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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Apr 21. 2024

코타키나발루에서는 한국어만 할 줄 알면 된다

한류와 관광객들의 힘 


영어 때문에 여행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영어가 필요 없다. 코타키나발루 사람들이 한국어를 잘하기 때문이다. 코타키나발루 관광의 주 수입원이 중국인과 한국인인 고로 그들은 여행지에서 필요한 만큼의 의사소통을 할 줄 안다. 존댓말은 그들이 잘 모르지만 "기다려", "천천히", "잠깐만", "아이구~", "밥 먹어", "가자" 등등 


특히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나이트마켓에 가면 "언니", "이리 와", "맛있어요!" 하며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의 한국 이름을 줄줄이 읊기도 한다. 


당연히 한류의 영향도 있다. 어딜 가나 케이팝 K-Pop이 들려온다. 탄중아루 나이트마켓에서는 원로가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는 수상가옥을 구경 갔을 때는 내가 "안녕"하고 인사하자 그들도 "안녕!", "안녕!" 하며 답하고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한 소녀는 "사랑해!"라고 한국어로 외쳤다. 나도 "사랑해!"라고 답하자 다른 아이들도 이를 배워 다 같이 "사랑해"를 연신 외쳐댔다. 



물론 한국어가 완벽하진 않다. 번역기 한국어 이기 때문에 한국인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마사지숍에서는 무료 이동수단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무료 '송금'을 제공한다고 적어두기도 했다. 그래서 이 귀여운 실수(?)에 대해 한국어의 의미를 설명해 주고 맞는 한국어 문구로 고쳐주고 왔다. 


P.S. 코타키나발루 마사지숍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글에 적어두었다.



필리피노 마켓에서는 망고를 팔며 '초마력구리'라는 한국어를 적어놨다. 자꾸 '존맛탱구리'라고 하던데 아마 정확한 한글을 모르는 상태에서 적다 보니 실수가 발생한 모양이다. 필리피노 마켓 상인들은 한국어를 꽤 잘한다. 연신 내게 "연진아! 망고 존맛탱구리!" 하며 외쳐댔다. 

우리는 이제 '존맛탱구리'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마치 영어도 영어사용 국가들에서 사용하는 단어, 표현이 조금씩 다르듯 '존맛탱구리'의 업데이트는 아직 되지 않은 모양이다. 캐나다에 지낼 때도 교민들은 약간 예전 한국어를 사용했다. 예전 유행어인 '지구를 떠나거라'라는 등의 농담을 하시는 교민도 계셨다. 



한국에서 뻗어나갔다는 '손가락 하트'도 할 줄 안다. 이들은 스노클링 가이드들로, 스노클링에 대한 글은 아래에서 조금 더 읽어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유행했던 코리아 아미 티셔츠를 입고 있거나 아예 '서울'이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있는 코타키나발루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나는 MZ세대이나 약간 사이에 낀 세대다. 2004년, 2010년도에 해외에 나갔을 때만 해도 '한국'하면 "노쓰?" "싸우스?"를 묻거나 "횬다이", "샘숭"이 다였다. 아마 Z세대는 나같은 M세대와는 달리 일찍부터 '세계 속의 한국'에 대해 빨리 체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떼만해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 줄도 모르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그때는 은근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한국이 '세계인의 한국'이 된 느낌이다. 감개가 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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