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간호사 취업 도전기 (6)

하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KOTRA 해외취업 담당 소장님을 통해서 두바이에서 살고 있는 간호사 두 분의 연락처를 받게 되었다. 한 분은 당시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 유일하게 두바이 간호사 되는 방법을 자세하게 소개하셨던 C선생님이셨고, (블로그 참고: 영국간호사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다른 한분은, 나중에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두바이에서 스쿨널스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특히, 그 American hospital에 실제 근무하셨던 C선생님은 바쁜 근무 중에도 unit manager의 허락을 구해 ICU방문해서 내 CV를 보여드리고, 짧은 인터뷰를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다. 몇 년 근무했는지, ICU에서 *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 기계는 일주일에 몇 개나 돌리는지 등을 여쭤보시고는 알겠다고 짧게 끝났다. 결과적으로는 그 병원과 나의 인연은 연결되지 않았지만, 일면식도 없는 나를 위해서 신경 써주셨던 C 선생님의 마음 씀씀이는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두바이 간호사 면허시험응시를 위해서 서류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전화해서 해결해주셨기도 했고, C선생님 부부께서 부산에 여행 오셨을 때 실제로 만나서 포장마차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내게 그분은 마치 천리안을 가진 분이셨다. 해외 취업에서 더 나아가 해외 대학원 진학과 본인에게 맞는 전문분야 선택을 고민하셨고, 그리고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간호학적 정보나, 해외취업 및 진학 등의 유용한 내용들을 블로그에 업로드해서 모두가 함께 성장하길 바라신 그릇이 다른 간호사이시다. 나에게 큰 충격과 영감이 되어준 C선생님께 이 글을 빌려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속적신대체요법. 체외 혈액정화요법의 하나로, 주로 급성신부전 등의 중증 환자에게 24시간 연속으로 혈액에서 수분제거, 전해질균형 보정, 노폐물 제거를 시행하는 방법이다. 

처음이 어려웠지, 이후에는 병원을 돌면서  익숙하게 CV를 돌렸다. 대부분의 병원 인사팀 직원들은 CV 담는 박스에 두고 가라고 했고, 인터뷰를 볼 기회를 얻을 순 없었다. 많이 시원해진 거라는 10월의 두바이의 기온은 한국의 혹서기보다 더 지독했다. 모래바람 날리며 차만 지나는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지금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이 어떤 식으로 내게 돌아올지 정말 궁금했다.

한 가지 분명한 선물은 고생스럽게 까인 경험이 두둑하게 쌓인 덕분인지, 그 이후에 국내 및 해외 구직 인터뷰 때, 새로운 것을 경험할 거라는 설렘이 더 앞섰고, 채용이 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와 좌절보다는 "또 하면 되겠지." 라며 스스로에게 좋은 기운을 넣어주는 긍정적인 태도는 덤으로 따라왔다. 무엇이든 많이 하다 보면 늘게 되어있는데, 영어인터뷰도 기회가 있을 때 노출하다 보니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편안하게 말하게 되었다. 물론 인터뷰는 늘 긴장을 동반한다. 다만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초조함이 아니라 내가 보내온 수많은 시간들을 채용자의 안목에 맞춰 솔직하게 꺼내어 주는 스킬이 생겼다.

그토록 부러웠던 C 선생님도 그전까지 많은 고민과, 반복적인 노력이 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20대 중반의 근시안적인 시야로 원래 타고난 분으로 섣불리 판단하며 나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C 선생님 포함해서 두드러진 사람들을 만나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상상도 못 할 시간과 노력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다시 2016년으로 돌아와서, 혼자서 씩씩하게 여행도 하면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여행 계획을 제대로 짜고 간 게 아니라서 호텔로비에서 홍보하는 투어를 신청하여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주요 관광지를 즐겼다. 처음으로 나간 해외여행을 기념할만한 선물들을 잔뜩 사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며칠 후 CV를 제출했던 병원 중 한 곳에서 메일이 왔다. 

이곳저곳 다니면서 야무지게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