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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진 Jan 04. 2025

시작점이잖아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은 순간의 일. 나락으로 떨어진 것만 같아. 모래성을 쌓았나 싶게. 깃발을 깊이 꽂아야지. 넘어지지 않을 지반까지. 그들이 그리는 그 선 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발자국을 찍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보아. 하늘에 노니는 구름이 저의 마음대로 흐르지는 않잖아. 바람을 피하지도 겁내지도 않고. 분내면 진다는 말을 생각해. 그런데도 억울함이 목까지 차올라. 노력들이, 지나간 시간들이 빤히 나를 노려봐. 부끄러움은 부끄러운 대로 놓아줄 수밖에. 성깔대로 할 수 없는 연약함. 강함인지도 모르지. 온유함에 이르기엔 당당 멀었지만. 양면성의 힘의 논리 앞에 무색해지는 세월. 무시이거나 무지에서 시작되기 쉬워. 잠언을 읽지 않아서 생긴 일인지도. 소중한 것은 손잡고 같이 가는 것. 이 쉬운 것을 모르나 봐. 마에 씌웠다고 갖다 부치지는 마. 어두운 비구름은 무거워. 우산이 얼마나 커야만 가릴 수 있지. 비 온 뒤의 질펀한 진흙 밭이라도 걸어야만 해.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발을 떼자. 시작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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