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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탄 Mar 06. 2020

아기 도둑 이야기

(알겠으니까 이제 좀 코 자자?)


아기는 잠을 자는 게 너무너무 싫었어요.
잠만 자면 꿈에서 아기 도둑이 나타나 엄마, 아빠를 훔쳐갔기 때문이에요.

"으하하하. 네 엄마, 아빠는 내가 훔쳐간다!"
"으아아아아아아앙!! 저 아기 도둑이 우리 엄마, 아빠를 훔쳐갔어!!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꿈에서 깬 아기는 울면서 생각했어요.


'내가 꿈을 꾸지 않으면 아기 도둑이 엄마, 아빠를 훔쳐가는 일도 없을 텐데!'

아기는 잠을 자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하지만 너무너무 졸려서 울음이 났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울었어요.
낮에도 울고 밤에도 울었어요.

그러다 울다 지쳐 잠이 들어버리면
또다시 꿈에서 아기 도둑이 나타나 엄마, 아빠를 훔쳐가 버리지 뭐예요.

어느 날, 슬퍼하는 아기에게 고양이가 말했어요.

"그 아기 도둑은 엄마, 아빠를 왜 훔쳐가는 거야?"

아기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어요.

"그건 모르겠어."

고양이가 말했어요.

"그럼 왜 훔쳐가는지 물어보는 건 어때? 무슨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기는 아기 도둑에게 말도 걸기 싫었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궁금하긴 했어요.

"아기 도둑은 왜 우리 엄마, 아빠를 훔쳐가는 거지?"

그날 밤, 아기는 꿈속에서 아기 도둑을 만났어요.

"으하하하. 네 엄마, 아빠는 내가 훔쳐간다!"
"잠깐만!! 너 왜 우리 엄마, 아빠를 훔쳐가는 거야? 네 엄마, 아빠는 어딨어?"
"쳇. 무슨 상관이야!"

아기 도둑은 재빨리 도망갔어요.
아기도 얼른 따라가 보았어요.

"왜 따라와? 저리 가!"
"네가 우리 엄마, 아빠를 훔쳐갔잖아! 우리 엄마, 아빠를 내놔! 넌 너희 엄마, 아빠랑 놀면 되잖아!!"
"없어! 없으니까 훔쳐가지!"
"왜 없는데? 엄마, 아빠 없는 아기가 어딨어?"
"... 몰라. 난 없어."

아기 도둑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어요.
갑자기 그런 얼굴을 하니 아기도 왠지 같이 슬퍼졌어요.

"왜 없어? 아기는 엄마, 아빠가 있어야 하잖아."
"나는 없대. 어른들이 그러는데, 엄마, 아빠 없이 크는 아기도 있는 거래. 나는 그래야 하는 아기야. 근데 나도 엄마,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혼자 있으니 심심해서 말이야. 그래서 훔쳐본 거야. 미안해."

아기 도둑은 아기에게 엄마, 아빠를 돌려주었어요.
아기는 가만히 생각했어요.

"그럼 혼자가 아니면 되겠구나!"
"뭐?"
"내가 너랑 같이 있어줄게. 그럼 심심하지 않을 걸? 우리 같이 놀자!"
"정말?"

"응. 정말이지."

아기와 아기 도둑은 함께
썰매도 타고
그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며 신나게 놀았어요.

"나는 이제 갈 시간이야."
"그래, 그럼 잘 가."
"응. 이따가 또 올게."
"응! 여기서 기다릴게!"

그날부터 아기는 꿈꾸는 게 무섭지 않게 되었고,
잠자는 것도 무섭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꿈을 꾸면,
친한 친구와 신나게 놀 수 있으니까요.





그래 아가야. 이게 다 아기 도둑 때문이었구나.

아기 도둑도 사실 이유가 있었던 거래.

꿈에서 만나면 물어봐봐.

물어보면 알게 되고 알면 안 울게 된대.

아, 그전에 고양이가 물어보라고 말해줘야 하는구나.

야 고양이! 니가 먼저야. 니가 활약을 해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 아가가 안 울고 잘 수 있다고!!


뭐라는 거야. 졸리면 자라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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