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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재테크합니다.

행복하고 싶어서 시작한 재테크가 처음엔 저를 불행하게 했어요.


 버는 족족 흥청망청 모두 소비하던 결혼전 나와 같은 평범한 남자를 만났다. 한 번도 대단한 남자를 만날 거라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내가 만난 이 남자 기대보다 너무 평범했다. (남편 미안) 평범한 두 남녀가 만났으니 미래도 그 누구보다 평범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이 남자 없으면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애 3년 끝에 2015년 12월 19일 행복한 결혼에 골인..!?


행복의 시작인지 고생길의 시작인지...


 행복하고도 험난한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현실감각 뛰어난 나는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부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고민으로 매일 밤 저 깊숙한 지하동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밤새도록 계산기를 두들겨 보았지만 우리의 자산과 우리의 소득으론 몇 년을 모아도 빚 없이 서울 20평대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평생 아끼고 모아서 2년마다 전세금 올려주다 보면 내 인생이 끝나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엔 현실의 무게감이 너무 커서 누가 나 대신 재테크 좀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남편은 천 원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런 점이 좋아 이 남자와 결혼했다. 천 원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더 부자 되는 일에 관심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재테크를 누구에게 맡기겠는가. 아쉬운 사람이 할 수밖에. 원하지 않았지만 해야만 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걸 다 알아야 돼???


 재테크를 시작하며 제일 답답했던 건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가 많고 이 세상에 금융상품 종류가 너무 많다. 종류가 많은 만큼 선택할 것도 많다. 선택 장애가 있는 나에게 선택이란 부담 그 자체였다.

"금융회사는 이런 걸 노린 게 아닐까? 복잡해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게 소비자를 우롱하는 게 아닐까??"

하는 못난 생각만 들었다.


그래도 처음이니까 알아야 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재테크라 검색하면 나오는 모든 단어를 공부했다. 도서관에서 눈에 보이는 재테크 관련 책은 모두 빌려 보았다. 온갖 금융상품을 공부하고 비교해서 가입도 했다. 0.1% 이자에 목숨 걸고 매일 금융상품 이자를 검색했다. 짠 테크 카페를 들락거리며 수십 개의 어플을 깔고 매일 1시간씩 투자해 출석 체크해서 받은 포인트를 이용해 장을 봤다. 지인이 어떤 상품에 투자를 해서 큰 수익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초조한 마음에 불이 나게 집으로 돌아와 그 투자상품을 공부하다 밤을 새우곤 했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만큼 저축액도 늘어나고 각종 이벤트와 어플 출석체크 덕분에 공돈이 들어오는 일도 잦아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천 원, 이천 원에 목숨 거는 내 모습이 예전보다 더 가난하게 느껴졌다. 매일이 돈돈. 돈에만 집중된 삶이었다. 게다가 열심히 발품 팔고 비교해서 가입한 금융상품들의 이자는 집에서 소파에 누워 금융 어플로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들보다는 다소 이자가 높았지만 오랫동안 알아본 내 정성과 들인 시간에 비하면 소소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재테크는 나에게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되는 존재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진 느낌이었다. 통장잔고는 늘어났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행복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노력해야 하는 걸까?

아니,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행복하고 싶어 시작한 재테크가

나를 불행하게 했다.


모든 걸 멈추고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재테크를 하려는 이유는 뭘까?

내가 재테크를 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건 뭘까?

내가 지금까지 재테크를 하며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내가 재테크를 하며 놓쳤던 것은 무엇일까?


 나는 행복하고 싶어서 재테크를 시작했다. 재테크를 해서 자산이 불어나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 들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재테크를 하며 나는 더 불안했고 심지어 불행할 때도 있었다. 재테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간과한 채 눈앞의 수익률과 저축률에만 집착했기 때문이다. 수익률과 저축률만 신경 쓰다 보니 남과 늘 비교했다. 재테크에 성적표라도 있는 것 마냥 남보다 더 절약하지 못하거나 좋은 투자정보를 놓치면 자책하기 바빴다.



재테크도 좀 단순하고

미니멀하게 하면 안 되나?

 

 지금까지 재테크를 해오며 늘 초조하고 여전히 불안했던 건 재테크 주관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 맞는 재테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남들이 좋다는 것은 다하려고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복잡한 용어와 금융상품을 비교해서 ‘선택’하는 일이었다. 수많은 투자상품과 용어를 공부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그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건 '선택'이었다. 잘못하면 자산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내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래서 모두 그만두기로 했다. 적금, 예금 이외의 금융상품에는 관심 가지지 않기로 결정했다.

 매일 꾸준하게 신경 써야 하는 앱테크도 그만두기로 했다. 소소하게 공돈이 들어오는 점은 좋았지만 단순 반복적인 작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은근히 신경 쓸 일이 많은 것도 나에게 단점으로 느껴졌다. 재테크하며 힘들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것을 모두 그만두고 최소한의 돈 관리와 투자로 재테크를 하기로 했다. 나만의 재테크 가치관이 생긴 것이다.




미니멀 재테크합니다.


 나는 더 이상 예적금 이외에 금융상품에는 관심이 없다. 미니멀 재테크를 시작한 지 몇 년이 흐른 현재, 예전에 열심히 공부했던 금융상품 금융용어들도 모두 잊혀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하지 않다. 누군가가 무엇에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대.라는 카더라 통신 소식을 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출석체크를 놓쳐 적립금 100원을 못 받았다고 속상해하지도 않는다.


단순하고 미니멀하게

행복한 재테크

나다운 재테크

나는 미니멀 재테크를 한다.




3년 후


 나는 각종 금융상품과 앱테크랑 이별하였지만 나에게 잘 맞는 부동산 투자에 집중한 덕에 신혼 초보다 자산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저축률은 미니멀 재테크를 선언하기 전보다 줄었다. 하지만 더이상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다. 나만의 재테크 우선순위가 생긴 덕분이다. 매일매일 '돈'에만 집중했던 날들이 현재는 '나'에 집중된 삶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재테크를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잘하는 것 안에서 최소한의 시간을 쏟아 최선을 다하고 있다. 3년간 많은 것들을 그만두었지만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 더 부자가 되고 있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총 4년간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나에게 맞는 재테크 가치관을 가지게 된것 이다. 이제는 누구에게나 단호하게 금융상품, 금융용어 전혀 몰라도 재테크 시작할 수 있다고 격려해줄 자신이 생겼다. 그러던 중 문득 재테크에 실패하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시작조차 꺼리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졌다. 십원 백 원 단위까지 아끼는 초절약을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에게 현명한 소비로 소비 만족도도 높이고 저축률도 높일 수 있다고 격려하고 싶었다. 부동산 투자자 될 거 아니라도 손해보지 않는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동산 공부는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느 것도 초고수는 아니지만 적당히 필요한 만큼만 알아도 충분히 재테크가 가능하단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미니멀 재테크' 유튜브를 시작했고 6개월째 운영 중이다.

이곳에 유튜브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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