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리라 Jan 20. 2023

이 사람 옆에서 나는 천천히 시든다

쉬이 헤어질 수 없는 관계. 부부.

왜 드라마 속 남편들은 부인들을 함부로 대할까?

드라마를 핑계삼아 나는 내 이야기를 한다


오며가며 시간떼우기 용으로 넷플렉스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았다

영화는 보는 내내 언짢았다

영화속에서 남편은 아내를 함부로 대한다.

아이들도 엄마를 함부로 대한다.

엄마는 영화의 초반부터 죽을병에 걸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밝다.

왜 밝아야 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밝음과 그런 그녀를 향한 남편의 무례함에 계속 화가 났다.


우리 부부는 지난 5년간 심각하다 안하다를 반복하며 서로를 싫어하고 질려하며 그 과정에 적응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좋았다 싫었다가 아니라

싫었다 무던했다가 반복되는 사이이다 보니

이제는 사이가 좋아지길 기대하는 감정은 포기가 된듯하다


남편과 이런 시기를 겪으면서 나는 내가 참... 안쓰러웠다.

이런 상황을 겪기 전까지는 사실 잘 몰랐다. 내가 "사랑받음"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 사람이었는지.

미혼이었던 30대나, 결혼하고 남편과 사이가 좋던 시기에는 "사랑받음"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거 같다. 

왜냐면 설사 그걸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더라도 노력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40대의 기혼 신분에서 배우자와 사랑을 주고받는 감정적교류를 하지 않으면 그 외의 다른 이성간의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고 불륜이 된다.

그래서 함께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는 남편과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포기하고 나면 나는 그것이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꾹꾹.

그런 과정에서 나는 내가 그러한 감정적 교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남편과의 헤어짐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는 이런걸 원하는 여자로써의 나를 죽이고 죽인다.


그래서 나는 남편 옆에 있다보면 내가 점점 시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이렇게 이 사람 옆에서 내 남은 시간 중 가장 젊은 시기를 소모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 시든다.


차라리 혼자라면 들지 않을 외로움이

이 사람과 한 공간에 있으면서 더 크게 다가온다.

같은 공간에 있을때 할말이 없어진건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고 점점 불편해진다.

차라리 주말부부이거나 기러기아빠처럼 가족을 위해 애쓰는 존재로써의 남편을 멀찌감치 두고 있다면 측은지심이라도 들어서 더 나으려나 싶고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더 많이 돈 벌지 못하는 현재의 내 모습을 원망하게 되면서 마무리 한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남편에게 큰 기대를 하는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내가 원한 결혼생활은 서로의 생일에 어디갈까 무얼 선물해줄까 서로 이야기 하고 조금 기대하고 투닥거리고 실망한 부분에 대해 흉보고, 여름휴가를 함께 계획하고 기념일에는 어떤 걸 할지 이야기 나누는 부부의 모습이었다.

여느 영화에서 그렇듯 남편은 부인에게 맞춰 사는게 편하다는 걸 인지하고 시늉으로나마 부인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주고, 못이기는 척 그러한 남편을 감당하며, 항상 무심한듯 서로를 챙기는 모습의 부부를 꿈꿨다.

결혼반지는 습관이 되어서 빼지 않고 끼는 것이고, 맛있는 걸 먹으면 서로를 생각하고, 불연듯 쉬는 날이 생기면 오랜만에 브런치라도 같이 먹을까 해서 좋아하는 스타일의 맛집을 검색해보거나 어딘가를 가려고 할때 당연히 함께 동행하는 사람으로는 배우자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는 없다


현재의 우리에서 나는

남대문을 가려고 계획한 날에 남편이 쉰다는 걸 알아도 예전 같으면 같이 갈래? 라고 물었고 남편은 그러지뭐.라고 얘기해서 따라 나섰지만 같이 나갔다가 결국 싸우고 들어오는 그런 패턴의 시기조차가 아니라

아예 남편이 쉬는걸 모르거나, 남편이 쉬게 되었다는 걸 들어도 '함께가자고 해봤자 나갔다가 기분만 상할텐데 뭐'라고 생각이 들어서 권유하지 않거나, 무심한듯 '혹시 나랑 같이 가려고 했어?'라고 물었지만 어이없다는듯 '아니?'라고 예상답안의 대답을 하는 남편멘트에 '역시나'라고 생각하지만 또 상처를 받는 나를 발견하면서 이거로 기분상한거를 남편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도 뭔가를 기대하는 멍청한 자신을 타박'하는 나이다


이런 부부의 모습이

영화속에서, 드라마속에서

주연으로, 조연으로

계속 나온다


왜 결혼이라는 걸 해서 이렇게 되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이 태도가 되지 말라고 했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