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책을 좋아한다는 아이브 원영의 ‘덱스의 냉터뷰’ 출연분에서 ‘원래 나는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이야’라고 단정 짓는 순간 그 틀에 집착하게 되고 그게 고통이 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원영은 이 점에 공감해 어떤 사상이나 철학도 모두 버린다는 대목이 “초역 부처의 말”에서 가장 좋았다고 한다.
돌발상황에 불안해하거나 모든 걸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하는, 그렇지 못하면 불행한 정서 또한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기는 것이 아닌지. 특히 잘 짜인 시스템이 있는 서울에서는 그렇게 되기 쉬운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들 어디로 떠나고 싶은 건지. 혹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사는 건지.
‘나는 오로지 내가 소유하는 존재며, 나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없고 어떤 존재에게든 열려 있던 주인공에게만 또 다른 자아가 그와 공생할 수 있던 점이 김초엽 작가의 “파견자들”을 관통하는 설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체적으로 이 점을 파헤쳐 스스로 정체성을 깨닫는 장면에서 약간은 전율이 일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이 본인의 정체성을 정의하려고 하고, 규범에 순응하든 반발하든 계속 시도함의 끝에 찾을 수 있던 결과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당장 알 수 있는 것들로 단정 짓지 않고 지금 있는 것 말고 더 있을 것이라는 의심 혹은 확신이 있었지만. 그 무엇도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된다는 신념 덕에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의지하던 선생님, 가족, 동료가 있지만 서사를 만든 건 본인이 끈질기게 믿고 있던 나.
좋아하는 무용수의 스토리를 덧붙인다.
자존감은 믿음에서 와요
무서워도 두려워도
일단 가보자 이 말이에요
끝에 가서 죽을지 살지 모르지요
근데 죽으라는 법은 없고
시작이 반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중간)
아는 게 힘이고
(모르는 게 약이고)
나 참
속담만 보아도
이러쿵저러쿵이잖아요
그니까 결론은 나를 믿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