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6월16일 저녁 8시 반. 종로 중앙기독청년회관에서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이채로운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조선 유행 여자 의복 감상회>가 바로 그 것. 주최한 곳은 조선직업부인협회이고 이 소속 여성이 모델로 나섰다고 합니다.
“여자 의복으로 가정에서 입는 옷, 일할 때 입는 옷, 나들이 갈 때 입는 옷, 연회 때 입는 옷, 조상 갈 때 입는 옷, 수영복, 운동복, 그 외에 여러 가지 조선옷을 현대에 조화시킨 것인데, 옷들은 입고서 일반에게 뵈일 터이다.” 우리나라 최초 패션쇼를 보도한 당시 신문기사 내용입니다.
2018년 12월 26일 오후 5시. 서울 강남 압구정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제 첫 패션쇼 무대가 펼쳐졌습니다. <시니어모델 18기 수료식>이 바로 그 것인데, 가을나들이 때 입는 옷, 털 달린 겨울 외투, 검정 옷에 빨간 장식 옷을 입고 나와 일반에게 선보였습니다.
어떤 것이든 처음은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패션쇼가 그 당시 색다른 볼거리였다면, 제 데뷔 무대 역시 저와 가족과 지인한테는 놀랍고 선물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맨 처음을 뜻하는 <효시(嚆矢)>가 본래 ‘전쟁 처음에 쏘는 소리 나는 화살’이란 뜻이 라죠. 떨렸지만 짜릿했던 ‘처음’의 기억은 가슴에 화살처럼 박혀 지금껏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