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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Jun 02. 2022

팟캐스트를 시작하며. 진부한 구구절절 스토리

낭만 마이크 팟캐스트를 시작한 이유. 취업하려고..?



내가 잘하는 건 없지만, 아이디어는 많거든...

근데 그 아이디어를 얻다 써먹지 않아서 문제인 거지.

맨날 하는 말이지만, 일단 해보라니까?

준비는 뭐 100일 뒤에 될 것 같니?

지금 하나 100일 뒤에 하나 별다를 것 없어.

마음먹었을 때 해야 돼. 최대한 빨리. 지금 당장 말이야.



그래서 시작했다. 팟캐스트!


낭만 마이크:요즘 애들의 기록.


말 그대로 요즘 애들에 대해 기록하는 팟캐스트다. 쉽게 말하면, 친구들과 수다 떠는 방송. 

그런데 조금 진지한,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건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 취업에 도움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내가 취업하고픈 전자책 시장에는 오디오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다. 오디오 콘텐츠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라디오이고,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팟캐스트뿐이었다. 진입장벽도 낮고 자본도 안 드는 데다가 나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필요도 없는 마음이 편한 매체이기도 하다.  


 그래도 팟캐스트에 대한 동경은 언제나 있었는데, 목소리만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다. 머릿속을 지배한다고 하면 약간 무서워지지만, 다른 감각은 사용할 필요 없이 청각만으로 메시지가 사람들의 뇌로 직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순하고도 효율적인, 간략하면서도 구구절절한 엄청난 매체가 오디오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그런 오디오 콘텐츠를 내 목소리로 만들어도 되나? 싶기도 했지만, 뭐. 내가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그래서 이렇게 시작해버렸다. 무턱대고. 별 준비도 없이.

 아니. 준비가 없는 건 아니었지. 사실 혼자 엄청 준비를 많이 했다. 인터뷰 책도 많이 찾아보고, 다른 팟캐스트들도 엄청 듣고, 롤모델 삼고 싶은 채널들도 몇 가지 마련해두고, 팟캐스트에 대한 책과 영상도 숱하게 봤다. 혼자 하기는 부담스러우니 나의 부담을 조금 덜어줄 친구 한 명도 꼬드겨 놓았다. 첫 게스트도 미리 섭외했다. 녹음 장소와 편지 방법, 홍보 계정과 홍보 게시글도 다 준비했다.

 너무 호들갑인가? 싶을 만큼 이것저것 공부하다가 시작한 팟캐스트다. 생각보다 마음이 더 들어간 것 같다. 그래서 꼭 잘 되어야 하는데. 괜히 욕심이 생겨 버렸다. 취업용으로 마련해 두는 포트폴리오라기보다, 내 취향과 내 생각을 잔뜩 담을 하나의 분출구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줬으면 하는, 내 이야기 좀 가만히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 버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낭만이 없다고들 한다. 자기만 생각하고, 너무 효율만 따지고, 현실적인 것만 생각하는 젊은이들. 그래서 책도 안 읽고, 교양도 없고, 예의도 없다는 젊은이들. 진짜 그런가? 진짜 다들 낭만 없이 살아가나?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주변 사람들만 봐도 자기 앞길 닦느라 주위는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많다. 가만히 앉아 사색하고 진지한 생각을 할 바엔 유튜브를 보며 가볍게 웃어넘기는 것들을 선호한다. 책을 읽을 거라면 자기 계발서나 주식 관련 도서들을 읽는다. 문학은 무슨. 어디에 도움이 된다고.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낭만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면 낭만은 뭔데?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헤밍웨이나 하루키 책을 읽는 게 낭만이야? 아르바이트 한 돈 다 모아서 유럽 여행을 떠나는 게 낭만이야? 무턱대고 바다에 찾아가 하룻밤 자고 오는 게 낭만이야? 그런 것만 낭만인 건 아니잖아?

 나는 거창한 삶을 살지는 않아도 스스로 낭만을 품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감성적인 삶을 살지 않아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카페에 앉아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구경하고, 가끔 일기를 쓰며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키보다는 구병모의 소설을 읽으며 가슴 벅참을 느낀다. 우리 다들 이러고 살잖아?


 나는 요즘 우리들을 믿는다. 다들 바쁜 척하고 주위에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사실은 게을러지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작은 거에 상처받아 혼자 우는 아주 여린 사람들이 우리다. 책 한 권 들고 있으면 그럴 여유가 어딨냐고 호통 치는 사람들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왜 멍 때리냐고 비웃는 사람들 때문에, 문학 공부하는 나에게는 취업은 어쩔 거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다 낭만을 감추고 있는 거다. 

 낭만을 잃어버렸다는 오명 속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던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내가 나를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에 대해, 내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나의 요즘 그리고 앞으로에 대해. 나 자신은 누군지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 낭만적이잖아!!!


 그래서 시작한 팟캐스트인데, 사람들에게 잘 와닿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재밌었으면 좋겠다. 단단하고 예쁘고 낭만적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매일이 구구절절이다. 



https://linktr.ee/romanticmike.po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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