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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Oct 02. 2023

버텨내면 그만인게 아픔이니까: 넬 콘서트 <Burn>

담담하게 전하는 위로

넬 클럽콘서트 <Burn>의 전국투어

2023년 여름, 넬의 클럽 콘서트 <BURN>의 전국투어가 시작되었다. 최근 페스티벌과 단독공연을 통해 넬 공연을 자주 보긴 했지만, 클럽 콘서트는 그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까운 공간에서, Burn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공연의 셋리스트는 어떤 곡들로 구성되어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수많은 넬의 공연을 보아온 팬으로써, 많은 공연들이 (특히 콘서트의 경우) 언제나 다른 컨셉으로 갈 때마다다 새로운 느낌을 받고 올 수 있었다. 이번 Burn 콘서트도 역시 그랬다. 새로운 컨셉, 새로운 셋리스트로 넬 매니아 뿐만 아니라 첫 공연을 본 사람들도 마지막엔 팬으로 만들어버린다. 매번 콘서트에 가면, 넬의 공연을 처음 오신 분들이 보이시는데 마지막엔 홀린듯 팬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고 올 수 있어 나까지 같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Burn 콘서트는 서울 노들섬 라이브하우스에서 4회, 전주, 부산, 최근 일본까지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이번에 서울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 전주 전북대학교까지 2회차의 공연을 다녀왔다.

요즘은 드럼 객원멤버로 밴드 피아의 멤버였던 드러머 양혜승님이 모든 공연에 함께 해주고 계신다. 나는 피아의 오랜팬이며, 이곳 노들섬 라이브하우스는 피아의 마지막 공연을 한 곳이었다. 피아멤버들의 공연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리워 했는데, 이렇게 혜승님을 다시 볼 수 있어 기쁜 마음이다.


넬 클럽콘서트 Burn 셋리스트

콘서트 타이틀답게 Burn과 어울리는 화려한 곡, 그리고 최근 공연에서 없었던 셋리스트로 구성되었다.

특히 넬 매니아라면 이곡을 라이브로 볼 수 있다고? 싶은 곡들 (특히 meaningless, take me with!)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기쁜 공연이었을 것이다.

Take me with는 넬의 초창기앨범 (지금은 공식적으로 구할 수 없는) reflection of의 수록곡으로 이번 공연에선 편곡 버전으로 볼 수 있었다.

서울과 전주, 부산공연에서는 셋리스트가 약간 달라졌다. 넬의 공연을 처음 오는 관객들의 비중이 많은 지방공연에서, 보다 대중적이고 알려진 stay와 기억을 걷는 시간이 추가 되었다. 셋리스트는 아래 유튜브 채널에서 들을 수 있다.


넬 콘서트 Burn 셋리스트 듣기


Wandader
Dear Genovese
Dream catcher
Tokyo
A.S
인어의 별
Burn
소멸탈출
부서진
Grow in the dark
Star shell
I need you
청춘연가
그리워하려고 해
Take me with
Cliff parade
All this fxxking time
Full moon
Ocean of light
meaningless
Good night (기억을 걷는 시간, 스테이)
Promise me
기생충


공연의 말: 버텨내면 그만인게 아픔이니까

새로운 관계에 대해서 이제 나이가 들수록 무서워지거나 두려워지는게 좀 있는것 같아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끔씩은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소중한 인연을 시작도 못해보고 이렇게 되는것보다는, 약간의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비했습니다.

부서질정도로 힘껏 부딪혀보고 그러는걸 겁내진 않았던 것 같아 버텨내면 그만인 게 아픔이니까, 안고 가면 그만인 게 또 슬픔이니까 - 넬, 청춘연가 -


앞으로 혹은 지금도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는 사람, 자기는 확신이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의심을 하게끔 만드는 그런 환경에 처해져 있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그런 곡입니다.

우리도 음악을 하다보면, 삶을 살다보면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고 익숙해지다보면,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태해지기도 하고 그런것 같아요. 그럴때마다 이 곡을 하면 어 맞네, 하면서 다시 내가 왜 음악을 하고 있는지, 또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고 공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한테도 에너자이저 같은 느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비난의 채찍과 멸시의 수갑을
외로움의 족쇄와 희망의 해체를
녹이 슨 열정과 망각의 권태를 이겨낼 수 있는
끝없는 용기를 Promise Me - 넬, Promise me-


넬 공연에서 내가 얻어오는 것은 공연의 희열 외에도 보컬 김종완님이 건네는 이야기들에 있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우리는 모두들 애쓰며 삶을 살아가고,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들이지만 그래도 그게 삶의 일부분이니까 힘내서 잘 살아가보자. 그리고 버텨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이 넬의 음악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이유가 되어 주겠다는 담담한 어조의 이야기들도, 마치 빗속에서 우산을 만난 느낌처럼 반갑고 따뜻하다.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이 쌓여갈 수록 무덤덤해지는 부분이 있는 반면, 어떤 부분에서는 이것이 나에게 고통일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아버렸기에 이제 더 이상 그 길을 걸으려 하지 않거나, 혹은 관계에서도 상처받지 않으려 용기내는 일을 포기하기도 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몰라서 부딪히는 것을 겁내지 않았던 청춘의 날들만큼 다시 무모해질 순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도록 용기를 내보는 날들도 만들어나가면 좋지 않을까,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말들이 좋았다.


우리도 살아오다 보니 그렇더라. 누군가는 현실을 살아가기도 힘든데 꿈같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한다. 우리도 익숙하게 오랫동안 이 일을 하다보면 권태에 젖기도 하며 우리가 꾸던 꿈을 망각하거나 의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시 우리의 노래를 부르며, 꿈을 꾸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에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의 차이를 느끼고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렇게 잘 버텨내주면 좋겠다. 라는 말들을 차분한 목소리와 이런 이야기가 담긴 음악으로 들을 때, 나는 버텨낼 용기를 한움큼 얻어서 돌아온다.


‘삶을 버텨낸다’라는 말이 참 서글프다고 생각되어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삶은 고통의 연속이며,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순간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이제는 그 시간을 덜 아프게 보내고 그 후에 누릴 기쁨을 더 생각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버텨내면 그만인게 아픔이니까.



공연여행을 다니면서 음악과 공연의 단상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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