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갖 오디션 프로그램의 팬이다.
슈퍼스타K, 케이팝스타, 댄싱나인부터 최근의 싱어게인, 스테이지 파이터까지, 그리고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까지 포함한다면 열 손가락으로는 셀 수 없을 것이다. 학창 시절을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대기에 비춰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참가자가 1위를 하면 좋겠고, 그 모습을 보는 것도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 빠져드는 이유는 참가자들이 경연에서 최선을 다하며 고군분투하는 '성장 과정'에서 함께 달리는 기분 때문이 아닐까.
달리는 기분이라, 그것은 내가 직접 할 수 없으니 참가자를 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고, 진짜 한배를 탄 것 마냥(요즘은 득표수가 중요해지니 틀린 말도 아니다) 같은 운명을 맞았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제자로 인터뷰한 분은 다음 달에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를 간다. 최근에 퇴사하셨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애씀이 있었고, 워홀은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느껴진다고 하셨다.
본인에 대해 잘 아는 듯한 모습은 그녀의 언어로 잘 알 수 있었는데, 함축적이면서도 구체적이어서, 내가 직접 경험한 적 없어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자아와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성'의 범주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이라던지, 전문성과 신체적인 섬세함을 다루는 업이라던지, 생각을 꺼내면 세상과 부딪히면서 얻는 것이 있다던지 하는 것이다. 모두 인터뷰 답변에서 나온 말이다. (TMI로 그녀의 언어가 너무 좋다고 실시간 고백을 날렸다)
30대가 되니 목표나 계획을 세우는 게 큰 의미가 없으며, 흐르는 대로 사는 게 좋은 것 같다는 말로 시작해 주셨지만, 마지막 질문인 더 찾고 싶은 것이나 워홀을 가서는 어떤 일을 구하고 싶은지에 대해 바로 대답을 해주셨으니 말이다. 무려 3가지로 나눠서. 아마 시작에서 해주신 말은, 강박적으로 지켜야 하는 책임이라던가 체크리스트처럼 두고 확인하는 숙제를 기준으로 산다면 본인에게 더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인터뷰 내내 갖고 태어난 기질, 일하면서 쌓아온 성향을 포함해 본인에 대한 분석이 되어 있고, 거기에 더해진 경험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환경을 갖추면 좋을지도 알고 있어 이미 단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가 완성형 인재처럼 보였다기보다, 단단해지기까지 자아와 현실의 균형을 맞추려는 그동안의 노력이 보였다는 말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이 출국하기 전의 모습을 포착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워홀을 가서는 어떤 것들을 배우고 얻어가실지 기대가 되었다. 무엇이든 성취하고 나면 또 다른 장애물 혹은 과업이 그녀를 기다리겠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보는 마음으로 지켜볼 것 같다.
꿈이 있는 사람의 반짝이는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설사 꿈을 이루지 못하고 하더라도 이루고자 노력한 고유한 여정은 그의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꿈'이라는 최종적인 'GOAL' 때문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기 때문에 주는,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본인을 자주 대입한다면, 한번 스스로의 팬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열렬한 찬사를 보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