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일, 어린 유학생들을 돕는 일
미국 생활 어느덧 14년 차, 뒤 늦게 미국 이민와 자녀들을 교육 시켜 오며, 가족을 떠나 멀리 미국에 와 영어를 배우고 또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을 도와오며 나의 미국 생활 속에 여러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만나며 지내 왔다.
문화의 큰 카테고리 중 하나인 언어.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적응했을 때 탄성과 함께 맞게 되는 언어에 대한 자연스런 이해가 절실했던 유학생들 그리고 나의 두 자녀들을 바라봐 오며 나도 이젠 그 문화에 조금은 더 친숙해 진 걸까하는 기대와 의문을 함께 가져본다. 일상 생활 속에 불편함 없는 수준을 넘기고 나서도 음계 '도' 에서 '도#" 올라갈 때의 미묘하나 확실한 음차이와 같은 언어의 벽과 문화의 갭 속에 살아가며 말이다.
간혹은 놀라울 만큼 진취적이고 목적에 가까운 결실을 맺고자 열심히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해 번듯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꽤나 많고 이 곳 미국에서 좋은 기회를 통해 정착해 미래를 꿈구는 학생들도 역시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성향이 다른 나의 두 자녀들의 초등학교부터 틴에이져 시절들을 떠올리면 그 때 그 때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친절히 존중해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그 교육환경들로 인해 지금 현재의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는 아이들 모습에 더욱 감사하게 되어 나는 미국교육에 대해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얘기를 하며 살아가지 않나 싶다.
고개 절래 절래 하며 약간 얼굴을 붉힌 채 "아이.. 한국말... 한국말..." 초등학교 4학년에 유학을 온 데이빗이 온 몸을 긴장하며 애절하게 내게 말한다. "응? 뭐라고? ... 아 영어로 말하라고?" 미국 온지 한달 채 안된 데이빗에게 초대받은 생일파티 자리에서 한국말을 하는 것이 굉장히 창피한 일로 생각된 모양이었다. 귀엽기도 하고, 아직 아무 말도 않고 꼭 입 다문 채로 있으면서도 영어로 말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아이가 어찌나 안쓰럽던지. 그래도 어린 나이에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욕심에 미국에 용감히 온 데이빗을 위해 열심히 나의 최대한 혀를 굴려 영어로 일방적 대화를 했던 얼마전 생일파티. ^^ 초등학교 입학 전 미국에 온 둘째 아이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자 마자 끝 날 때 까지 거의 3분 간격으로 내 귀에 대고 "엄마 저 말이 무슨 뜻이야?" 라고 귓속말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때 난 반 절이나 대답을 옳게 해주었는 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큰 아이는 그 때 둘 째 옆에 앉아 몸이 앞으로 나가도록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고 난 역시 좀 똑똑한 큰 애는 벌써 영화를 다 이해하는 군아... 하고 착각 했던 것 같다. 막상 학교에서 주는 런치를 못 먹고 굶어 오든 아이가 큰 아이였는데 말이다.
유학을 온 학생이나, 부모 따라 이민을 온 아이들이나 이 언어라는 문화를 넘어가기 위해 나름대로 그들만의 생존을 위해 참 애쓴다. 단순히 돈들여 유학을 와서가 아니라 이렇게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뭔가 큰 보람과 결실이 따르는 것은 적어도 정당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 이 곳 타국에서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 가진 아이들에겐 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큰 박수가 나온다. 기특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또 신이난다. 교육열 고공행진인 우리나라 사회가 바라는 기준에서의 큰 욕심이 아니라면 자녀가 행복해지는 결과들로 부모님들도 함께 마음 뿌듯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곳이 미국이지 싶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서, 어떤 길을 걸어보라고 해야 할 지...한 아이 한 아이에게 꼭 맞는 그 길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며 나의 애정을 이 하루에 쏟으며 또 다른 태풍소식이 전해오는 내 나라에 안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