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트레킹 4일차 : 바랑코캠프~카랑가캠프
06:30-50 기상
07:05-15 세수
07:30 아침식사
~ 08:00 짐 패킹완료 및 출발
(아침 일정은 매일 동일)
13:00 카랑가 캠프 도착
산에서 쓴 일기 발췌(이하"")
"새벽 6:18. 넷째날 아침이다. 손이 라다크에서만큼 다 텄고 볼품없어졌다. 건조함이 더해지기도 했고 바랑코 벽 때문이지 다른 때와는 달리 밤에 끌어안고 자는 물병도 금방 식었다. 기온을 재보지 않았지만 추운가보다. 자는 중에 얼굴이 너무 추워 침낭속으로 얼굴까지 완전히 들어가서 잤다. 잘자다 갑자기 얼굴에 추움이 느껴져 침낭안으로 스스로 들어갔다는게 참 신기하고도 웃기다. 반 무의식에서 살려고 그랬나보다. 어제 혈관확장제를 먹어서 그런건지, 고도에 적응이되서 그런건지 머리가 아프지않다. 다행이다. 엄마는 한숨도 못 주무셨단다. 체력적으로 피곤할텐데... 걱정이다. 반면 나는 꿈도 꾸지않고 정말 푹 잤다. 오늘 루트는 절벽을 올라가는 루트이니...상상도 되지않는다. 모든 루트가 그랬지만 벽을 어찌 오를지는 정말 모르겠다. 차라리 다행이다. 모르는게 약. 상상도 안하는게 약이다. 속은 가끔씩 미식거리는듯한데 약을 먹어서 인지 약간 쓰리기도 하다"
"아침은 어제 남은 백숙으로 만든 닭계장이 나왔다. 또 프렌치토스트와 오믈렛, 짜파티, 소세지가 나왔다. 진짜 먹어본 토스트와 오믈렛 중 최고였다. 근데 소세지는 그전날 많이 먹었더니 산행내내 트림으로 계속 소세지향이 올라와 힘들어서 먹지않았다. 마음만 같으면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 혹시모를 소화불량때문에 적게먹었다."
4일차 트레킹 시작.
이미 해가 많이 떴다. 드디어 바랑코 벽을 오른다. 마차메 루트를 선택했던 이유중의 하나였던 바랑코월 구간. 드디어 그날이다.
바랑코캠프에서 카랑가캠프의 구간은 거의 직각상행코스 + 급/완만 하행코스+90직각 상행코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초반의 바랑코벽을 넘는 구간에서는 거의 세미 암벽등반이라고 할 만큼 손을 집고 올라가야 했다. 엄마와 아빠 뿐 아닌 우리 가족 모두에게 그동안의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던 능선타는 코스들에 조금이나마 자극을 주었다. 새로운 환경덕에 가족모두 즐겁게 암벽을 올랐다. 특히 아빠는 굉장히 재밌어 하셨다.
바랑코 벽을 오르는 중에 만끽했던 뷰와 하지의 태극기 선물은 정말 놀라운 선물이었다. 우리모두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웠다. 정말 하지 짱. 집에서 들고갈 생각도 못했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기네 국기 들고 온 것 보고 내심 아쉬웠었는데 하지가 이렇게 딱 준비해줘서 너무 힘이났다.
킬리만자로가 가까이 보일수록 날씨는 더더더 맑아졌고 해는 더욱 쨍쨍해졌다. 점점 시선이 탁 트였고 단 하루 바랑코 벽에 둘러쌓여 있었을 뿐인데 다시만난 능선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오늘바랑코 벽을 올라오면서 호흡에 굉장히 신경써야했다. 생각보다 호흡이 가뻐서 스스로 놀랐는데 어느정도 적응이 되니 괜찮아졌다. 40분 가량 올라서 짧은 쉼을 갖고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후 1시간 가량 올랐고, 그때 킬리만자로의 빛나는 만년설을 더욱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곧 불어닥친 안개바람 - 고산의 특유의 지랄맞은 날씨- 덕에 좋은 사진을 건질 수는 없었지만 동생 사진 건진것으로 만족한다. 다행이다. 한명이라도 건졌으니 !"
"이후 트레일은 계속 하행이었다. 물론 상행도 있었지만 하행이 주였다. 어제 하행길에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느꼈던 후폭풍을 기억하며 오늘은 상행할때의 속도로 내려(하행)갔다. 비도오고 바람도 불어서 우비를 입기도 했다. 모자는 수십번 벗었다 썼다했다."
비가 조금왔을땐 그냥 맞고 가기로 했는데 비가 더 올것 같아서 우비를 입기로 결정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입자마자 비의 양이 확연하게 늘어났다. 근데 또 조금가다보니 해가 화창하게 쨍쨍 비추길래 우비를 벗어야 되나 ? 했다가도 여간 귀찮아서 그냥 갔다. 그랬더니 갑자기 또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모두 판초를 선택했다. 판초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입고 벗기가 쉬우니까. 산 위에서 힘들어죽겠는데 손을 넣고 앞에 단추로 잠그고 하는 등의 불필요한 행동들이 과연 달갑게 느껴질까 싶어서 한번에 입고 벗기 쉬운 판초를 선택했다. 덕분에 배낭의 레이커버도 생략하게 되었다. 아주 잘한 결정이었음 :) 물론 판초 외의 비가 너어어어어어무 많이 올 경우를 대비하여 우비 바지는 따로 챙겼었다.
판초만 입고 가다가 비가 거세게 오기 시작하여 바지가 젖기 시작했고 그 사이 신발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 같아 우비 바지를 입기로 했다. 근데 흙이 다 묻은 신발을 신은채로 우비바지를 입기로 했는데 어휴...바지 안에 다 흙이 묻은채로, 그 사실을 알고서도 그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것이 진짜 ㅋㅋㅋ짜증났다. 아예 우비 바지도 신발신은채로 입을 수 있는걸 챙겼는데 왜냐면, 트레킹중에 바지 입어야하는데 신발 끈 다 푸르고 벗고 바지 입고 다시 신발 신는게 그닥 즐겁지 않을것 같아서이다. 근데 이런 진흙은 생각도 못했음 ㅋㅋㅋ 그래도 신발 벗는것 보단 나았다. 엄마 아빠는 바지가 부츠컷처럼 퍼져서 신발을 감싸는 형태라 바지를 안 갈아입으셔도 괜찮았었다.
바지를 입은 뒤 펼쳐진 급경사 하산 코스. 미끄러운건 둘째치고 이 내려가는 구간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거의 2시간은 내려간것 같다. 이때 진심으로 피곤함을 느꼈다. 영상을 찾아보니 동생이 한숨을 내쉬자마자 내가 하아...피곤하네...라고 한 부분이 있었다. 여간 힘들었었다. 코스가 너무 길었어...!
이제 거대한 급경사 90도짜리 오르막길 시작이다. 바위를 손으로 집고 올라가야 하는 거였다. 그것만 넘으면 캠프 사이트 도착이었다. 그거는...어휴....내리막길에서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지않게 하기위해 굉장히 신경써서 다리에 힘을 주며 갔는데 갑자기 급경사라니...배로 힘들었다. 급경사 바로 직전에 작은 계곡이 있었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 계곡을 보며 하지는, "이 계곡이 마지막으로 포터들이 물을 길어오를수 있는 계곡이야. 내일 아침까지는 세수가 가능한데 내일 저녁부터 그 다음날 저녁까지는 씻을 수 없어. 왜냐면 포터들이 내일 우리가 있을 베이스 캠프부터 여기까지 물을 길으러 오는건 불가능하거든." 이라고 했다. 카랑가 캠프에서 이 계곡까지만해도 2km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것도 급경사로 이루어진 구간이었다. 존경스러운 포터들.
짧았지만 쉽지 않았던 바랑코~카랑가 구간.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