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아이들이 부모가 중2 때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 궁금해해 준다면
이번 여름방학 동안 첫째는 세바시캠프에 다녀왔다.
유튜브채널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서 주최하는 중학생 대상 3박 4일 캠프이다.
첫째는 중학교 2학년.
다른 부모들도 XX외고 캠프를 보낸다는 둥, 해외 영어 캠프를 보낸다는 둥, 아이를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캠프를 보내지만, 우리는 세바시 캠프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아이는 세바시캠프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처음에는 '안 가면 안 돼?'라고 물어보기도 했고.
학교 교우관계를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약간은 다르게 생각하는 아이들을 만날 기회를 주고 싶었다.
지금 만나는 학교 친구가 자신의 인생 전체로 놓고 보면, 전혀 중요하지 않음을. 그리고 만약 지금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 중에 자신을 이해해 주는 찐친이 없어도 괜찮다는. 앞으로 네가 만날 수많은 사람들이 남아있고, 그중에 너를 이해해 주고, 또 네가 이해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세바시 캠프를 선택했다.
다행인 것은 첫날 저녁에 걸려온 전화에서 아이의 기분 좋은 흥분을 느낄 수 있었고, 둘째 날부터는 세바시 캠프 기간이 더 길었으면 좋다는 아이의 이야기와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다는 아이의 이야기였다. (세바시 캠프에서 아이는 하루 20분, 잠자기 전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아이들의 발표가 있었고, 부모들이 모여서 아이들의 발표를 들었다. 아이들은 마치 세바시 유튜브의 강연처럼 짧은 주제를 정해서 발표를 하였다. 고양이 키우기, 축구이야기, 게임이야기, 할머니이야기 등등. 어떤 아이는 중학생스러운 고민과 해법(?)을 털어놓았고, 어떤 아이는 '어? 중학생 맞아?' 싶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중 가장 많은 주제는 '난 이런 꿈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하고 싶으니, 부모님이 믿고 지원해 주세요.'였었다. 축구, 야구, 게임, 등등. 한 아이를 제외하고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아이는 없었던 것 같다. 뭐. 당연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꿈'을 들으면서,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자리에 모여서 아이들의 발표를 듣고 있는 학부모들은 중학생 때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그 꿈을 이루었을까?
나부터 생각하면, 난 솔직히 중학교 때 그렇게 간절하거나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솔직히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냥 막연하게 과학자가 되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물건을 발명하거나, 작가가 되어서,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난 이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선택했고(정확하게는 선택당했고.), 그래도 그 직업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퇴사 후, 인생 2막으로 내 사업(건강기능식품 설계/제조/판매)을 시작했다. 이 인생 2막 역시 내 중학교시절 꿈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다. 아주 아주 만족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으며, 지금도 즐겁게 인생 2막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회가 없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내 첫째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꿈은 변할 수 있어. 그렇다고 지금 너의 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야.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 노력을 해서 배우고 준비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꿈이 절대적이고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럼 바뀔 꿈을 위해 지금 노력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아주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의미가 있어. 네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네 삶의 '습관'이 되는 거야. 그리고 그 습관은 너의 바뀐 꿈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그리고, 이런 것을 바라본다. 내 아이가 부모의 어릴 적 꿈을 궁금해할 날이 오기를. 그날이 오면, 웃으며, 아빠는 중학교 때 이런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날에는 내 인생 2막 혹은 3막에서 소소하게라도 내가 내 중학교시절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기를.
이런 날이 올까?? 나도 아직 내 부모님에게 '어린 시절 꿈이 뭐였어요?'라고 물어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