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은 Apr 28. 2020

슬기로운 휴학 생활 1화

내가 휴학을 하는 이유


그래서 '왜' 휴학을 하려는 건데?


내가 휴학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저랬다. '왜?'라는 말에는 '너처럼 학교생활도 성실히 하던 애가 돌연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라는 이유였다.


나는 우리 학과에서 가장 성실한 학생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1학년 때부터 줄곧 학생회에 몸을 담그고 있었고,

퍽 나쁘지 않은 성적에, 교내 활동뿐만 아니라 대외활동까지 섭렵한 그야말로 '대학생의 표본'이었다. 선배들은 나에게 너처럼 열심히 하는 애는 우리 학과에 너밖에 없을 거야라고 했고, 후배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닮고 싶은 선배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그저 활동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었다. 물론 학과 생활에 교내 활동과 대외활동까지 하기엔 하는 일이 많아 내가 두 명이었음 하는 날도 많았다. 어느 날은 내 욕심에 포기하고 싶은 날들도 있었고, 멀리 도망가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활동들로 이어가게 된 까닭은 이러한 나의 가치관 덕분이었다.

3년만 참자. 분명 3년 후엔
나에게 감사하게 될 거야


10년도 아니고 고작 3년이면 너무 짧은 시간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갈 수도 있는 시간이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3년 동안에 무엇이든 해서 3년이 지나도 똑같은 사람이 아닌,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만큼 발전한 사람이 되자는 게 나의 목표였다. 너무 길게 목표를 잡아도 현실로 와 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3년 후에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있을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미리미리 취업준비를 한 것이다. 남들이 술 마시고 놀 시간에 학보사 활동을 했고, 남들이 먹고 노는 방학기간에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나의 신념은 하나. 그들과 나는 지금은 그저 과제 걱정을 하는 다 같은 대학생으로 보일지라도 3년 후엔. 결과가 달라져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의 휴학 결심에는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부모님께서는 대학은 '네가 하기 나름'이라고 말씀하셨고, 꼭 졸업시기에 맞춰서 졸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의셨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대학생활을 알차게 보낸 사람인만큼 대학교를 오래 다니고 싶었다. 대학생으로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아직까진 돈 걱정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건 딱 대학생까지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대학생 신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2018년 1학기, 당시 2학년이었던 나는 과학생회, 학보사, 연극, 동아리, 해외봉사 준비로 아주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날을 보내던 친구와 항상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

휴학만이 답이다!


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휴학이라는 단어는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였고, 휴학은 하고 싶지만 막연히 무얼 하지 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해외봉사를 위해  몽골로 떠났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중에 간 해외봉사였으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봉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몽골은 토지가 넓어 12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날도 있었는데, 와이파이도 안 되는 버스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때 한 꿈을 꾸었는데, 꿈 내용은 이러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9시가 넘은 시각. 회사에 완전히 지각했다.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회사에서 혼날 생각에 진짜 미친 듯이 회사로 뛰어가고 있었다. 혼날 생각과 지각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뛰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딱 잠에서 깼는데, 내가 뛰어가고 있는 건 회사가 아닌 몽골의 넓은 초원이었다. 그리고 '와. 살았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만히 그 초원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내가 무의식 중으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구나

그 많은 일들을 감당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담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나를 잘 못 보살펴줬다는 생각에 그 초원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봤다. 이게 쉬라는 신호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 일을 겪고 난 후 2학년이 끝나면 무조건 휴학을 하겠노라 결심했지만, 3학년이 되고 부학회장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와 3학년도 어쩌다 보니 다니게 됐다.


그리고 지금. 어느덧 벌써 4학년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교 4학년이 된다는 건 '취업생'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다 홀딱 나의 대학생활이 끝나기 전에

꼭, 휴학을 해야만 했다.


휴학은 대학생만의 특권이고, 나의 이 소중한 시기를 놓칠 수 없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