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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라블라 김작가 Nov 23. 2020

함부로 당당하게

남의 일이니까 쉽게 말하는거죠?

20대에 돈도 떼먹히고, 월급도 밀려봐야 인생을 알지

그때는 언제든 다시 일어설수 있거든

근데 너는 30대에 이게 뭐니


월급이 두달째 밀려 생활이 꼬여버렸다는 나의 고민에

시크하다 못해 씨베리아같은 동네 언니의 말이었다.


일어설 수있는 20대와 그렇지 못한 30대.

지금도 기어서라도 일어설수 있다고 그녀의 말을 받아 쳤지만

실패의 타격감이 20대와는 다른건 확실하다.


뒤늦은 나이에 한두달 월급이 밀려 생활이 꼬인 것도 충분히 자괴감이 드는데

꼭 저렇게 현실조언을 가장한 비아냥을 했어야 했는가.

언제나 남의 일이니까 함부로 말하는 그녀였다.

언제나 상처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밷고 항상 본인이 제일 힘들다 말하는 그녀.

이런 감정 쓰레기통 같은 관계를 정리한것도 이날 한 몫 했을 것이다





오늘도 월급이 밀린 사무실의 분위기는 한숨과 침묵으로 가득하다.

밀린 월급 달라고 할까봐 퇴근 10분전에나 얼굴을 빼꼼 비치는 대표

매일같이 다음주에 주겠다고 말하는 신뢰 1도 없는 양심 발언


카드값이 밀려서, 월세를 내야해서 등등

내 상황도 이해해 달라고 외쳐봤지만 언제나 돌아오는건

다.음.주에는 꼭 넣어줄께.


당장의 월세보다 마이너스 대출을 이용하는 직원보다.

매일 아침 스타벅스 한잔과 고급휘발유를 넣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허망함을 느꼈다.



그래도 나의 20대에 이런 일을 겪었다면 혼자 분해하거나 슬퍼만 했을테지만,

상대에게 기회를 주는 노련함과 끝을 알수없는 냉정함이 30대의 무기 아닐까.


연말을 맞이해 몇가지 리스트 중에 하나 적어본다.

나의 씨베리아녀와 빼꼼남과는 2020년 빠빠이 마무리 하기로,

여차하면 우아한 하극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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