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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몬키 Feb 04. 2024

동엽과 소라

그 시절이 나를 부를 때

전 남자친구 승이게서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다.


"여보, 승이가 연락이 왔어!"

"엄청 오랜만 아냐? 잘 지낸대?"

"물어보는 중이야. '몬키야, 생일 축하한'대."

"몬키야,라고 불러? 귀엽다."

"그치? 나도 오랜만에 듣네."


승이는 친구로 남은 전남자친구 중 하나인데, 

걔랑 나랑은 연애하는 동안 서로를 한 번씩 버린 적이 있으며 사이좋게 차고 차인 이후로 연애 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친구로 지냈다.

자주 보진 않았지만 내가 승이의 아버님 장례식장에 가기도 하고, 승이는 내가 연예인 섭외가 필요할 때 다리를 놓아주기도 했다.


내가 한참 도라이처럼 온갖 인간들에게 시비를 걸고 다니던 시기, 승이의 친한 동생과 함께 어울릴 자리가 생겼다.

나는 그 자리가 즐겁게 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승이에게서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몬키야. 무슨 일 있어? 너, 너무 이상해졌어. 내가 어제 얼마나 당황했는데"라며 아무도 말해주지 않던 진실을 일깨워주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조용히 떠나지 않고,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정신 차리라고 말이다.


나는 승이를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웃음을 주었다. 승이는 내가 만든 농담을 좋아했다. 특히 내가 알바하던 가게에 단골이었던 미군 흉내를 나에게 자주 시켰다. 코메디언인 자신보다 연기를 더 잘 살린다고 대견해 하면서 말이다. 그것을 알아듣고 웃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승이밖에 없다.


그렇지만 승이는 내가 가장 사랑했거나 가장 애틋하게 여기는 남자친구는 아니다. 우리는 20대 초반의 무척 어린 커플이었고, 나름대로 진지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한참 모자랐고, 서로 약간 속이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열심히 아껴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절 너무 나쁜 사람을 만나지 않고, 적당히 착하면서 마음이 여린 승이 같은 애를 만난 건 다행이었다.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은 아니네, 라는 판단 끝에 헤어질 수 있었던 건 더 큰 다행이었다.

마침내 시간이 흐르고 흘러, "몬키야"라는 승이의 안부 인사를 귀여워 해주는 남편을 만나게 된 것은 그 중 최고 다행이 아닐까.


그리고 어느 날엔 동엽과 소라도 만났다.

수화로 하는 농담을 알아듣고 웃을 수 있는 유일하고 오랜 친구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건 참 좋은 일 같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U3_lJUG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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