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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Kim Aug 30. 2019

유학 멋있어 보이지?

나도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는데 별로야.

"엄마 나도 소민이 따라서 필리핀 갈래."


내 동네 친구이자 학원 친구이던 영어도 잘하고 똑똑하던 소민이는 우리가 10살에 맞이 했던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필리핀에서 돌아온 소민이는 영어 실력은 더 늘어 있었고 필리핀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고 자랑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소민이를 부러워했고 다들 신기해했다. 영어 소문자 쓰는 법도 아직 헷갈려했던 나는 더더욱 소민이가 부러웠고 바로 엄마한테 달려갔다. 

"엄마 소민이 겨울방학에도 필리핀 간데. 이번엔 더 길게. 나도 따라갈래." 

이 말을 들은 엄마는 내 예상대로 굉장히 흔쾌히 "그래 가."라고 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굉장히 못 살던 우리 집은 나에게 장난감도 하나 사줄 수 없었고, 우리 엄마 아빠는 그걸 항상 미안해 해 왔기 때문에, 사업이 잘되고 나서부터는 내가 원하는 걸 한 번도 안 사준 적도, 안 해준 적도 없었다. 그랬었기에 나는 엄마가 당연히 필리핀에 보내주는 걸 허락할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랬다. 나는 어렸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 들 거란 건 생각지도 못하고 뭘 얻고자 하는 것도 없이 그냥 소민이가 부러워서, 그래서 따라가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 어학연수를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영어도 뭣도 모르고 그냥 갔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간 이 길로 인해 지금 나는 미국 대학생이 되었다. 10살이라는 나이부터 21살이라는 나이까지 필리핀에서 미국까지 가는 여정은 남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멋있지도 재밌지도 않았다. 항상 힘들었고, 외로웠고, 부담감만 있었다. 공부를 못 하는 편이 아니었던 나는 어느새 반 꼴등이 되어있었고, 어디서든 잘 적응하겠지 했던 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못 어울려 1년 동안 혼자 다녔었고, 절대 소심한 편이 아니었던 나는 친구들한테 말 한마디 걸지 못했다. 


내가 한국에 가면 항상 친구들은 말한다. 

"야 너 좋겠다. 외국은 공부 덜해도 대학 잘 가잖아. 너 정도면 진짜 잘 갈 거 아냐. 외국 친구들도 다 멋있고 착할 거 아냐. 부럽다. 나도 유학이나 갈걸." 


난 유학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건지 설명하고 싶어서 목 끝까지 할 말들이 차오르다가도 그냥 웃고 만다. 어차피 얘네들은 내가 그냥 투정 부리는 걸로만 잘난 체하는 걸로만 알 테니.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유학으로부터 얻은 좋은 점만, 유학을 했기에 얻은 성공한 케이스만, 유학의 멋있는 삶만 잘 포장해서 보여주기에 유학의 진실 또는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유학이라는 로망 결국 허망으로 끝날뿐이다. 나의 길고 길었던 유학생활은 1년 반 후면 대학 졸업과 함께 끝날 예정이고 여러 장소에서 여러 학교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공부의 난 그리고 취업의 난에 대해서 현실적인 문제점을 포장하지 않고 얘기하고 싶다. 


나도 어린 나이에 외국이라는 로망으로 시작해서 유학을 시작했고 결국 후회만 남았으니까. 사람들이 혹시라도 어렸을 때의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유학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또는 진짜로 꿈이 있어서 유학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하고 있다면 내 글을 읽고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 유학생활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내 글들은 유학은 무조건 나쁘니까 하지 마라가 아니라 그냥 '너네 생각만큼 멋있지도 재밌지도 편하지도 않고, 꽤 별로야.'라는 내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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