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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나 홀로 여행, 우울증은 무슨 개뿔

2025년 5월 교토 3박 4일

by 꼬낀느

5월 초 여행 예약을 하려 했더니, 몇 달 전부터 2~3배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여행은 포기하고 연휴에는 정원의 풀을 다 뽑기로 했다. 일 년에 두 번 봄가을에 대규모 잡초 제거를 해주어야 돌과 흙길을 밟을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모기 때문에 생고생해야 한다. 그리하여 긴 연휴를 고스란히 풀 뽑기에 바쳐서, 정원은 이제 볼만해졌다.


그런데 연휴가 끝나고 나니, 툭툭 내 속에서 가시가 삐져나왔다. 놀 시간이 되면 놀아줘야 정신과 몸이 제대로 순환되는 체질이다. 고교생들의 중간시험을 마치고, 이어서 연휴 노동까지 했더니 뒤늦게 한계가 왔다. 자꾸 신경이 삐죽삐죽 솟았다. 우울증까지 살살 온다.

‘도망가자!’

남편에게 설명하니, 너그러이 허락한다.

“맘 편히 다녀와요.”

그래서 지난주 화~금요일 혼자 교토에 다녀왔다.


원래는 일과가 꽉 짜여있어,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사는 데 짜증 나서, 수시로 일기장과 대화하려 했다. 그러나 일기장은 열어 보지도 못한 채 줄창 걸었다. 한 4만 보 걷고 나니 발바닥에 불이 나려 하면서 ‘우울증은 무슨 개뿔’ 싶어졌다.


원래 우리 부부는 ‘나 혼자서도 세계 어디 가나 살 수 있는 사람’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최근에 자신이 없어졌다. 겁도 많아지고, 건강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 이제 나 홀로 여행은 텄구나 싶었는데, 이번엔 혼자되는 게 급했다.


그렇다고 여행 가면 혼자 숙소에 늘어져 있는 타입이 아니다. 계획 세워 종일 부지런히 다닌다. 이번에도 푸딩 맛을 보러 카페도 찾아다니고, 곧 출산할 딸을 위해 아기용품을 사기도 했고, 우연히 외국인을 위한 일본어 클래스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거기 참석도 했다. 학생들이 부탁한 과자와 우동을 찾으러 다니고, 남편에게 줄 펜을 찾으러 다녔다.


이번 교토, 나 홀로 여행 결산


안전한 나라, 안전한 지역

굳이 비싼 호텔일 필요는 없지만, 단 역에서 가까울 것. 여자 혼자 무거운 가방 끌고 다니면 개고생 해서 여행에 지친다.

따라서 여행이 즐겁기 위해선 가방이 가벼워야 한다.

그래도 호텔과 역을 오갈 때는 카카오택시 이용. 1~2만 원 내외.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맛집을 찾아가 즐길 수 있다. 거르고 싶으면, 안 먹어도 된다. 내 자유다.

역시 나 홀로 여행의 가장 큰 장점.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어 목이 ‘휴식’한다.

교토는 30년 전부터 다녔는데, 최근에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이 엄청나게 늘어서 놀랍고 신기했다. 딱 그 장소 구경할 거 아니면, 가능한 한 피해야겠더라. “전 세계 사람들이 교토로 다 왔나 봐!” 하는 푸념이 정말이더라.

아직 지하철이 많지 않고, 버스가 대중적인 교토에서는 일일권이 정말 유용하다. 몇 번을 타고 내렸는지 모른다. 교토역 바깥에 있는 버스 티켓 파는 창구에서 일일 승차권 두 장 이틀 치 샀다.


temp.jpg 교토 여행의 필수. 만원 가량 주고 사서, 두 배는 쓴다. JR빼고, 지하철도 된다.


“도망치니 좋더나?”

어릴 적 같이 자란 부산 친구가 곁에 있다면 물었을 거다.

그래.

말만 안 해도 좋더라.

곁에 사람 소리만 안 들어도 좋더라.

하루에 만 보 이상 걷기만 해도 좋더라.

다녀보니 아직 혼자 여행도 다닐만했다. 혼자 흡족한 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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