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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ug 10. 2020

[국내 여행기]
부산에서 부산으로 휴가 가기

비 오는 날 다대포

최근 해운대구에서 금정구로 버스 출퇴근을 하고 있다. 나름 부산 토박이로 23년을 살아왔는데 버스를 타고 1시간의 노선을 쭉 따라가다 보니 생소한 곳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민망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본가에서 꽤나 가까운 거리도 모르는 거리가 수두룩했고 그렇게 내 고향 부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산 거주 20년 만에 다대포 놀러 가 보기 


휴가라 하기에는 짧지만, 숨 돌리는 것보다는 깊은 휴식을 하러 나섰다. 프로 여행러답게 부산 근처에 위치한 양산, 포항, 거제 등 가볼만한 곳을 지도에서 찾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부산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내가 가장 닿지 않아 본 다대포를 떠올리게 됐다. 일요일에 일을 마치고 내 여행 메이트와 다대로 떠났다. 


우리의 초행길에 비까지 동반했다. 


낙동강 하구로 가는 길, 


그곳은 최근 폭우로 인해 물이 불어날 대로 불어났다. 낙동강 근처 공원에는 몇 대의 차량이 침수된 채로 보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도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자연 앞에 무력해지는 듯하면서도 당사자의 마음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며 운전을 방해했지만 안전하게 다대포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비와 먹구름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이와 가족은 여전히 행복하다. 이미 바다에 들어갔던 이들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도 웃음을 지을 수 있다. 먹구름과 파라솔이 구별되듯 흙빛 바다에도 아이들은 한없이 밝다. 



신기한 조형물도 만났는데 사진을 찍고 보니 진격의 거인을 만났것만 같다. 하얀 그 작품은 다채로운 다대와 꽤나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사진에서 포크레인이 찍혀 아쉽다고 동행에게 말하려는 순간 그가 포크레인이 너무 멋있다고 말했다. 이후에 집에 와서 사진을 다시 보니 저 모든 것이 합쳐져 내 기억 속에 남아있더라. 멋있다. 



배가 고프면 여행이 항상 아쉽더라. 회를 먹고 싶었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본능적으로 자제하게 된다. 문어숙회와 파전, 그리고 다대포 로컬 막걸리 순진탁주 두 병을 포장해달라고 했다. 포장을 부탁하고 눈을 돌리니 바로 앞에 또 바다가 보인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바다 냄새와 그와 어울리는 음식 냄새까지, 다 한패 같다. 조화로우면서도 향기롭다. 



다대포에서의 1박 2일을 보내고 다시 본가로 돌아가는 길. 태풍 '장미'가 오고 있다. 호우로 인한 피해도 다 회복되지 않았는데 또 태풍이 온다고 하니 걱정이 됐다. 다행히 이 글을 쓸 때쯤 태풍은 소멸되었고 안심할 수 있었다.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 비 탓에 다대포의 많은 것을 느끼진 못했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 다대포의 냄새와 풍경이 아른거린다. 부족하다기보다는 여유 있고 북적거리기보다는 웃음이 있다. 



Songs with me 

What's going on - Marvin Geye

Jupiter - Earth, Wind & Fire

Why would you stay - Kem



Copyright 2020. Geunju Hwang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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