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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리라 Feb 18. 2023

사장님 우리 여기 지역부터 잡아봐요!

[알바가 된 사장님 5]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만 하는 곳이 아니예요

아르바이트 4일째. 

사장님 말씀으로는 매출등락이 심하다는 금요일이었다.


그동안 화~목까지는 감사하게도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동시에 배민주문이 들어오는 벨이 울리면서 기분 좋게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금요일인데도 10시에 출근을 해서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부족부분을 체크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안오고 아무런 주문벨도 울리지 않았다.


매장 일매출에 대한 걱정이 남의 일처럼 안 느껴지다보니 안그래도 출근하자마자 전날 매출이 어땠을지 궁금해서 손이 근질거렸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걱정이 또 되었다.

슬그머니 포스기로 가서 전날 매출을 열어보았다.

428,700원!! 오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금액대가 매출로 찍혀있었다.


"우와 사장님 어제 엄청 많이 파셨네요"

"응 어제 지금까지 장사하고 가장 높은 일매출이었잖아~"

'흠... 저 금액이 가장 높은 금액이었구나..'


주문이 안 들어오고 있으니 도란도란 이야기 하기에는 적당했다. 

"아 진짜.. 너무 주문 안들어온다.."

"그러게요. 다들 이런저런 나갈 돈이 많아서 그런가.. 뭘 안사먹나봐요

 사장님 여기 상가는 전기세 얼마나 나왔어요?"

"우리가 원래는 관리비가 전기세 포함해서 30만원 정도가 나오는데 이번달은 아마 50~60만원 나올꺼래"

"헤엑?? 그렇게 많이 나온대요? 와.. 장난아니다... 하긴 저희 아파트단지도 다들 가스비때매 장난아니예요"

"그나마 우리 매장은 전기만 쓰지, 가스조리는 안하니까 다행인데.. 2층에 설렁탕집은 원래 100만원대 관리비가 이번달에 400만원대가 나왔대"

"대박... 미쳤다 진짜.. 아.. 거긴 전기 가스 다 쓰는 업종이라서요?"

"그니까 말야.. 거기도 2월에는 엄청 한가했다던데.. 내가 거기가서는 우리 매장 힘든거는 말도 못하겠다니깐"


하아.. 듣는 내내 한숨나오지만 사실 요즘 대부분의 자영업자 상황이 이러하다

아니.. 가스비만 올리던가 전기세만 올리던가 둘 중 하나씩 순차적으로 올려야지.. 둘다 한꺼번에 올라버리니 버틸 재간이 없다.

진짜.. 2023년의 2월은 왜이리 혹독한 걸까 생각해보았다.


우선.. 작년 한해 금리가 진짜 너무 가파르게 올라갔다

조금씩 기간을 두고 올랐으면 좀 적응이라도 할텐데 1년도 안되는 사이에 1%대 였던 대출금리가 6% 이상가는 곳이 허다했다 이렇게 단기간에 몇배가 올라버리니 지갑은 점점 닫히게 된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겨울이 되면서 가스비와 전기세 폭탄이 전국민에게 덮쳐왔다. 금리 오르는 거에 어찌어찌 적응할 새도 없이 추운 겨울을 더 춥게 만드는 폭탄들 덕분에 그나마 새해되서 열리려고 했던 지갑이 명절이라는 큰 행사를 지내고 나서 더더욱 긴축재정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하긴.. 나만해도.. 가끔 매장에서 저녁시켜 먹을때 쓰던 요기요 어플에서 그동안 9,900원 구독결제하던 요기패쓰를 1월말로 끊어버리고 당분간 배달은 안 시켜야지 하면서 더더욱 열심히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기 시작했으니.. 다들 마찬가지 심정이겠지..


"근데 그래도 어제는 매출이 엄청 높았네요. 다행이예요."

"그치..? 매일 50만원씩만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나와야 나도 월급같이 가져가는 계산이라서"

"아 그래요? 음.. 여기는 마진률이 얼마나 되는데요?"

"여기 마진이 좀.. 낮아.. 본사에서 이거저거 다 빼고 계산해 준게 매출액 대비 20%도 안되는거 같아. 그니까 매달 1500만원은 되어야 내가 200~300이라고 가져가는게 되더라구"

"아고.. 그럼 어제 처럼은 나와야 되겠어요"

"응 근데 어제가 내가 일 시작하고 최고 일매출이었어.ㅎㅎ 근데 문제는.. 만약에 일매출이 매일 50만원이 나오면 인력을 하나 더 써야 한다더라구"

'아니 그게 뭐야!!! 그럼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늘잖아!!' 


"사장님 어제 인스타그램 사진 올리는거 어떻게 하냐고 물으셨던거부터 알려드릴까요?"

혹시나 너무 오지랖인가 싶어서 안하려고 했던 혼자만의 컨설팅 결심을 실행하기로 마음먹고 말을 꺼냈다.




"사장님 혹시 당근마켓 이라고 아세요?"

"응 거기 중고거래 하는 곳이잖아?"

"아니예요 사장님 이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만 하는 곳이 아니예요. 거기가 오프매장 마케팅 하기에는 최적이예요"


나는 2021년 프랜차이즈로 1호점을 시작하려고 했을때 아예 처음부터 오프매장 온라인마케팅에 주력을 두면서 사업구상을 했었다.

매장 오픈 전까지는 온라인만을 해왔던 나는 오프라인매장 마케팅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청 고민을 했었다. 왜냐하면 내 매장은 방문손님을 고려해서 매장 입지를 고르기 시작하면서 얻은 상가가 아니라 내가 온라인비즈니스를 할때 택배보내기 위해서 쓰려고 얻은 곳이었기에 그저 가성비가 훌륭하기만 했으면 되었던 목적을 달성했던 다시 말해 상가로써의 입지가 별로였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끼리 하는 농담이 있다. "월세는 사이언스다"

월세는 꽤나 정직하게 매겨진다(아 신도시 집합건물 1층상가나 신축 아파트 1층상가들은 좀 다르게 이야기한하니까 오해하지 마시길). 즉, 말그대로 월세만큼 매출이 나온다는 것이다.

내가 택배보내는 사무실로 썼던 그 상가는 500/50자리였다.

월세가 입지를 말해주고 있었기에 나는 이곳에서 프랜차이즈를 열때 이미 입지에 대한 워킹손님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마케팅부터 주력했다


온라인 마케팅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그리고 당근마켓

이 모든걸 다 해본 결과 동네장사하는 자영업가 하기에 가장 쉽고 효과가 좋은건 당근마켓이다. 

나 역시 1호점때 당근마켓 덕을 톡톡히 보았다. 입지가 약점이었던 내 매장의 손님중 절반이상은 "당근보고 왔어요"라는 멘트를 하는 것을 경험하고 당근마켓을 활용하는 게 정말 파워가 좋구나 라고 느꼈었다


그리고 자영업자의 마케팅은.. 정말 진심으로 말하는데 꼭 어느정도까지는 사장님이 직접해야한다.

온라인을 잘 못하는 분도 충분히 소화가능하다.

모든 일에서 승패를 가르는 건 올바른 방향성과 꾸준함이다.

누군가에게 배움에 있어서 방향성에 대한 코칭을 받고 처음 시작에 대한 미숙함을 도움받는 건 좋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영업자의 매출을 계속 책임져 주지 않는다. 알려주지 않는건 없다. 그 알려준걸 꾸준히 계속 다 해낼 수 있는 지의 문제이다.


참고로 나는 월세 500/50짜리 매장에서

11월에 처음 오픈하고 1300만원을 기록했으며, 12월에는 연말 특수라는 힘까지 입어서 1800만원까지 올렸다.

그 이후로는 1200~1400이라는 매출을 유지했었는데 그때는 잘 몰랐다. 

5시~10시라는 근무시간, 1인사장님이 운영하는 500/50의 8평짜리 작은 매장에서 저 정도의 매출을 일으킨다는게 얼마나 대단했던 결과였는지. 왜 그 당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내 매장이 엄청난 귀감이 되었는지 이제는 안다.



"당근마켓에서 매장을 홍보할수 있다고?"

"네 사장님. 그거 어플 있으시죠? 거기서 '나의당근'을 클릭하시면 '나의비즈니스'라는게 있고 거기서 내 개인계정과 별도로 매장계정을 만들수가 있어요"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올리고 그러는 건가?"

"네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올리는 방식인데 인스타보다 훨씬 쉬워요. 쿠폰발행도 할수 있고 그리고 사장님. 동네장사는 인스타보다 당근마켓이 훨씬 실구매자한테 다가가는 효과가 좋아요"


사장님은 아직도 나도 매장운영을 하는 사장님이란 걸 모르시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아직 내 정체를 다 드러내고 싶지 않기에 우선 내가 온라인쪽 판매를 했던 것은 알고 계시는 상태여서 그거에 입각한 내용을 설명드렸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이 일단 예뻐야 된다는 게 있는데 사실.. 연령대가 좀 있는 자영업 사장님들은 그 인스타스러운 느낌을 따라가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인스타그램도 지역한정 광고를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전국구 상대로 하는 마케팅이라고 보기 때문에 노출대비 구매전환률이 낮아요"

"전환률??"

"내가 올린 사진과 글을 보고 구매까지 하게 되느냐 마느냐 하는걸 말하는데요. 인스타는 아직 바로 결제가 아니라 올린 글을 보고 링크를 클릭해서 결제를 하는 쪽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그런 단계가 길수록 노출대비 유입 전환률이 떨어질 확률이 크다고 봐요"

"아 그렇구나." 

"그리고 우리는 샌드위치를 근거리 계신 분들께 배달로 판매하거나 매장을 방문해야지만 사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잖아요. 막 전국으로 택배로 발송하고 그럴 제품은 아니니까 동네사람들이 많이 보면 좋은데 당근마켓은 지역기반 중고거래라는 방식으로 키워진 플랫폼이라 그런게 더 좋아요.

그리고 제가 인스타랑 당근이랑 열심히 연구해 봤는데 인스타는 사진이 예뻐야 하지만, 당근은 중고거래 라는 툴로 성장한 만큼 인스타처럼 완전 예쁘게 셋팅된 사진보다 실사진을 올리는게 더 효과가 좋거든요. 이 말은 사진을 그림처럼 예쁘게 찍지 못하는 수준의 사람도 그냥 노력하면 되는 수준의 사진이라는 거죠"

위의 내용은 2021년 내가 당근마켓을 열심히 활용할때 당근마켓 본사측에서 연락이 왔었고, 당근마켓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사장님들께 의견도 묻고 교육도 해준다 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1대1 교육에서 알아낸 결과 였다.


여기까지 설명하고 장난스럽게 나는 말했다

"주말동안 당근마켓 어플 열심히 만져보고 오세요 월요일에 검사할께요"

"그래야겠네 우선 익숙해지고 올께요 ㅎㅎ"


12시30분

드디어 금요일의 첫 주문 벨이 울렸다.

내가 다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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