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래서 글러먹었어
가끔 남편은 내가 운영하는 매장을 대신 봐주는 날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날 손님으로 내가 가끔 이용하는 분식집 사장님이 들르셨나보다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은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어떤 분이 와서 당신이 자기가게에 오기도 했고 배달도 시킨적도 있다고 아는체 하더라?"
"그래? 어떤 가게지?"
"무슨 분식집이라는거 같던데..?"
"아~! 거기~ 역앞에 있는 그 분식집인가보다
내가 여름에 배달도 시키고 먹어보니 맛있어서 지인들 데리고 한번 가서 맛있다고 말씀드리면서 아는체도 했더니 기억하시나 보네"
위의 대화는 여기까지는 아주 평범하다
그치만 이내 나는 남편의 대답을 듣고 진절머리가 나는 짜증을 느꼈다
남편은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배달은 왜했어? 역앞이면 엎어지면 코닿을거리구먼"
아.. 진짜.. 더이상 대답도 하기 싫어졌다
'그래.. 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겠지..'
나는 그냥 입을 다물어 버렸고 거기서 우리부부의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
내가 싫어하고 진절머리가 나는 남편의 삶의 태도 중 하나가 저런 것이다.
위의 대화가 시작되었을때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나는 대화의 다음 흐름은 "그래? 거기서 뭐 먹었는데?" 혹은 "누구랑 갔는데" 등의 내용이었을꺼다. 내 기준에서는 그게 평범하게 이어가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의 1순위가 "아낌"인 남편은 아마도 대화를 꺼내면서부터 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같다
왜 배달비 아깝게 시켜먹었냐고.
그 포인트로 나를 비난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사람은 왜 항상 이런식으로 나를 비난할까
이 문제로 여러번 싸우기도 하고, 벌컥 화도 내보고, 그렇게 말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탁의 자세도 취해봤지만
그는 여전하다
이런식의 멘트가 나를 얼마나 초라하게 만들고,
내 삶을 구질구질하게 느끼게 만들고,
우리 사이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전달하고자 여러차례 화도 내고 부탁의 표현도 해봤지만
그는 바뀌지 않고 있다.
나는 수차례 반복되는 그의 무신경에 더이상 상처받기가 지겨워서 화도 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한 공간에 있어도 그에게 더이상 웃어주지 않는다
당신은... 그래서 글러먹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