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 김민영>
저자 김민영
출판 북바이북
발행 2020.09.15.
카테고리 한국 에세이
쪽수/무게/크기 268쪽/ 346g/ 129*189*20mm
ISBN 9791190812054
남우님에게 『죄와 벌』(민음사, 2013) 본문 낭독을 부탁했다.
공부라면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했고 그 덕분에 존경도 받았지만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는 몹시 가난하면서도 왠지 거만하다 싶을 만큼 오만하고 비사교적이었으며 속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 같았다. 어떤 학우들에게는 그가 지적인 성숙, 지식의 양, 신념의 측면에서 자기들을 능가하는 양 전부 어린애 대하듯 깔보는 것처럼, 또 자기들의 신념과 관심사를 뭔가 천박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98쪽).
비운의 주인공 청년 라스콜리니코프를 묘사한 부분이다. 명문을 따라 쓰기로 한 우리는 이 부분을 자기 방식대로 다시 썼다. 소설 애호가 선화님이 제일 먼저 발표했다.
나도 명문을 따라 내 방식대로 다시 써보았다. 꽤나 재밌고 유익하다. 앞부분을 따라서 쓰니 뒷부분이 자연히 연상되기도 한다. 이런 글쓰기는 처음 해보았는데 좋은 문장이 있으면 종종 따라 해보고 싶다.
원미동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그 덕분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다. 그는 땅딸막하면서도 왠지 남들을 위에서 내려다봐야 하는 사명이 있는 듯 고개를 빳빳이 들고 게슴츠레 눈을 뜨고 다녔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듯 구의원보다도 더 나서서 들쑤시고 다니며 동네의 문제점을 열거하고 다니면서도 내심 자기를 반갑게 맞이해주지 않으면 '큼큼, 어흠, 큼, 크, 크아아아악 퉤, 흠흠..' 거리며 먼저 말을 걸어줄 때까지 가게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날도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이부자리에 누워 마을 공동체 활동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골몰하고 있었다.
요 며칠새 기온이 부쩍 올라서인지 아님 원체 열이 많은 체질 탓인지 방 안은 후덥지근했고 미처 얇은 모시이불로 바꾸지 못해 적당히 부드럽고 눅눅하게 땀이 밴 면이불 위에 누워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아직 에어컨을 틀기에는 전기세가 아까워 견디다 못한 그는 축 처진 몸을 겨우 일으켜 차가운 물을 한번 끼얹곤 집 밖을 평소보다 좀 더 일찍 나서던 참이었다.
늘 독서는 우선순위, 다른 건 다음에 하거나 안 해도 되는 후순위라고 아이들도 남편도 잔소리를 하다 이젠 따라서 책을 읽는다니 잘된 일이다. 전엔 캠핑 장소를 돌아다녔는데 이젠 주말이 되면 서점이나 도서관에 간다는 그녀의 가족 이야기가 나왔다. 정이 님은 어떤 강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집안일을 덜 했을 뿐이라고 모두가 웃는 가운데 정이 님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대신 읽고 실천하는 삶을 살려고 애썼다고.
“언행일치를 목표로 하지만, 현실은 언행불일치인 내 삶도 받아들이는 거죠.”
책 모임 운영자는 '덜 놓치는 사람'이자 '더 듣는 사람'이다. 이 노력을 할 여력이 안 된다면 회원으로 참여하는 편이 좋다. 이런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꼭 해볼 일이니 추천하고 싶다.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북바이북, 2020)에서 추천받은 읽고 싶은 책 리스트
『모멸감』 김찬호 (문학과지성사, 2014) ♥
『침묵으로 가르치기』 도널드 L.핀켈 (다산초당, 2010)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네오픽션, 2016)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민음사, 2000) ♥
『여우』 마거릿 와일드 (파랑새, 2012)
『추락』 존 쿳시 (동아일보사, 2004)
『가족어사전』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돌베개, 2016) ♥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 (민음사, 2012)
『순박한 마음』 귀스타브 플로베르 (쏜살문고,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