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정산
12월 생활비 415,702원. 2024년 한 해 동안 지출한 총금액은 17,085,809원. 연초에 예측한 금액은 2천1백만 원이었는데 종소세를 환급받으면서 1천9백만 원대로 떨어졌고, 월 생활비로 할당한 60만 원을 다 쓰지 않아 최종 1년 지출은 1천7백만 원 선으로 마무리했다. 특별한 사건이 생기지만 않는다면, 당분간은 1년에 2천만 원으로 충분히 살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대략 생활비로 600만 원, 그 외의 고정비 지출로 1,100만 원을 사용했다. 고정비 중 건강보험료가 400만 원이니 생활비의 2/3, 적지 않은 비중이다. 고정비 중에서 내가 손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나마 아낄 수 있는 유일한게 관리비라,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전기를 덜 쓰려고 노력하고,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려고 고심 중이다. 23년 관리비 지출이 1,566만 원이었는데 24년에 1,474만 원으로 줄였으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관리비가 인상된 걸 감안하면 꽤 잘했다고 자평한다.
관리비를 아끼려고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봤느냐 하면,
천장에 붙은 형광등 대신 led 램프 3개를 켜고 생활한다.
겨울철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집안 온도를 20-22도 사이로 맞추고, 집안에서도 스웨터나 경량 패딩을 입고 지낸다. 22도는 따듯하고, 20~21도면 생활하기 좀 춥다. 대신, 자는 동안 건조함이 덜해서 쾌적하다.
여름에 에어컨을 최대한 적게 틀려고 노력한다. 사실 에어컨은 종일 틀어도 전기료에 크게 영향은 없지만 전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싶지 않다. 전기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은 아니고 싶다.
집밥을 해 먹기 위해 오븐을 구매할까 하다가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말에 포기했다. 오븐을 사봐야 빵과 냉동 튀김만 먹을 테니 덕분에 잘 참았다. 포기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헛웃음을 지었다. 오븐을 알아보는 동안 오븐을 올려놓을 가구를 찾다가 이내 어울리는 냉장고와 냉장고장, 목공 시공, 전체 인테리어까지, 뭐에 홀린 듯 끝없이 나가던 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인테리어 하는 동안 묵을 단기임대 호텔까지 알아보고 있었으니...
돈이 들지 않는 취미와 여가 활동을 한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무료 전시와 공연을 보러 다닌다. 지자체와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Coursera에서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를 듣는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구매하고 넷플릭스를 본다.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건 운동이다. 하루 두 번 두어 시간씩을 걷고 달린다.
3km 정도는 걸어 다니다 보니 교통비 지출이 줄어들었다. 어지간하면 운전하지 않고 도보와 버스를 이용하니 차량유지비도 줄어들었다.
사람을 자주 만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면 돈이 많이 든다. 특히나 내 지인들은 씀씀이가 크다. 돈을 아끼려고 일부러 안 만나는 것은 아니고, 다행히도 원래 혼자 있길 좋아한다. 씀씀이에 제약이 생기니 인간관계도 경중이 드러난다.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사람과 이 돈 쓰며 굳이 만나야 하나 싶은 사람을 구분하게 된다.
몇십 년을 이렇게 한량으로 살 수는 없을 텐데 뭔가 일을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아직까지는 내 생활이 만족스럽다. 먹고 자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이렇게 온 시간을 써본 적이 없어서. 나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게 서툴다 보니 아직은 매일매일이 무료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