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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May 15. 2024

오레브 핫스프링앤스파, 가장 서귀포스러운 온천이 되기를

  

“와, 여보 호근동에 온천 생겼다!”

온천 좋아하는 마누라에게 남편이 4월 어느 날 알려줬다. 언뜻 훑어보고 나는 심드렁했다.

“전 수영복 입고 가는 노천 온천 별로요.”

그래도 새로 생긴 시설 좋은 곳이라, 네이버에서 반값으로 예약했다.  6월부터는 8만 원이고, 5월 말까지 반값 할인이다. 서귀포 주민은 3만 원.

어제 6월 말까지 받는 수업을 오후에 땡땡이치고, 모처럼 자유시간이 생겨 드디어 온천을 즐기러 가볼 수 있었다.     


온천의 성분까지 예민하게 따지는 사람은 아니고, 노천 온천에서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지만, 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에 가면 다 설명되어 있다.     

https://www.orevespa.co.kr/     

우리 집에서 차로 10분이 안 걸리는 곳이다.      


어디에 무슨 시설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일단 수영복을 입고 노천 온천으로 나갔다.

“우와, 여기 엄청 좋다. 여보.”

날이 더워 30m 온수 인피니트 풀과 여덟 곳의 노천탕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노천탕을 한 곳 씩 들어갔다 나와서 나무 그늘에 놓인 편안한 의자에서 쉬며 사진을 찍는다. 



아직 갓 심어둔 나무들의 그늘이 적어 아쉽다. 몇 년 지나서 이 나무들이 울창한 그늘을 드리울 때쯤엔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는 멋진 장소가 될 것이다. 그늘에 놓인 풀 가의 침대나 의자는 대여해서 이용할 수 있게 했지만, 나무 그늘이 생기면 굳이 대여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노천탕들 곁에는 나무 냄새 폴폴 나는 사우나도 있었는데, 그 안에서 보는 풍경이 근사했다.

안전요원에게 묻는다.

“뭐 마실 것 좀 주문할 수 있나요?”

“아 여기는 없고, 찜질방 옆에 있는 바에서 가벼운 간식이랑 음료를 드실 수 있습니다.”     


한 시간쯤 노천에 머무르다, 목욕탕에 돌아와 씻는다. 목욕탕의 한쪽에도 천정이 열린 작은 노천탕이 있다. 거기도 잠시 들어가 본다. 아무리 온천이 좋아도, 실내는 답답해서 안 들어간다.      


찜질방에 가기 위해 찜질복을 입는다. (옷이 얇아 여자들은 속옷 안 입으면 좀 신경 쓰인다.) 부드러운 질감보다, 좀 도톰한 면으로 된 재래식 찜질복을 택했다면 더 나을뻔했다.    

 

이곳은 노천 온천보다 찜질방이 주력인가? 싶을 정도로 지하의 공간은 넓다. 군데군데 몸을 쭉 뻗고 누울 자리가 천지다. 

일단 바에 가서 요기를 좀 한다. 크루아쌍 4천 원, 찜방에는 역시 식혜지 싶어 함께 주문했는데 내 입맛에는 못 미쳤다. 그래도 카페 같은 좋은 분위기에 호텔식 의자가 놓인 곳치곤 식음료 값이 비싸지 않았다. 물은 천 원.

여러 종류의 찜질방이 있었지만, 땀을 뺄 수 있는 곳은 두 곳인가 싶다. 소금방은 은은한 조명과 음악과 편안한 의자가 있어 분위기가 섹시했지만, 내 취향은 아니어서 적당한 온도의 한 곳을 찾아 땀을 빼고, 나와서 쉬고를 반복했다. 불가마도 있었는데, 거긴 엄두가 안 났다. 방이 많았지만, 하루에 다 가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레스토랑도 있다고 홈페이지엔 나왔는데, 찾을 수 없었고, 스낵바도 아직 안 열었다. 앞으로 차차 음식까지 먹을 수 있다면, 반나절 보낼 수 있겠다.      

엊저녁, 야간 수업하는데 온천 후 노골노골해진 몸이라 집중하는데 힘들었다. 대신 밤에는 9시간 숙면을 취하고 나니 오늘은 날아갈 듯 개운하다. 역시 나는 온천파이다.


봄에 스페인 여행을 계획했다가, 남편 일이 바빠 취소했다.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어 돌아올 때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가서 귀국하는 표를 샀다. 부다페스트가 또 온천이 유명했다. 세체니온천을 가려했는데 기회를 놓쳤다.     


나는 오레브가 그처럼 서귀포를 대표하는 온천이 되기를 바란다. 조그마한 노천 온천 하나 보고 일본 여행도 가는데, 비록 수영복에 레시가드까지 걸쳐야 하지만, 물 좋고, 시설 깔끔하고, 집에서 가깝다면 외국 갈 필요 없다. 그런 온천을 기다렸다. 나에게는 ‘꿈(rêve)의 온천’이다.      

시설은 충분하다. 그러니, 관리자들이 요금도 적정선에서 유지하고 시설 관리도 제대로 되도록 잘 궁리해 주시기 바란다. 이름만이 아닌, 진정한 국민보양온천이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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