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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의 반격" 판매량 폭증한 기아의 비장의 무기

by 구름을 달리다

자동차 업계에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단이 사라지고 SUV와 전기차가 대세라는 통념과 달리, 기아의 중형 세단 K5가 북미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아 북미법인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K5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21,994대가 판매되어 전년 동기 7,086대 대비 무려 210%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4월 한 달만 놓고 보더라도 6,248대가 판매되며 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부터 세단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유지해왔는데, 이 전략이 이제 빛을 발하는 모습입니다. 특히나 스텔란티스, 포드, GM 등 미국 제조사들이 세단 라인업을 축소하거나 완전히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의 행보는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2024년 2분기에 선보인 K5의 디자인 업데이트가 북미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번개 모양의 스타맵 주간주행등과 쿠페형 루프라인을 갖춘 외관은 중형 세단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였고, 이는 판매량으로 증명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단의 성공과 대비되는 전기차의 부진입니다.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은 4월 판매량이 232대에 그쳐 전년 동월 1,572대 대비 85%나 감소했습니다. EV6 역시 656대로 전년 2,051대에 비해 68% 줄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북미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한 열광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기차 구매 시 받던 세제 혜택이 줄어들고,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높은 구매 가격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체적으로 기아는 올해 4월까지 북미에서 273,649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245,375대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4월 한 달간에는 74,805대를 기록해 역대 최고의 4월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SUV 부문에서는 스포티지가 16,178대로 선두를 지켰고, K4(13,097대), 텔루라이드(10,860대), 쏘렌토(9,659대)가 뒤를 이었습니다. 미니밴 카니발 역시 6,405대로 전년 대비 79% 급증했습니다.

K5의 성공은 단순한 모델 하나의 승리가 아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암시할 수 있습니다. '세단은 끝났다'는 예측과 달리, 경쟁력 있는 세단에 대한 소비자 니즈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동시에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시장이 SUV와 전기차로 쏠리는 동안 기아는 세단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결과 경쟁이 적은 블루오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트렌드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소비자의 실질적 필요와 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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