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리라 Feb 16. 2023

아무래도... 정체를 조금은 밝혀야겠어

[알바가 된 사장님 #4] 일매출이 이거라구요??

알바를 시작하면서 다짐한게 있었다.


나는 그곳에 가면 평범한 40대의 주부가 되어야겠다

내가 오프매장 사장님이라는 것도,

내가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서 이런저런 거를 한다는 것도,

나의 삶에 만연한 불행도 

나의 자그마한 행복도

내가 그동안 이뤄왔던 그 어떤 작은 증거들도 이야기 하지 않고

나는 그냥 그곳에서 편안하게 노동만 하리다.. 라고 다짐했다


근데.. 잘 안된다.

사실 나는 좀 오지랖이 있다. 

그 오지랖이 약간.. 히어로컴플렉스 비스무리 한건데.. 남의 이야기를 묻고 그러는 오지랖이 아니라, 내가 뭔가를 알아내거나 경험한 것이 좋은 것이 있거나 아니면 그 사람의 상황에 현재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자꾸 그걸 알려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좋다고 한번 느끼면 그걸 자꾸 알려주고 싶다. 이거 너무 좋다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더욱 알려주고 싶어진다.

이런 성격때문에 예전에 망할때 더 크게 상처받으면서 더 폭삭 망해버렸으면서.. 그렇게 당해놓고도 안 고쳐지는 성격인걸 보니.. 진짜 천성이 이런가 싶었다..


그리고 나는 물어보지 않으면 굳이 얘기하진 않지만... 물으면 거짓말을 잘 못한다

그래서 만들어낸 해결책이 아예 그 주제의 얘기를 못 꺼내게 말을 돌리거나 입을 꾹다무는 것이었다. 자꾸 말을 섞다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물없이 하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애정을 가지게 되는 대상일수록 더 잘 못숨겼다. 근데.. 알바하는 곳 사람들이 착해서 점점 애정이 가고 있었다.


알바가 시작된지 3일째

이상하다...

지금 매장에는 사장님,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주는 기존알바, 그리고 나

이렇게 일하는 사람이 3명이나 있는데 10시부터 2시까지 근무를 하는 동안 일매출이 너무 낮았다.

나도 알바생 고용하고 있는 같은 사장입장으로써 나가야 할 인건비를 계산해 보는데 이건 진짜.. 답이 안나오는 상태였다.

요즘은 진짜 최저시급이 너무 높기 때문에 매출액대비 마진률 30%로 잡았을때 일매출이 20만원은 나와야 최소한 알바비라도 빠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매출액대비 마진률일 뿐이고 고정비까지 마진률 계산에 녹여내면 사실 30만원까지는 일매출이 나와야 된다. 설사 30만원이 나온다고 해도 이건 말그대로 비용을 커버하는 금액 정도이다. 이 상태에서는 사장님은 일은 죽어라 하는데 가져가는 인건비가 한푼도 없는거다


근데 3일동안 일매출이 단 하루도 20만원을 넘지 못했다는 걸 발견했다

그동안은 샌드위치 관련해서 배울 것이 많아서 포스기 만질일이 없어서 일매출이 얼마인지를 몰랐는데

출근하고 나서 기존알바생과 사장님이 나누는 대화에서

"어제는 그래도 15만원했어"

"오~ 진짜요?"

이런 대화를 들었다

'응? 우리가고나서 15만원을 더 파셨다는건가..?'

궁금한 마음이 들었지만 물어보진 않았다


그런데 오늘 포스기 사용법을 알려주시다가 이번달 누적매출액과 일매출이 떠 있는 영상이 나왔고,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그 15만원은 일매출 전체액을 말하는 거였고 잔인한 2월은 나의 아르바이트 가게에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나도 올해의 2월은 작년에 비해서 정말 너무너무 힘들다.

알음알음 같은 자영업 동지들에게 알아본 결과 그냥 업종을 불문하고 올해는 시작부터 모든 자영업자 매출표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사실 나도 2월의 우리 매장 매출이 엉망이라고 생각이 들고, 이래서야 계속 할수 있겟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정신적 우울함도 이겨낼 겸 알바를 구한거긴 한데.. 여긴 더 심각했다


자영업을 하면서 순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뭐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늘리지 않아도 마진을 높이거나

뭐 이런식의 방법인데

작금의 2월은 매출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인데 23년이 시작되면서 최저시급은 500원이나 올랐다.

여기에 개인브랜드가 아닌 프랜차이즈 오프매장의 단점은 또 하나 드러난다

매출액 대비 마진률을 내 맘대로 올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 역시 내 매장을 운영할 때 1호점은 프랜차이즈로 해봤기 때문에 이 단점에 대해서 잘 안다.

매입가가 올라도 판매제품의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마진률이 좋은 다른 제품군을 프랜차이즈 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 매출이 어느정도 잘 나올때는 이런저런 신경쓸 거 많이 없는 프랜차이즈는 편한 점도 많고 장점도 드러나6지만 문제는 비수기가 지속되고 지금같은 최악의 시기가 되었을때 진짜 그냥 쌩으로 버티는 거 말고 점주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걸 깨닫고 지옥이 열리기 시작한다. 

죽어라 12시간씩 일을 해도 하루 매출 총액이 10만원, 20만원이 안 넘는걸 매일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매출이 안 좋으면 오히려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휴일을 없애거나 하는 경우도 많다

고정비로 월세는 나가는데 돈도 못 번 주제에 하루 쉰다는게 만만찮은 심리적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눈물나는 비수기에는 아이들과 있어주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일하는데 돈은 내내 마이너스를 치고.. 사장인 나는 성실하게 일하지만 할 수 있는게 없는 무능함에 자괴감이 생기면서 멘탈이 꺽인다.

열심히 일하지만 방학임에도 일하는 엄마를 둔 탓에 늦잠도 제대로 못자고 매일 돌봄을 나가야 하는 아이에게방학된 기념으로 아이가 그렇게 원하는 롯데월드 한번을 가족끼리 다같이 나가려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네 식구가 다같이 한번 나가면 돈20은 우습게 깨지는 그곳에 데려갈 수가 없는 것이다.

 

진짜.. 남의 일이 아니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안되겠어.. 매장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는 것 조차 몇번을 실패해서 못하고 계신다는 사장님께

나의 정체 중 일부를 아주 조금만이라도 오픈해서 내가 알고 있는 뭐라도 알려드려야겠어'


내 오지랖이 또 발동하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에 알바생이라는 작은 조각이 생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