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되네? 베이킹 연금술
재료
파이도우: 박력분 136g, 차가운 버터 70g, 노른자 12g, 소금 1g , 물 32g
아몬드크림: 상온 버터 80g, 미지근한 계란 80g, 슈가파우더 80g, 아몬드가루 80g, 박력분 10g, 럼 5g
사과 1개
살구잼 40g, 물 10g
타르트 팬 3호
만드는 법 (유튜브 자도르님 레시피)
[반죽]
(1) 소금, 물, 노른자는 미리 섞어 차게 보관한다.
(2) 박력분에 정육면체로 자른 차가운 버터를 넣고 버터가 팥알~쌀알 정도 크기가 될 때까지 다져준다.
(푸드 프로세서 없어서 스크래퍼로 다짐) / 버터를 너무 잘게 다지면 안 되고 적당한 크기까지만!
(3) 박력분+버터다진 것 가운데에 홀을 파고 노른자, 냉수, 소금 섞은 것을 부어준다.
(4) 대충대충 슬슬 섞어주고, 액체가 흡수되고 날가루가 조금 남아있을 때부터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스크래퍼로 누르면서 뭉쳐준다.
(5) 거의 한 덩어리가 되면, 반을 뚝 잘라 위에 얹고 겹쳐 누른다. 이 작업을 4~5번 정도 반복한다. (결을 만드는 작업, 버터가 녹기 전에 신속하게)
(6) 둥글고 납작하게 만들어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휴지 한다.
[아몬드크림]
(7) 실온에 둔 버터를 가볍게 풀어둔 뒤 슈가파우더를 넣고 중속으로 휘핑한다. (잘 섞일 정도로만)
(8) 미지근한 계란을 7~8번에 나눠 넣으면서 휘핑해서 완전히 유화시킨다. (계란은 꼭 차갑지 않게, 완전히 유화될 때까지 나누어서!) (몽글몽글하게 뭉치면 아몬드가루를 약간 넣으면 잡을 수 있다고 한다.)
(9) 어느 정도 크림 같은 질퍽하게 질감이 되면 아몬드가루와 박력분을 채 쳐 넣고 주걱으로 가볍게 섞는다.
(10) 럼을 추가해서 가볍게 섞는다. (자도르 슨생님처럼 나도 집에 있는 맛있는 골드럼을 넣었다)
(11) 사용 직전까지 냉장고에서 휴지 한다.
[이후 과정]
(12) 단단하게 휴지 한 반죽을 덧가루를 뿌려가며 3mm 두께로 밀어준다. 동그란 모양이 되도록 돌려가며 사방에서 밀어준다.
(13) 어느 정도 반죽이 넓어지면 틀을 다 감쌀 수 있는지 틀을 대어 크기를 비교해본다.
(14) 밀대로 반죽을 감아 조심스럽게 틀 위에 놓고, 반죽이 찢어지지 않게 틀 안에 구겨 넣어 위치를 잡아준다. (15) 틀의 옆면에 올록볼록한 부분에 반죽이 뜨지 않게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다.
(16) 스크래퍼로 안에서 밖으로 썰듯이 잘라 끝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다시 냉장에서 휴지 시킨다.
(17) 사과는 얇게 세로 방향으로 잘라준다. (나는 껍질채 사용함)
(18) 휴지 시켜둔 반죽을 꺼내 바닥을 포크로 콕콕콕 찔러준다.
(19) 휴지 시켜둔 아몬드크림을 틀 안에 넉넉히 채워주고, 위쪽을 스크래퍼로 평평하게 정리한다.(너무 가득 채우니까 살짝 부풀어올랐다. 너무 꽉 채우진 않는 게 좋은 듯)
(20) 사과를 촘촘하고 일정하게 얹어준다.
(21) 175도에서 50~55분 구워준다.
(22) 살구잼과 물을 전자레인지로 살짝 뜨거울 때까지 가열하고 잘 섞어준다.
(23) 다 구워진 타르트에 살구잼물(?)을 붓으로 잘 펴 발라주고, 식은 후에 한번 더 발라준다.
베이킹은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작업이었다. 요리는 좋아하기도 하고 어찌어찌 곧잘 하는데 베이킹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던 이유는, 우선 나는 빵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전형적인 밥순이로서, 메인 식사와 짠 것을 좋아하지 단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각종 디저트류에도 시큰둥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대부분 달콤한 빵류와도 거리가 멀었다. 나름대로 멋진 빵집이 많은 동네에 살고, 먼 타지의 사람들이 소위 말해 '빵지순례'한다고 찾아오기도 하던데 나에게는 그저 고소한 내음이 나는 예쁜 가게일 뿐. 식사빵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럴 거면 밥이나 면을 먹지' 하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밥이나 면과 달리 빵은 다른 것과 곁들여 먹기가 비교적 쉽지 않아서일까. 뭔가 주르륵 흐르는 특정 음식들 (스튜같은...)하고나 어울려서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빵에 대한 나의 선호와는 상관없이, 오븐이 없었다. 흑흑... 오븐이 없으니 아예 해보자는 시도를 하지도 않았다. 요즘엔 노오븐 레시피라고 해서 에어프라이어나 밥솥을 이용하기도 하고 대충 재료를 합쳐놓은 어떤 것을 연성하기도 하던데, 빵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열심히 노오븐 레시피를 찾아가면서, 뭔가 완벽하지 않은 것을 해 먹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오븐과 더불어 베이킹은 요리와는 상당히 다른 영역으로, 솔직히 부엌에서 한다는 점 빼고는 완전히 다른 활동이라, 들어가는 재료도 많이 달랐다. 계란, 소금, 설탕 이외에 거의 대부분의 재료를 새로 사야 했다. 빵마다 들어가는 재료는 어쩜 그렇게 다른지. 또 재료뿐이랴, 효율적인 베이킹을 위해서는 뭔 도구가 그렇게 또 많이 필요한지. 솔직히 도구 없이도 어찌어찌 해 나갈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실력이 없는 상태에서 초심자가 도구까지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들이는 수고는 극대화하고 성공 확률은 낮추는 그런 행위였다.
그러던 나에게, 작지만 똘똘한 오븐이 하나 생겼다. 미니오븐이지만 어차피 한 끼 음식으로는 충분해서 라자냐도 굽고, 삼겹살도 굽고, 재밌게 지내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또 뭔가 아쉽다. 오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나도 베이킹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해본 것이었다. 사실 애플파이가 첫 베이킹은 아니었고 (나는 처음부터 이런 난이도의 요리에 도전하지 않는다.) 집에 있는 재료와 도구로 가장 쉽게 해 볼 수 있는 메뉴, 그리고 가장 쉬워서 베이커로서의 나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메뉴를 고민하다 작고 귀여운 플레인 스콘(스콘에 넣을 부재료조차 없어서 플레인 스콘...!)을 성공하고 나서야 나는 베이킹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선언하고 말았다.
달콤한 빵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래도 어디 가서 꼭 사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파이류였다. 달긴 무척 달지만, 그 바스락한 식감과 달콤한 필링의 조화가 마치 느끼한 것과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 같은 조화로움이랄까? 하지만 우선 사 먹을 때는 파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고 그렇게 많은 재료가 들어가는지, 그 많은 도구들이 필요한지 몰랐다. 그래서 이 파이 한 판을 굽는 데에 엄청나게 많은 택배 상자들이 동원되었다. 음 그래도 특히 반죽기 없었으면 난 못했을 거다. 반죽기를 선물해주신 선배님 너무 고마워요. 역시 도구와 재료는 실력을 압도한다.
그래서 처음 해본 베이킹의 느낌은, 마치 화학 실험 같은 느낌이었다. 요리는 레시피처럼 하지 않더라도 얼추 비슷한 것이 나오기도 하고, 중간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더라도 어찌어찌 보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은데, 베이킹은 중간 과정(특히 크리티컬한 어떤 과정들)에서 뭔가 잘못되어 버리면 내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연성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게다가 그 과정을 내가 중간에 어찌할 수는 없고, 일단 하는 데까지 해보고 나면 그다음은 오븐의 영역이어서, 짧게는 15분 길게는 50분간의 시간 동안 나는 그저 초조하게 오븐 안에서 행복한 마법이 일어나기를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술 모자 안에서 비둘기가 나올까, 고양이가 나올까, 그것은 정말 알 수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당근을 볶으면 볶은 당근이 되고 건 파스타를 삶아서 요리하면 말랑하고 쫄깃한 파스타가 되지만, 베이킹은 밀가루와 계란과 설탕 같은, 어떤 가루였던 것들이 만나서 어찌어찌 귀여운 반죽이란 것이 되고, 그것이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빵이 되는데 그 과정 상에서의 모습들은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중간에 먹어볼 수가 없어... 당근도 파스타도 다 되기 전에 맛을 보고 너무 먼 길로 가지 않도록 계도해줄 수 있는데 이것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그저 몇 가지 힌트로 이것이 잘 되고 있는지를 알아낼 뿐이다. 그런데 처음 해보니까 그 힌트를 알 수가 없어... 그런 점에서 초심자에게 베이킹은 약간 하늘에 맡기는 어떤 행위와도 같았다. 인과 관계가 잘 그려지지 않는 행위들이라, 그저 레시피에서 시키는 고대로 하는 수밖엔 없다. 그런데 또 신기하게 레시피에서 시키는 그대~로 하면 또 그대~로 얼추 된다. 아니, 이렇게 네다섯 번 반 썰어서 얹고 얹고 하는 과정으로 겨우 결이 생긴다고?라고 생각하지만 진짜로 바사삭 결이 생겨버린다. 계란을 나눠 넣으면 크림이 된다고? 근데 계란이 차가우면 또 그게 안된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더니 아무튼 희한하게 크림이 되어버린다. 아직 잘 모르겠다... 과학이란 것을 알기 전 중세 시대 사람들이 화학반응을 볼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어쨌든 제일 신기한 것은, 이렇게 미친듯한 재료와 도구의 구입으로, 엄청난 설거지와 지저분한 부엌을 만들어낸 끝에, 오븐 속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그 파이가, 예쁘고 또 맛있다는 것이다. 파는 것만큼, 아니 애정이 들어가 있으니 파는 것보다 더 맛있으니 이런 신기한 일이. 요리는 맘에 드는 결과가 나오면 그래도 의기양양, 자신만만한 마음인데 이건 그저 신비로운 마음뿐이다. 그게 아직은 내가 초심자라는 뜻일까? 파이 한 조각과 함께하는 오후의 티타임이 이렇게 고되고 긴장되는 것인 줄은 몰랐지만, 또 그만큼 이렇게 행복하고 달콤한 것인 줄도 몰랐다. 이렇게 나는 아기 베이커로서의 여정을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