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하기
2023년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절 주절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올해 일년동안의 이야기와 감정을 한 줄로 요약하기 쉽지 않았는데, 내 이야기를 들은 언니가 나의 1년을 한줄로 요약해주셨다.
“너에게는 극복의 한 해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를 우선에 두지 못한 삶을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답답해한다. 힘들다고 하면서 왜 항상 지나치게 일을 하고 병이 나는지, 어디에서는 하는 만큼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권리를 요구하지 못하는지, 왜 그렇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지에 대해 걱정과 안타까운 마음을 섞어서 답답해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본래 습성이 있어 모든 행동에서 나를 자꾸만 잊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는 "모든 일에 나를 먼저 생각하자"는 (나에게만큼은 매우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
평생을 나를 뒷전에 두고 살던 사람이 내년에 목표를 세웠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계속 보고 생각하는 행동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고 살아보기로 했다.
올해 잘한 일
1.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다.
작년부터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의 변화 때문에 약의 도움을 받은지가 1년 반 정도가 되었다. 약을 통해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으며 좋아지고 있지만, 그것보다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왜 이정도로 힘들었는가에 대해 스스로 많이 생각해보고 조절하는 방법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남에게 했다면 폭력에 가까운 행동들을 가하다보니 어떤 것을 성취에도 만족이라는 것은 없고, 이것에 대한 누적치가 결국 몸과 마음의 병으로 왔다. 습관처럼 나를 공격하려고 할 때, 의식적으로 멈추기 위한 노력을 했고 이것이 잘 되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이 도와 주기도 했던 것 같다.
올해 마지막 병원을 다녀오고, 의사 선생님과 나의 불안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내년엔 의존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2. 코로나 기간 동안 못봤던 공연을 원 없이 봤다.
10년 넘게 공연을 보면서 최근에는 처음만큼의 감동이 오지 않는 것에 대해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왔고 공연을 볼 수 없게 언제나 공연을 볼 수 있을 때가 너무나 그리워졌다.
2023년은 코로나 이후 공연과 페스티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였다. 페스티벌의 문화는 해당 음악을 좋아하는 매니아들만 모이는 분위기에서 점점 젊은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 넬과 페퍼톤스가 올해 특히 많은 활동을 해 준 덕분에, 매번 공연장에서 두 밴드를 만나는 행복감도 누릴 수 있었다.
올해 다녀온 공연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후지록페스티벌. 이제 우리나라에서 없어진 자연형 페스티벌이 일본에는 아직도 대규모로 열리고 있어서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엄청나게 큰 산 속에서 매우 큰 규모로 열리는 페스티벌의 경험은 고생스러우면서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전반적으로 고생스러운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하기도 하지만, 이런 고생을 무력화 시킬 정도의 좋은 공연이 있기 때문에 몸의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아 다시 또 매년 고생을 반복하는게 자연형 페스티벌의 중독성이다.
가장 분위기가 좋았던 공연은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의 원픽페스티벌이다. 연세대 캠퍼스의 분위기도 그렇고, 노천극장으로 가는 길은 워낙 푸르른 느낌이어서 이곳에서 하는 공연의 대부분의 분위기는 특히 좋았던 기억이 있다.
최고의 공연은 2023년을 시작하게 한 Nell's Room과 마지막 Nell's Room이었다. 같은 아티스트의 공연을 여러번 보면 너무 식상하지 않냐 생각할 수 있는데, 넬의 공연에 대한 장인정신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갈 때마다 다른 느낌과 시각적, 청각적으로 심지어 후각으로도 엄청난 만족을 느끼고 올 수 있다.
2022년 12월 31일의 Nell's room은 무대의 가로와 세로 전면을 스크린으로 꽉 채운 공연장에서 엄청난 비주얼아트와 함께 3D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비주얼적인 만족감은 넬 공연중 역대급으로 좋은 반응이 있었던 공연이었을 것이다.
2023년 크리스마스에 진행한 Nell's rooms은 되려 슬픈 기분이 더 많이 드는 공연이었는데, 그 동안 화려한 비주얼과 조명으로 가득했던 공연에서, 그 요소를 제거하고 깔끔하면서도 공연 자체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영화같은 느낌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에 가득한 향기와 12seconds의 꽃가루를 잊지 못할 것 같다.
2022 Nell’s Room으로 새해 첫 시작 (잠실 학생체육관)
페퍼톤스&정승환 공연 (성남아트센터, 공연 후 퇴근길이라는 것을 첫 체험해봄)
러브썸 페스티벌 (잠실 종합운동장)
원픽 페스티벌 (연세대 노천극장)
박효신 뮤지컬 <베토벤>
넬 단독 콘서트 <Dance in the rain>
서울 재즈페스티벌 (비가 엄청 많이 옴. 올림픽 공원, 에픽하이 단독공연 수준으로 좋았음)
고려대학교 대동제 축제 (YB, 에일리, 자이언티, 귀여운 대학생들은 목소리도 다르다)
메가필드 페스티벌 (난지한강공원, 피아 양혜승 드럼 직관)
페퍼톤스 2023 클럽투어 (전주. 퇴근길 체험)
페퍼톤스 2023 클럽투어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 (대자연의 시련)
전주락페스티벌 (JUMF + 전주여행)
2023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 (송도 달빛축제공원)
넬 클럽공연 <Burn> (전주 전북대학교)
넬 클럽공연 <Burn>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
렛츠락 페스티벌 (난지 한강공원)
2023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올림픽공원)
2023 경기 인디뮤직 페스티벌 (안산 와 스타디움)
엘레가든 내한 공연 (예스24 라이브홀)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 삼락생태공원)
노리플라이 단독 콘서트 <사랑이 있었네> (신한카드 라이브홀)
god 단독 콘서트 <Master of Piece> (올림픽 체조경기장)
넬 크리스마스 콘서트 Nell’s Room 2023 (잠실 학생체육관)
3. 운동이 가능한 + 달릴 수 있는 몸이 되었다. (인바디 점수 10점 상승!)
나는 운동을 싫어한다. 매번 운동을 결심하고 시작하면 초기에 느끼는 그 피곤함을 견디지 못했다. 운동을 하는데 더 몸이 피곤하고, 일에 집중이 안되니 쉽게 포기해왔다. 올해는 이 심리적 장벽을 살별서 처음으로 깰 수 있었던 해였다.
운동을 하게 된 계기는 살기 위해서였다. 앉아서 하루종일 일만 하다보니 연초에 체지방이 40%에 육박했고 원래 안좋은 체력마저 극심하게 떨어졌다. 나에게 맞는 운동도 모르기 때문에 일단 헬스, 필라테스, 러닝 등을 다양하게 시도해봤다.
러닝은 자주는 못했지만, 페어링스 러닝크루를 따라서 모닝런을 시작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100미터를 달리는 일도 너무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주고 함께 달려준 분들 덕분에 어느 순간에는 5km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3월 동아마라톤 당시에는 골반도 아프고 너무 힘들어서 뛰기+걷기로 겨우 10km을 완주했는데 11월 JTBC 마라톤에서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뛰어서 들어갔다는 점에서도 많은 발전을 느낀다.
헬스를 하면서 체지방도 10프로가 줄고 몸무게가 6키로가 빠졌다. 변화는 스스로가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므로 운동이 정말 몸과 마음에 좋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
여전히 운동을 하는 것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좋음을 잘 알게 된 덕분에 내년엔 더 좋은 결과를 수치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해 볼 계획이다.
4. 피하고 싶었던 리더십 극복 & Leader to Leader 프로그램 수료
진희언니의 추천을 받아 리더십 멘토링 프로그램을 1년동안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여했다. 처음에는 솔직히 무슨 프로그램인지 잘 모르고 갔다. 언니가 1년 동안 너무 많은 도움을 많이 받고 열심히 참여한 프로그램이라 내가 꼭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말에, 일단 나도 꾸준하게 잘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참고로 언니는 절대 그냥 억지로 시간을 허비하는 분이 아니다.)
조직 내 팀의 구성원으로써, 주어진 일을 잘 하는 실무자로 13년을 지내오면서, 나는 리더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하기 싫다는 두려운 마음이 가장 컸다. 특히 IT업계에서 이 정도의 연차는 실무자로 계속 일하는 사람도 아직까진 많기도 하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리더는 피곤하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일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살아간다.
스타트업에 오면서 어쩔 수 없이 리더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하려면 작은 조직에서부터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조직임에도 여러가지 관리의 어려움들이 존재하는데, 이 과정에서 LTL이 아니었다면 올해의 리더십은 더더욱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연초와 지금을 생각해보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제로 우리팀의 팀원들이 변화한 모습을 눈에 띄게 느낄 수 있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 측면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를 리더로 인정해주는 친구들의 심경의 변화(?)를 보면서, 진심으로 그 사람이 잘 되기 위해 함께 고민해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매월 세션에 이미 오랜 시간 커리어의 정점까지 가보신 경험을 하신 멘토 리더님들을 통해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방법론적인 리더십을 알려주시는 것이 아닌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멘토링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눈앞에 닥친 순간에 급급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하며 일을 그르치기도 하는 우리 나이대의 조급한 친구들에게 잠시 멈춰서 깊게 생각할 시간을 주셨던 것 같다.
LTL에 함께 참여하신 동기분들은 이미 다양한 분야의 조직에서 훌륭한 리더의 역할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너무 철이 없어서 사회에서 어른의 모습을 하고 지내는 것도 솔직히 힘겨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 분들을 보면서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막연하고 까마득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깎여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5년, 10년 후쯤에 나는 내가 생각한 사람이 되어 있을 수 있을까.
5.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부탁을 한다는 것)
스타트업에 오면서 일의 범위가 늘어나고 회사에 필요한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모르는 일을 해야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아무리 서치를 잘해도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정보가 있다보니 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았다.
올해에는 용기를 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예전 같으면 상대방이 바쁠까봐 미안해서 말도 꺼내지 못했을 이야기에 대해 용기를 내서 질문을 하고, 알아봐 줄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했다.
이 때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것을 보고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받으면서 안절부절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요즘은 나도 언제든 살면서 이 사람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구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나한테는 진심으로 좋았던 일이었던 것 만큼, 그 사람들도 나에게 도움을 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다.
6. 6개월의 독서모임으로 최근 많은 책을 읽었다.
옆 팀 동료의 제안으로 아침 8시 30분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약간 망설였으나, 일단 해보자 하고 3명이서 시작했는데 6개월 정도 꾸준히 이 모임을 지속하게 되고 중간중간 책 리뷰도 하면서 최근 10년 통틀어 가장 많은 책을 읽은 것 같다.
상시로 몸이 고장나서 종종 지각을 하기도 했지만(지분이 높아서 조금 부끄럽다.) 어떻게든 출근길에라도 랜선 독서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가끔씩 지각비로 독서모임에 하는 친구들과 맛집에 가서 맛있는 오징어회도 먹고, 한강에 가서 한강 라면도 먹었다. 점심에 참치 플렉스를 하기도 했다.
평소 많은 업무에 회사에서 대화도 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런 시간에나마 가끔 회사 친구들이랑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더욱 이 모임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는 다같이 방전되고 고장 나는 바람에 올해 마무리가 조금 아쉬웠지만, 원래 새해에는 다시 다짐하는 만큼 또 꾸준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7. 음악학원 취미 생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공연 보는 것도 좋아하다보니, 취미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노래를 듣다보면 잘 따라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보컬학원을 등록했다. 처음에는 너무 재밌었는데, 올해 1년 내내 감기와 알레르기로 고생하면서 수업에서도 점점 효율이 떨어지는 날이 많이 발생했다. 선생님들도 안타까워하면서 이 상태로는 노래 수업을 하는게 효과가 별로 없다고 말씀을 주셔서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렇게 적은 비중으로 시간을 쓰던 작곡 수업의 비중을 늘려서 몇개월동안 큐베이스 수업을 듣고 있는데, 조금씩 하다보니 익숙해지고 올해 2개의 곡 초안 작업을 완료했다.
마침 기회가 되었던 것른 리더십 세션을 통해 평소 작사가 취미이고 생각한 멜로디까지 있으나, 구현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어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적인 스킬은 익히면 익숙해지는 일이지만, 멜로디는 창작의 영역이라 들어도 거슬리지 않을 수준의 노래를 만드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만일 혼자 생각해서 했다면 아마 초안도 못만들었을텐데, 이렇게 곡을 만들고 나니 너무나 뿌듯한 기분이 들고 작곡의 취미가 더 즐거워졌다.
내년엔 목이 좋아져서 노래를 다시 더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8.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올해는 어떤 계기인지 모르게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만나는 인연마다 나를 좋게 봐주시고 좋은 인연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을 올해처럼 많이 만난 적은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사실 그렇게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아닌데 (스스로만 아는 내면의 못됨도 알기 때문에..) , 나를 보고 본인의 마음이 착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그만큼 진짜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커져 갔다.
1) 급격히 낮아진 면역력으로 계속 아픈 상태로 1년을 보낸 것
원래도 면역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지만, 2023년엔 특히 심각하게 자주 아팠던 것 같다.
코로나에 2번째 걸리고, 독감에 매월 몸살 때문에 아팠다는 메모가 빠짐없이 있다. 12월 독감 이후에는 기운이 너무 없고, 감기인지 알레르기인지 모르게 여러 부위가 돌어가면서 아픈 상태가 지속되니 너무나 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프니 좋아하는 것을 하더라도 그것을 100%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중간중간 좋은 시간들이 많았는데 아프지 않았으면 그 시간이 훨씬 더 즐거웠을 것 같다. 매일 아픈 몸 상태로 지내며 다른 사람들도 평소 이렇게 힘든 몸 상태로 살아가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잠을 넉넉히 자지 않고 내가 가진 에너지보다 과한 에너지를 써야하는 일들을 많이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가 항상 지속되었던 것 같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 여러가지 종류의 일을 한번에 하는 일,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일.. 어쩌면 이러한 일들이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 아닐까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내가 가진 에너지보다 과한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면 2가지 방법이 있다.
1) 현재의 일을 중단한다. (수동적이고 빠른 방법)
2) 가장 중요한 일에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효율을 발휘한다.
현재의 일을 중단하는 일은 수동적이면서도 가장 빠른 방법이다. 대신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또 똑같은 스트레스에 부딪히게 된다. 앞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저 일들을 마냥 피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중요한 일에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효율을 발휘하는 스킬을 획득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일 것이다. 언제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나의 성향이 이젠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갑자기 사람이 한순간에 달라지긴 쉽지 않지만, 내년에도 계속 이런 상태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하루에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사용하는 비중을 조절하고 점검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2) 나를 중심에 두지 못한 삶
평생 잘 못해왔던 것을 올해도 역시나 잘 하지 못했다.
몸이 아프고 피곤해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하느라 시간을 쓰면서 일상을 무너뜨렸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눈에 띄는 변화는 연초에 깨끗하게 청소하던 집이 정리가 안되고 지저분해 진 것,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들과의 시간에 소홀해진 것, 면역력이 낮아지면서 항상 아픈 상태로 지낸 것. 안색이 눈에 띄게 안좋아진 것. 정신이 없다보니 정신 없는 행동 (치약을 손에 짠다거나 버리지 말아야 할 물건을 버린다던가..) 등등 눈에 보여지는 일상이 무너진 행동을 하며 1년을 보냈다.
무엇보다 돌아보고 나니 마음이 가장 좋지 않았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소홀해가며 내가 얻으려고 했던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렇게까지 소홀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열심히 해왔을텐데 무엇을 위해 이렇게 했느냐 라고 묻는다면 할말이 없었다.
그냥 그 상황에 일을 끊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항상 후순위에 있기 때문에 내 눈앞에 있는 일이 가장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중심에 두지 못한 삶은 결국 허무함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에 따라오는 결과에 대해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단순히 일의 진행이 아니라, 나의 삶을 위해 무언가를 함께 해주는 리더를 만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반대의 경우 본인의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한다. 결코 나를 위해 하는 행동은 없다. 진희언니가 항상 말했듯, 삶은 기브 앤 테이크여서, 나도 그저 주기만 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년의 목표는 모든 일에 나를 먼저 생각하기이다. 매번 남을 먼저 생각했던 삶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년을 살고 싶다
3) 개인 프로젝트를 하나도 하지 못한 점
매년 개인 프로젝트를 조금씩 진행했었는데 올해는 하나도 하지 못한 것 같다. 기존에 하던 것들도 모두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중단하거나, 중간에 가볍게 시작한 일들도 꾸준히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내년에는 작은 프로젝트라도 조금씩 다시 시작해보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을 너무 미루지 말자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다음에 보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음에는 보고 싶어도 못볼 수도 있다. 즐길거리 뿐만 아니라 내 옆에 있는 가장 소중한 가족들,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작은 시간이라도 내서 미루지 않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