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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Dec 31. 2022

하루 한 뼘 에세이를 시작하며

천천히 글력(力)을 기르기 위해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발행한지 벌써 1년 이상 지났다. 2020년 10월 30일이 마지막이었으니, 2023년이 당장 내일로 다가온 지금은 햇수로만 2년이 지난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들여다본 내 글은 그야말로 징징이 스머프 수준이라 보고 있자니 낯이 화끈거렸지만, 그래도 그냥 두기로 했다. 어찌됐든 내가 토해냈던 글이고, 이제는 희미해진 감정들이 남아있는 글이니까. 추후에 과거를 되짚어 볼 때 좋을 것이다.


처음 브런치 작가 소개글을 썼을 땐 '자기 소개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저만 이런가요?'라고 소개글을 썼다. 무슨 중2병 말기 환자처럼 보이는 문장이지만 그 때 나는 진심으로 내가 누군지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 되고 싶은 것, 현재 노력하고 있는 것 등 어느 하나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고 판단할 기준조차 없었다. 돌이켜보면 2020년과 2021년에 가장 내 자신을 길거리 돌멩이 보듯 한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추상적인 문제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미래에 '인간' 개념은 어떻게 재규정될까, PC함이란 무엇인가, AI의 도덕・윤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 그것들을 너무나 좋아해서 현실에서 내가 가질 '직업'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현실세계에서 나는 무엇으로 내가 먹고 살아야하는지(혹은 살고 싶은지) 아무 것도 몰랐고, 그것을 모른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좌절감으로 다가왔다. 쓸모 없는 상상만 하는 사회 부적응자. 그것 외에는 나 자신을 잘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저 문장을 자기소개 글로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에둘러 표현했었다. 자기 소개 하는 것이 어렵다고.


2022년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새로운 직무에 뛰어들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내 적성에 잘 맞고 페이도 괜찮아서 정신적・물질적 안정이 한꺼번에 내 삶에 찾아왔다. 그러다 보니 내 기질이 다시 돌아왔다. 비록 이전 브런치 글에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망쳤다고 썼지만, 어쨌든 목표 수립 및 달성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중독되지만 않는다면 항상 내 삶을 활력있게 만들어주는 기질이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쭉 적었고, 계획을 세웠고, 달성률을 체크하며 2022년을 보냈다. 노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진짜 말 그대로 너무 행복했다. 내가 계획한 것들을 달성해나가는 과정들을 쭉 기록하고,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고... 하 쓰면서도 행복하네.(노션 강추)


올해는 자격증도 3개나 땄고, 이직도 성공적으로 잘 했고, 맘에 쏙 드는 블로그 플랫폼도 발견해서 거기에 실무적 글 쓸 거고(사실 브런치는 좀 부담스럽다. 너무 매거진 느낌이라...), 운동도 꾸준히 해서 체지방도 5kg나 뺐고, 진짜 올해 한 게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이 직업으로 먹고 살면서, 사이드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되겠다는 안정감이 생겼다. 그래서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이렇게 글도 쓰고~ 쪼끔만 더 여유가 생기면 영화 비평과 도서 리뷰도 쓸 생각이다. <대안학교 졸업 후 10년>은 내 이야기는 그만 하고 주변 졸업생들이 어떤 진로로 살아가고 있는지 인터뷰해서 그 글을 올릴까 하는데, 이직한 회사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시작은 언제가 될 지 미지수다. 그래도 해보고 싶다.


하루 한 뼘 에세이는 내 글력을 다시 기르기 위하여 시작한다. 보고서에 너무 치중되어있는 글 말고, 예전 어릴 때 내가 자주 쓰던 말랑말랑하고 자유로운 글을 다시 쓰고 싶다. 이런 글력이 길러지면 단편 소설 쓰기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2023년이 기대되고, 앞으로 여기에 쓸 글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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