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의 초보 부부이지만 부부끼리 닮는다는 말이 하루하루 실감이 난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우리 부부는 특히 결혼 후 재택근무로 하루 24시간씩 붙어있는 날이 많았다. 결혼 초엔 PT도 같이 받았는데 요즘엔 그나마 운동은 따로 다니는 정도다.
매 끼니를 같이 먹다보니 입맛부터 닮아가는데, 생선 안 즐기고 물에 빠진 고기 안 먹는 우리 남편은 나와 목포 여행을 가서 하루에 두 끼씩 같이 물고기를 먹어주었고, 대신 나는 좋아하는 소고기 미역국 대신 들깨미역국을 먹기 시작했다. 미역국엔 딱히 고기를 안 넣어도 그냥 그자체로 맛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밥 먹는 메뉴가 비슷하다 보니 먹고싶은 음식도 자주 통한다. 요즘 곱창이 좀 뜸했는데, 싶으면 남편이 어찌 내 맘을 알고 “저녁에 곱창 먹을래?”라고 물어본다. 우리가 자주 가는 동네 밥집도 생겼다. 양푼이에 푸짐하게 끓여 나오는 알탕, 짬뽕만 전문으로 하는 짬뽕집, 포장해서 자주 먹는 야채곱창 집. 새내기 부부가 언제 이렇게 또 생활의 합이 들어맞아 단골 가게까지 생겼나 생각하면, 살을 맞대고 누워 자는게 친밀함의 척도가 아니라 입맛이 서로 닮아가는 거야말로 부부 사이 참 닮아간다 싶다.
(그러나 남편이 따로 밥 약속이 있는 날이면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코다리나 생선구이를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