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닫다> 파스칼 랑베르
평점 : ★★★★☆
읽은 장소 : 커피냅로스터스 연남동
함께 들은 노래 : Colde(콜드) - 난 아직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이별한, 이별 중인, 이별을 앞둔 누군가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지만지드라마의 희곡이 잔뜩 꽂혀있는 책장이 있다. 작년 여름, 무심코 지나치다 쨍한 핑크빛의 책들이 너무 예뻐서 어쩔 수 없이(?) 희곡책 6권을 산 날이 있었다. 그중 하나였던 <사랑 닫다>는 순전히 제목만 보고 한 줄 읽지도 않은 채 골랐다. 모험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첫 페이지부터 완전히 몰입해 앉은자리에서 전부 읽었다.
남녀가 헤어지기 전 나누는 긴 대화가 내용의 전부다. 사랑을 말하던 입은 서로를 겨누는 총구가 되고 미완성의 문장은 총알이 되어 상대방을 공격한다. 이를 멀찍이 지켜보는 나에게도 낱말과 낱말 사이의 감정이 날아와 명중하는 순간이 있었다. 덩달아 마음이 따끔따끔. 실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터질듯한 감정을 온갖 어휘로 토해내는 두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도 온다. 하지만 가장 심연의 것까지 모두 벌거벗은 채 사랑을 닫는 이들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을까. 사랑의 모양은 제각각이라지만, 이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스탄과 오드레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 닫다>는 2019년, <사랑의 끝>이라는 제목의 연극이 되었다. 스탄은 지현준 배우, 오드레는 문소리 배우가 맡았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연극 무대가 더욱 궁금해져서 유튜브에 검색해 보았는데 다행히 하이라이트 영상이 있었다.
https://youtu.be/KNR_wt6C8Wo?feature=shared
p.51
오드레야 넌 내 안의 어떤 게 좋았니?
어떤 게 널 꿈꾸게 했니?
넌 사랑이라는 개념을 사랑한 거야
넌 그 감정을 사랑한 거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한 그 감정
언제나 주말 같은 그 감정
근데 본질적으로 넌 누구를 사랑한 거니 사랑하면서?
우리는 누구를 사랑하니 사랑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