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인턴 구하기, 꼬꼬마 인턴이 남기는 사적 꿀팁(?)
지난 1월, 내 머릿속에는 이 생각만 가득했다.
남은 6개월, 이대로 보낼 순 없어!(대충 16시간 넷플릭스 보는 삶)
남들은 잘만 구하던데...
인턴을 어느 회사에서 어떻게 구하지?
일단, 그때의 불안과 걱정이 무색하게도 나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각각 3개월씩, 총 인턴 6개월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청나게 많은 인턴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지막지한 기업에서 인턴을 한 것도 아니다.
사원수가 100명 조금 넘는 공유 주방 스타트업에서 3개월간 '크리에이터' 인턴으로 일했고, 국내의 화장품, 생활용품 회사 아*레퍼*픽(안 가려도 될 거 같지만)에서 BM팀 '디자인' 인턴으로 3개월간 일 한 게 전부다.
다만 그때의 나와 같은 막막한 마음으로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일단 '인턴'이란 거, 한번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생각하고 구직을 시작해야 한다. (눈물에서 우러난 조언이다.) 무작정 아무 데나 '디자인' 들어간다고 지원하면, 후회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 경험하고자 하는 바에 대하여 생각해 본 뒤, 지원 공고를 둘러보면, 어디에 지원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디자인 역량을 키우고 싶다, 특정 디자인 분야의 경험과 능력치를 기르고 싶다면 에이전시나 스튜디오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 내고 싶고, 실무를 빠르게 습득해보고 싶다면 스타트업으로, 대기업 문화가 궁금하다! 인턴 경력을 채울 탄탄한 스펙이 필요하다면 대기업으로.
이 정도가 보편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개인의 의견이고, 실제 현장에서는 기업 바이 기업이 너무 크다. 같은 대기업 인턴도 천차만별이다. 그 대기업 안에서 '팀바팀', 팀별로 다른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럴 때는 어떡하죠? 별 수 없다. 먼저 인턴으로 재직한 선배나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보던가, 면접장에서 기업 분위기를 최대한 파악해보는 것뿐이다. 그리고, 기도하기. 제발, 제발 꼰대 조직만 아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사실, 어디에서든(^^) 인턴 경험은 한 번쯤 해볼 만하다. 조직 문화라던지, 어떻게 사내 복지를 제대로 챙길 수 있는지... 등 ㅎㅎ 회사생활을 해 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조직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나의 경험에 따르면, 두 형태의 조직은 둘 다 장단점이 매우 확실한 편이다. 대기업에서 일해 보고 '나는 워라밸 절대 지켜 파니까 무조건 대기업에서 일해야지', 할 수도 있다. 또 그랬던 사람이 스타트업에서 일해 보고 나서야 '아 나는 스타트업을 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구나!' 하고 냉큼 창업 준비를 하게 될 수도 있는 거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공고에 나온 업무를 잘 읽어보고, 내가 해 보고 싶은 일이면, 고민 말고 지원해보자!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은지 결정했다면, 다음은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면접 준비를 하고.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쉽게 풀리는 것 같다. 실제 일 해 보니 그랬다.
우리가 정규직으로 들어가려는 것도 아니고, 단기 인턴으로, 또 배우려고 들어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애초에 회사에서도 우리에게 엄청난 걸 바라지 않을 수 있다.(스타트업은... 제외) 포트폴리오도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자. 그냥, 긴장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과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일하고 싶은지, 얼마나 열심히 할 건지! 를 어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주눅 들지 말고 일단 지원하는 것. 로또도 사야지 당첨이 되니까.
내가 6개월 인턴 경험을 얻기 위해, 지원한 스튜디오+국내외 기업이 총 총 17곳이다. 서류합격 후 면접까지 간 곳은 8곳. 소규모 브랜딩 스튜디오부터 엔터테인먼트 회사, 해외 유명 자동차 기업까지, 정말 다양하게 지원했다. 인적성 검사부터 일대다, 다대다, 그리고 AI면접까지 다양한 면접 방식도 경험할 수 있었다. 최종 합격한 곳은 세 곳. 그중 한 곳은 아쉽지만 거절 의사를 알렸고, 나머지 두 기업에서 6개월간 일했다.
이렇게 많이 떨어졌다니... 좀 부끄럽지만(ㅎ) 이걸 공개하는 이유는 당신이 떨어진 이유가 당신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해서이다. 실제로 나는 나보타 훨씬 더 나은 스펙의 사람들(박, 석사 학위, 수많은 대외활동들...)과 다대다 면접을 진행한 경우가 꽤 여럿 있었는데, 당연히 내가 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합격 문자를 받은 경험이 있다.
왜 그분이 떨어졌는지 물어봤더니, 단순했다. 이 인턴은 채용 연계형이 아니었는데, 내가 휴학생이라 공채가 떠도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아서, 나를 뽑았다는 거다. 이렇게 참 다양하고 사소한 이유로 우리는 붙고, 떨어진다. 인턴 구직을 하며 나 또한 탈락 문자를 수십 통을 받았다. 그리고 매 번 상처 받았었다. 하지만 당신들은 탈락했더라도 낙심하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까.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것, 내가 제일 잘 안다.
도무지 탈락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 면접관의 연락처로 예의를 갖추어 탈락 사유를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생각보다 많은 면접관 분들이 친절하게 답을 주신다. 그들도 한 번쯤은 나와 같은 위치에서 면접을 봤던 사람들이다. 다음 면접을 위한 큰 도움이 되기도 하니, 안 물어볼 이유가 없다. 많이 떨어져 봐야 성장한다. 여기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 다른 곳과의 면접에서 활약하면 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면, 그리고 마음이 맞아 합격했다면, 이제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면 되는 거다. 나는 내 진로 분야와 조금은 떨어진 분야에서 디자인 인턴을 했다. 조금 후회되는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인턴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새로운 분야에서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낀다.
6개월 전의 나는 막연히 “난 나인 투 식스를 절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회사생활이 나와 잘 맞았다. 그때의 나는 딱딱한 조직만 상상하고 있었어서, 3개월 뒤에 내가 전 회사 대표님과 술 약속을 잡고, 전 동료들과 모여 즐거운 추억을 남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스타트업 일을 하면서, 이렇게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일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코로나 이슈로 자택 근무를 하며, 직장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 괜히 '회사 다녀봐야 안다' 고 하는 게 아니었다.
앞서도 말했듯, 일단 한번 지원해 보자! 떨어졌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보자. 어찌 되었던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곳에서의 나는 또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성장은 아름답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아서 글이 길어졌다. 요약하자면, 이 정도인 것 같다.
+면접관에게 과감하게 질문해도 된다, 실패의 경험을 성공의 길잡이로 만들자.
6개월 간의 인턴은 끝났지만, 유당탕탕, 내 삶은 오늘도 시끄럽다. 195일간의 유럽 횡단 교환일기부터 부동산 사기당하고 집 구하기까지, 계속해서 나는 개인적이지만, 어쩌면 사적이지만은 않을 이야기들을 이곳에서 해 보려 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다음 글에서 뵙기를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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