게 많은 것을 하고, 많은 생각을 했구나’ 하고 달래줍니다.
그리고 좋은 일은 시작하기도 전에 아쉬워하거나, 아니면 나쁜 일을 두려워하거나 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편이에요. 루틴이 무척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작업, 술, 전시, 운동, 산책… 이런 키워드를 기둥처럼 세워놓고 곁가지를 뻗어나가며 살고 있어요. 나쁘지 않습니다.
보그 코리아 인터뷰, 모든 순간, 진심의 RM 중
https://vogue.co.kr/?p=362357
주로 미래에 대한 걱정에 집착하여 하루를 살아가는 축에 가까웠다. 오랜 시간 글쓰기와 많은 상담을 통해 이런 불안을 조금은 내려놓게 됐지만, 여전히 내 정신적 시제는 미래에 가 있는 편에 가깝다.
정신은 미래에, 몸은 눈앞에 닥친 일들을 헤쳐나가다보면 그저 아직 미래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나로 귀결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닥친 일들을 숨가쁘게 헤쳐나가지만, 당연히 나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되진 않고 오늘 미래를 위해 하려고 했던 나의 준비들이 완성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곧죽어도 이것이 완성형이 되는 시점은 없을텐데 말이다.
요즘엔 매일 더 열심히 일기를 쓴다. 매일 생각한 사소한 이야기들, 일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짧게라도 메모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다시 그 기록을 보며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글을 쓴다.
회사의 비중이 큰 요즘의 삶이다. 회사 생활이 그저 출근이 괴로운 일이 되지 않도록 매일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기록해보는데, 이렇게 하다보면 회사 안에서도 참 즐거웠던 일들이 많이 있다.
여전히 나의 계획들을 모두 해내지 못하는 것이 스스로석연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고 그 하루를 망친 하루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늘도 열심히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