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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ver is Anywhere Sep 22. 2024

캐나다 워홀로 전문직 두드리기-(2)

캐나다 전문직 잡 인터뷰 준비

5. Interview Preparation (인터뷰 준비)


적극적으로 그래픽 디자이너 직업군을 구하려고 시도한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관련 업계 기관 등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밋업도 나가면서 두루두루 조언도 얻고 인맥도 조금씩 만들어가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지원서를 통해 인터뷰 연락이 오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기본적으로 위니펙은 토론토나 밴쿠버 같은 도시들에 비해 내가 일하는 업계의 규모가 작았기에 지원할 곳도 많지 않기도 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미디어 회사에서도 묵묵부답이자, 조급한 마음에 직접 찾아가 어눌한 영어로 어필 해보기까지 했다.(물론 친절한 캐내디언 디렉터는 나와 10분 정도 대화한 후 지원서와 포폴을 면밀히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으나 연락은 끝끝내 오지 않았다.) 


두 달간의 노력에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한 것에 조금 실망도 했지만 좌절까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제 막 캐나다에 왔고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을 뽑는 것이 고용주 입장에서도 많은 리스크를 져야 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음 주부터는 스타벅스든 팀홀튼이든 옷가게든 어디든 알바로라도 일할 곳 중심으로 지원을 해야겠다고 담담하게 마음을 먹고 있을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나는 '설마'하는 기대로 전화를 받았다. 지난주쯤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지원한 위니펙 안에서 꽤 큰 규모의 의류회사 인사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전화 인터뷰는 꽤 짤막했고 실제로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날로부터 사나흘 후에 인터뷰가 잡혔다. 당시는 2016년으로 코로나나 화상 미팅이 대중화되기 훨씬 전이었기에 대면 인터뷰가 일반적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박차를 가해 인터뷰 준비에 몰입했다. 


정말이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다했다. 그 의류회사의 리테일 샵에 직접 찾아가 "이 회사에 며칠 뒤에 그래픽디자이너로 잡 인터뷰를 볼 건데 제품라인과 회사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니"라는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기도 했고(웃긴 건 너무 뻔뻔해서 그런 건지, 매장이 바쁘지 않아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건지 매장 직원은 꽤 상냥하게 응대해 줬던 걸로 기억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틀밤을 지새워 그 회사를 타깃으로 한 포트폴리오도 준비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회사의 옷들을 이용해 애프터이펙트로 간단한 프로모션용 영상을 만들었다. 모션그래픽 업무와 관련 있는 게 아니었지만 내 그림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프로모션용 일러스트도 조악하게나마 그려서 준비했다. 

인터넷으로 "common interview questions for graphic designers"  등의 키워드를 이용해 보통 그래픽디자이너를 구할 때 어떤 질문을 받고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답변을 미리 준비해 달달 외울 수 있도록 소리 내어 연습했다. 


그리하여 대망의 대면 인터뷰 날. 인터뷰는 나와 통화했던 인사과의 리크루터와 진행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과하다 싶은 열정으로 준비한 포트폴리오와 그림들을 보여주며, 얼마나 이 잡을 얻고 싶은지에 대한 열정을 어필했다. 사실 아마추어같이 보일 수도 있는 접근 방법이지만, 매니저 급이 아닌 주니어 급의 포지션을 지원할 경우에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적이고 성실하고 긍정적인 사람과 일하기를 원하는 건 캐나다나 한국이나 똑같다. 어차피 실력이 엇비슷해 보인다면, 뽑혀도 그만 안 뽑혀도 그만인 것 같은 태도의 지원자보다는 뽑아주면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열심히 할 지원자에게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 리크루터는 나의 넘치는(?) 열정과 노력에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인터뷰 후에는 회사내부 투어도 함께 시켜주고 내 상사가 될 아트 디렉터와도 인사를 시켜주었다. 한국에서 하도 워홀비자로 오피스 잡을 바로 구하는 것에 대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에, 이렇게 크고 멋진 오피스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내 설렜다. 잡 인터뷰 후 하루 정도 지난 뒤 정식 잡 오퍼 연락이 왔고, 그다음 주부터 바로 출근하라는 말에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캐나다에 온 지 두 달 반 만에 첫 오피스 잡을 시작하게 되었다.  



인터뷰 후 오피스 투어를 할 때 멋진 분위기의 오피스에 꽤 설렜었다.



* 북미 전문직 잡 인터뷰 준비 시 몇 가지 


1.  Glassdoor 같은 웹사이트에 가입해서 보면 그 회사에서 예전에 그 포지션을 얻기 위해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찾아볼 수 있다. 어떤 류의 질문을 받았는지, 오퍼를 받았는지, 전반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는지 등등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고 준비할 수 있다. 


2. 코로나 이전에는 대면 인터뷰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화상인터뷰가 대부분인 것 같다. 화상 인터뷰의 장점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키워드들을 포스트잇 등에 적어 카메라 부근에 붙여놓으면 긴장되는 인터뷰 중에도 중요한 키포인트들을 놓치지 않고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포스트잇을 전혀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중요 답변들을 입에 익혀두는 것은 필수다.


3. 화상 인터뷰든 대면인터뷰든 자신의 모습을 실제로 촬영해 보고 리뷰를 해보는 과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자신이 미처 모르던, 남들이 보기에는 불편해 보이는 습관들이나 어색한 표현들을 캐치할 수 있고 조금 수십 번의 연습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쌓을 수 있다. 


3. 위에서 언급했듯 특히 주니어 포지션의 경우에는 실력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실력이 비등비등한 후보들 사이에 있다면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이고 함께 일하면 좋을 것 같은 좋은 후보"가 최종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꼈다. 나는 첫 번째 직장뿐 아니라, 주니어 레벨의 잡을 구하는 경우에는 인터뷰가 잡히는 즉시(혹은 지원단계부터) 그 회사의 실제 프로젝트와 관련된 커스터마이징 된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그 업무를 맡았을 때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증명일 뿐 아니라, 얼마나 이 포지션에 대해 적극적이고 열정적인지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 조금 더 오버해 본다면 Zoom 화상 인터뷰할 때 가상 배경화면을 그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배경화면이 최종 당락을 가리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틀에 박힌 인터뷰에서 벗어나 인터뷰어들과 Ice breaking 용으로 대화를 시작하며, 이 인터뷰에 대한 나의 기대감과 신남을 표현하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다. 배경화면까지 바꾸는 게 오글거린다면, 적어도 배경화면에 자신이 어필하고 싶은 자신의 personality나 identity가 드러날 수 있는 배경 설정으로 그들의 무의식 속에 당신의 인상을 남길 수 있다. 


5.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이전에 다닌 직장이나 상사 등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은 절대 피하도록 한다. 설령 당신의 이전회사가 당신을 부당하게 대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어필해서 얻는 동정심은 일자리를 구하는 자리에서 아무 짝에도 없다. 오히려 당신이 부정적인 사람이라는 인상만 남길뿐이다. 


6. 과거의 모든 경험을 지금 인터뷰 중인 직장과 프로젝트에 미칠 장점으로 잘 포장할 수 있도록 준비해 본다. 모든 것을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간단한 경험담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한다.


7. 대부분의 인터뷰 마지막 질문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느냐"이다. 그냥 없다고 임팩트 없이 끝내지 말고 실제로 궁금한 질문과 끝까지 자신을 어필하는 용도의 질문을 두세 가지 준비하도록 한다. 나는 보통 실제 업무에 프로덕션 스케줄이나 업무와 관련된 질문들을 하거나, 어떤 스킬을 지닌 인력을 찾는지, 내가 뽑힌다면 나로부터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등 그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나와 실제 일하게 될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돌려 최대의 장점을 찾아볼 여지를 남길만한 질문을 던졌다. 

 

8. 인터뷰는 한 번만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두어 번 혹은 그 이상에 걸쳐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애니메이션 쪽은 보통 한 번에서 두어 번이다) 보통 30분에서 한 시간가량 되는 짧은 시간 안에, (대부분) 화상 미팅을 통해 상대방을 파악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위한 디테일한 준비는 의외로 꽤 중요하다. 메이크업, 조명, 의상, 레이아웃, 배경 모든 것에 최대한 신경을 쓰자. 그들은 제한된 정보와 시간 안에 모든 후보자들을 파악해야 하므로 당신이 제공하는 모든 무의식적 정보들이 당신을 파악하는 단서로 사용될 수 있다. (상반신만 보이는 Zoom 화상 프레임 안에서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함께 일하기 께름칙해 보이는 이미지로 보이기는 생각보다 쉽다.) 짧은 시간 안에 당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없겠지만, 최상의 것들을 앞에 내세우도록 세팅하는 것은 당연하다. 


9. 화상인터뷰에서는 실제 대면 인터뷰에서만큼 아이컨택트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카메라를 보고, 실제로 상대방을 보며 교감한다는 느낌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10. 인터뷰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당일, 혹은 다음날 안에 연결해 준 리크루터, (가능하다면) 인터뷰어에게 Follow up Email을 보내어 인터뷰 기회를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 뽑히지 않더라도 다음 기회를 위해 좋은 인상을 남기는 건 결코 손해 볼 일이 아니다. 인터뷰가 어땠는지에 대한 간단한 피드백과 더불어, 인터뷰 당시 미처 어필하지 못했던 자신의 강점이나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링크드인에 그 리크루터에게 커넥션 신청을 해서 연결되면 그 이후에 있을 그 회사의 잡 오프닝을 팔로 업하기에도 수월해진다.


11.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은 잠깐만 이야기해도 그 사람의 표정이나 사용하는 언어로부터 그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일에 있어 자신감이 충분하지만 동시에 겸손하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긍정적인 기운의 사람. 우리는 모두 이런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 인터뷰에서의 당신의 목표는 그들의 무의식을 당신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스스로 유능하고, 열정적이고, 함께 일하고 싶은 팀워크에 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잘 팔 수 있도록 모든 답변과 이미지적 세팅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런 자잘한 모든 것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능력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캐나다 안에서 여러 번의 이직과 잡 인터뷰를 해오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취업의 "실력"이 최종 당락에 20% 적용된다면, "운"과 "타이밍"은 80% 혹은 그 이상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영화/게임 업계의 잡 마켓은 일반 시장 경제 분위기의 영향을 굉장히 크게 받는다. 실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2022년 하반기부터 현재 2024년 하반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이쪽 업계 잡 마켓은 꽤나 침체되어 있다. 잡 오프닝이 현저하게 줄었고, 북미의 작가파업, 배우 파업 등으로 업계 분위기는 더 뒤숭숭해졌다. 내 주변엔 촉망받는 주니어 레벨뿐만 아니라, 이미 경력과 경험이 충분한 현지 아티스트들마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난을 1년 넘게 겪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그러니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위축되지 말고 꾸준히 스스로의 실력을 갈고닦고 준비하자. 시장은 파도와 같아서 물들어 오는 시기는 언젠가 온다. 


나는 자발적으로 일을 쉬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구직활동을 시작했을 때 늦어도 2-3개월 안에 일자리를 구했다. 이건 내가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절대적 실력이나 경험이 출중해서가 아니다. 나는 실제로 운과 타이밍이 정말 좋은 편이기도 했고, 영어 원어민이 아니기에 스스로 늘 감점을 달고 시작한다는 마음이었기에, 구직활동에 있어 남들이 하지 않는 노력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자신의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을 가리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찾아 그것을 최대한으로 살려 자신만의 무기로 사용하자.




다음 편에서는 실제 본격 직장생활에서 동료들과 친해져 가는 과정, 캐나다 생활에 적응해 가는 방식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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